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집값 떨어져도 매물 부족해 내 집 마련 여전히 힘들 것
▶ 모기지 이자율은 올해 정점 찍고 추가하락 이어갈 것
작년 부동산 관련 뉴스에서 가장 많이 등장한 단어는‘핫’(Hot)이다. 폭발적인 수요로 주택 시장이 용광로처럼 들끓었던 해다. 올해의 경우‘핫’대신‘냉각’이란 단어가 부동산 뉴스를 도배했다. 모기지 이자율이 연초 대비 2배나 치솟자 주택 시장은 하반기로 접어들면서 한순간에 얼어붙었다.
이미 체결된 주택 구매 계약이 잇따라 취소되는가 하면 안 팔리는 매물은 쌓여갔다. 주택 시장이 불과 1년 사이 롤러코스터를 탄 것처럼 급격한 변화를 맞이한 해다. 열흘도 채 남지 않은 내년 주택 시장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USA 투데이가 부동산 전문가들과 함께 2023년 주택 시장을 미리 살펴봤다.
◇ 경기 저성장에 이자율 하락
‘연방준비제도’(Fed)가 지난 14일 기준 금리를 0.5% 포인트 인상했다. 직전 4차례 이뤄진 ‘자이언트 스텝’(0.75% 포인트 인상)에 비해 낮아진 인상 폭이다. 사상 최악의 인플레이션이 어느 정도 잡혀가고 있다는 판단으로 금리 인상 폭을 낮춘 것이다.
연준은 이번 금리 인상을 발표하면서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높은 수준인 가운데 경제가 저성장과 고실업률을 겪을 것이라는 내년 경제 전망도 함께 내놓았다. 경제 저성장이 나타나면 일반적으로 모기지 이자율과 같은 장기 금리가 하락하는 현상이 나타난다.
‘모기지 은행업 협회’(MBA)의 마이크 프래탠토니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주택 시장은 최근 나타난 모기지 이자율 하락 현상을 반기는 분위기”라며 “모기지 이자율이 정점을 지났고 미국 경제가 내년 침체에 접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 변동 이자율 증가
싱크탱크 어번 인스티튜트 산하 ‘주택 재정 정책 센터’(HFPC)의 자네키 랫클리프 부대표는 주택 융자 업계가 ‘변곡점’에 도달했다고 지적했다. 기존의 주택 융자 관행에서 벗어난 새로운 방식의 융자 절차가 도입될 것이란 전망이다. 랫클리프 부대표는 “대출 은행은 물론 주택 융자 관련 스타트업, 정책 입안자 등 여러 분야 전문인들이 기존은 융자 관행을 뛰어넘는 혁신적인 융자 방식을 개발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주택 융자 업계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음을 알렸다.
랫클리프 부대표에 따르면 새로운 방식의 크레딧 점수 산출법, 인공 지능, 기후 변화 고려 등이 적용된 시험 융자 프로그램이 이미 시행되고 있다. 랫클리프 부대표는 “경제적, 인종적 불평등 해소를 위한 주택 융자 정책이 향후 융자 업계의 큰 관심사”라고 설명했다.
높은 주택 가격과 이자율로 여전히 내 집 마련이 어려운 가운데 랫클리프 부대표는 변동 이자율 대출이 증가할 것으로도 내다봤다. 올해 모기지 이자율이 크게 오르면서 지난 11월 전체 모기지 신청 중 변동 이자율 신청이 차지한 비율은 12%로 지난해 11월(3.3%)보다 4배나 급증했다. 랫클리프 부대표는 “주택 구입 계획이 있다면 변동 이자율을 피할 이유가 없다”라며 “변동 이자율로 내 집을 마련한 사례는 언제나 있었고 경기 대침체 이후 강화된 대출 규제로 변동 이자율에 따른 위험도 많이 낮아졌다”라고 강조했다.
◇ 주택 압류 쓰나미 없다
주택 압류는 크게 두 가지 원인에 의해 발생한다. 주택 소유자가 모기지 대출을 갚을 재정적 능력이 없거나 주택 순자산을 의미하는 ‘에퀴티’가 충분치 않으면 압류로 이어질 위험이 높다. 에퀴티는 주택 시세에서 모기지 대출 잔액을 뺀 금액이다.
재정적 어려움이 발생해도 에퀴티가 충분하면 집을 팔거나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주택 압류를 막을 수 있다. 그러나 에퀴티가 충분하지 않거나 대출액이 시세보다 높아 에퀴티가 오히려 마이너스인 이른바 ‘깡통주택’인 경우 재정적 어려움이 발생하면 주택 압류 외에는 별다른 연체 해결 방법이 없다.
퍼스트 아메리칸 파이낸셜 코포레이션의 오데타 쿠시 수석 이코노미스트 현재 주택담보대출 가능한 에퀴티 규모가 사상 최고 수준인 점을 들어 과거와 같은 대규모 주택 압류 상태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확신했다. 주택 가격 하락이 발생해도 이에 대비할 에퀴티가 충분하기 때문에 압류로 이어질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것이다.
쿠시 이코노미스트는 “재정적 어려움으로 인해 모기지 연체가 발생하더라도 에퀴티를 활용한 주택 처분이 가능하기 때문에 압류보다는 ‘비자발적 처분’을 선택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주택 압류가 소폭 증가한 것과 관련해서는 “고용 시장 위축과 주택 가격 하락 현상으로 주택 압류가 늘어날 수 있지만 소폭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 매물 부족 현상 지속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며 주택 가격이 40%나 폭등한 원인은 바로 매물 품귀 현상 때문이다. 내년에도 부족한 매물이 쉽게 채워지지 않겠지만 이에 따라 주택 가격의 급격한 하락 현상도 없을 전망이다. 부동산 업체 더글라스 엘리맨의 조너선 밀러 감정 평가사는 “과거 주택 시장 폭락 장의 경우 주택 매물이 쌓일 정도의 공급 과잉이 가장 큰 문제였다”라며 “그러나 최근 매우 낮은 이자율을 적용받는 주택 소유주들이 집을 쉽게 내놓지 않아 매물 공급 과잉에 따른 집값 급락 현상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밀러 감정 평가사는 또 “주택 매물이 소폭 증가하더라도 주택 가격 하락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내년에도 주택 매물 부족 현상이 이어질 수 있음을 지적했다. 부동산 업체 레드핀 역시 매물 부족 현상으로 인해 내년 주택 거래량이 약 430만 채에 그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았다. 레드핀의 내년 주택 거래량 전망치는 2011년 이후 최저치로 올해보다 무려 16%나 감소한 것이다.
◇ 주택 가격 4% 하락
주택 급매 증가에 따른 가격 폭락 사태는 없어도 내년 주택 가격이 소폭의 하락세는 피하기 힘들 전망이다. 테일러 마 레드핀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내년 주택 중간 가격이 올해보다 약 4% 하락할 전망이지만 주택 구입 여건은 오히려 악화할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마 이코노미스트는 “내년 주택 가격과 이자율 전망치를 고려할 때 일반 주택 구입자의 월 모기지 페이먼트는 팬데믹 이전인 2019년보다 약 63%나 높아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지역별 주택 가격의 경우 이른바 팬데믹 ‘붐 타운’ 도시의 하락 폭이 큰 반면 북동부 지역의 주택 가격은 하락 영향을 덜 받을 전망이다. 팬데믹 기간 주택 구입자가 몰린 오스틴, 보이시, 피닉스와 서부 해안가 도시의 경우 내년 큰 폭의 주택 가격 하락을 피하기 힘들 것이라고 마 이코노미스트가 전망했다.
<준 최 객원 기자>
[출처] 미주 한국일보 2022년 12월 2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