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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뿐인 모기지 납부 유예 프로그램

By 2020년 04월 24일 5월 8th, 2020 No Comments

▶ 일부 렌더 ‘밀린 페이먼트 일시 납부’ 등 비현실 제시

모기지 납부 유예 신청이 폭증하고 있지만 일부 주택 소유주들은 렌더로부터 명쾌한 답변을 듣지 못하거나 비현실적인 해결책을 제시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영 라디오 방송 NPR이 최근 한 주택 소유주의 사례를 들어 모기지 납부 유예와 관련, 일부 렌더의 불공정한 처리 행태를 지적했다.

◇ 유예 금액 한 번에 납부하라

하와이 거주 짐 핸슨은 식당 매니저로 일하던 중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임시 휴직하게 됐다. 관광객이 끊기면서 식당 업주가 어쩔 수없이 내린 결정이었지만 핸슨은 당장 납부해야 할 모기지 페이먼트가 걱정이었다. 모기지 납부 유예 신청을 위해 담당 렌더에게 연락을 했지만 다소 황당한 답변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렌더 측은 3개월간 모기지 페이먼트를 유예해 줄 수 있지만 유예 기간이 끝남과 동시에 밀린 3개월치 페이먼트를 일시불로 납부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핸슨 부부에게 당장 납부할 페이먼트가 없어서 유예 신청을 하는 상황에서 3개월치 페이먼트를 일시불로 마련해야 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렌더 측은 그러면서 “유예 기간 종료와 함께 3개월치 페이먼트 금액에 해당하는 약 8,000달러를 납부하지 않으면 주택 압류 절차가 시작될 것”이라며 엄포까지 놓았다. 핸슨 부부는 “연방 정부가 코로나19 피해를 입은 주택 소유주 지원에 적극적이지만 렌더의 입장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라며 NPR과의 인터뷰에서 딱한 사정을 전했다.

◇ ‘상환 기간 연장’이 가장 현실적

모기지 지불 유예 신청에 어려움을 겪는 주택 소유주는 핸슨 부부뿐만이 아니다. 일부 소유주는 아예 렌더와의 연락이 불가능한 경우도 있고 매번 연락할 때마다 다른 이야기를 듣고 혼란스러워하는 소유주도 적지 않다. 반면 모기지 납부 유예를 허용하는 다른 렌더의 경우 유예된 금액을 모기지 상환 기간을 연장하는 방법으로 주택 소유주의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예를 들어 6개월간 납부가 유예됐자면 상환 기간이 기존 30년에서 30년 6개월로 연장되는 방식으로 당장 일시불로 납부해야 할 부담이 전혀 없다. NPR이 주택 금융 당국과 문의한 바에 따르면 핸슨 부부의 렌더가 제시한 유예 기간 종료 후 일시불 납부 방식 외에도 렌더는 상환 기간 연장 방식으로도 모기지 납부 유예 옵션을 제시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 렌더와 연결조차 쉽지 않아

테네시 주 내슈빌 거주 수잔 슈워츠도 렌더인 뱅크 오브 아메리카에 모기지 납부 유예 신청을 위해 연락했다가 핸슨 부부와 같은 답변을 듣고 실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다행히 은행 측은 일주일 뒤에 슈워츠에게 다시 연락해 규정이 변경됐다며 유예 금액을 당장 납부할 필요 없고 만기 연장 방식으로 신청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도 주택 소유주들이 일시불 납부 또는 만기 연장 중 가능한 옵션을 선택할 수 있다고 NPR 측과 확인했다.

렌더 측과 연결이 되지 않아 문의조차 하지 못하는 주택 소유주도 상당수다. 재택근무를 하는 직원이 많은 데다 최근 모기지 납부 유예 관련 문의가 폭주하면서 대기 시간이 상당히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오리건 주 부동산 중개인 브래드 트위스는 “정부의 지원 방안 발표에도 불구하고 불안에 떠는 주택 소유주가 많다”라며 “일부 고객은 수 시간 동안 기다렸지만 렌더와 연결이 되지 않고 일시불 납부 답변에 혼란스러워하는 고객도 많다”라고 설명했다.

◇ ‘돈줄’ 마른 소형 렌더 어려움 커

비영리 정책 연구 기관 ‘책임 대출 센터’(Center for Responsible Lending)의 마이크 캘혼 대표는 연방 정부가 지원 규모만 발표하고 렌더 지원금 지급 방식을 명확히 제시하지 않은 것이 일선에서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주택 소유주가 대부분 렌더 또는 ‘모기지 서비서’(Mortgage Servicer)를 대상으로 모기지 페이먼트를 납부한다. 그러면 렌더는 모기지 담보부 증권을 매입한 투자자에게 페이먼트를 지급하게 되는데 주택 소유주로부터의 페이먼트 연체가 발생하면 렌더 역시 투자자에게 지급해야 할 금액이 연체될 수밖에 없다.

캘혼 대표는 “모기지 납부 유예 대책 발표 두 소규모 렌더들은 현재 공황상태에 빠졌다”라며 “현금 흐름이 좋지 못한 렌더의 경우 모기지 납부 유예를 위해 정부로부터의 ‘돈 줄’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캘혼 대표는 모기지 납부 유예 규정이 빠르게 변하고 있기 때문에 렌더 측에 수시로 연락해서 업데이트된 규정을 문의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 전화로 자주 연락해야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한 ‘코로나 바이러스 경기 부양 법안’(CARES Act) 이후 모기지 납부 유예 신청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모기지 은행업 협회’(MBA)의 지난 7일 발표에 따르면 신청 건수는 지난달 2일~16일, 16일~30일 기간 동안 각각 약 1,270%, 약 1,896%씩 급증했다. 모기지 납부 유예안에 따라 국영 모기지 보증 기관 페니매와 프레디맥이 보증하는 모기지 대출자 중 코로나19로 인해 실직 또는 소득 감소 피해를 입은 대출자는 90일~1년간 모기지 납부를 유예 받을 수 있다.

재정난이 입증된 주택 소유주는 180일까지 납부 유예를 신청할 수 있다. 유예 기간 동안 재정 상황이 나아지지 않을 경우 180일간 추가 연장 신청할 수 있다. 재정 상황에 따라 최장 12개월간 유예를 지속할 수 있는 셈이다. 재정난 발생으로 모기지 납부가 힘든 주택 소유주는 가장 먼저 렌더에게 연락해 유예 신청에 대해 문의하도록 한다.

‘연방 소비자 금융 보호국’(CFPB)에 따르면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전화를 사용해 납부 유예를 신청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주택 소유주들은 렌더 측 담당자와 통화 전에 모기지 납부가 힘들게 된 상황과 이유에 대한 설명 자료를 미리 준비해 두는 것이 좋다. 납부 유예 신청은 국책 모기지 업체가 보증한 모기지뿐 아니라 주요 대출 기관도 ‘경기부양 법안’에 참여하고 신청이 가능하다.

<준 최 객원 기자>

[출처] 미주 한국일보 2020년 4월 2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