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고 건물 ‘쾌청’ vs 상가 및 사무실 건물 ‘암울’
코로나 팬데믹으로 상업용 부동산 시장 내에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현재 가장 큰 영향을 받고 있는 부문은 소매 상가 분야로 향후 전망은 상당히 부정적이다. 이미 올해 초부터 상당수 점포가 문을 닫는 바람에 건물주에게까지 막대한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온라인 구매로 이동하면서 앞으로도 상가 수요는 살아나기 힘들 것이란 전망인 반면 창고에 대한 수요는 급증하고 있다. 상업용 부동산 매물 정보 업체‘룹넷’(Loopnet)이 회계컨설팅업체‘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와 부동산 연구소‘어반랜드 연구소’(ULI)가 부동산 전문가를 대상으로 작성한 상업용 부동산 전망 보고서를 부문별로 정리했다.
◇ 창고, 물류센터, ‘코로나가 수요 불 지펴’
창고, 물류센터를 포함한 산업용 부동산은 전문가들로부터 가장 높은 점수인 3.76점을 받아 전체 부문 중 전망이 가장 밝은 부문으로 꼽혔다. 코로나 팬데믹 발생 전부터 이미 전자 상거래를 통한 온라인 매출은 증가세였다. 코로나 팬데믹이 이 같은 현상을 더욱 심화시켜 산업용 부동산에 대한 수요가 폭등하는 계기가 됐다.
코로나19 발생 초기 사재기 현상 등으로 물류 공급망에 차질이 발생한 바 있다. 이후 각 업체들은 공급 차질에 대비하기 위한 재고 비축의 필요성을 깨닫게 됐고 이에 따라 창고 등 산업용 부동산의 중요성이 부각되기 시작했다. 특히 외국보다는 미국내 재고 비축 비중을 늘리려는 업체 증가로 미국 내 산업용 부동산의 수요가 급등하고 있다.
대형 물류 관리 업체 프로로지스는 코로나19로 전자 상거래 규모가 커지고 재고 비축 비중을 높이려는 업체가 늘면서 향후 2년간 약 4억 평방피트에 달하는 산업용 부동산이 필요할 것이는 전망을 최근 내놓았다.
산업용 부동산 중에서도 창고는 물론 제품 포장, 배송, 반품 등 물류 업무 전반에 걸친 기능을 제공하는 ‘풀필먼트 센터’(Fulfillment Center)의 전망이 가장 높게 조사됐다.
◇ 소매 상가, ‘코로나에 직격탄, 다른 살 길 찾아야’
쇼핑센터 등 상가용 부동산의 점수는 2.69점으로 가장 암울한 전망이 우려되는 부문이다. 상가용 부동산은 코로나 팬데믹 발생 전부터 이미 침체 조짐이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했다.
약 10년간에 걸친 저조한 경제 성장으로 상가 공실률은 이미 상승세를 타고 있었다. 풍전등화처럼 간신히 지탱하고 있던 상가용 부동산은 코로나 팬데믹의 직격탄을 맞고 현재 한 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내리막길로 접어들었다.
올해 3월 수천만 곳에 달하는 상가가 ‘자의반 타의반’으로 문을 닫은 뒤 많은 업소는 영구 폐업의 수순을 밟았다. 이로 인해 상가 업주, 식당 업주는 물론 건물주까지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현재 남아 있는 상가 중에서도 많은 곳이 앞으로 생존하기 힘들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미 문을 닫은 대형 쇼핑몰은 상가용 건물이 아닌 사무실 또는 창고 등 다른 용도로 빠르게 전환되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코로나 팬데믹이 종료돼도 상가 부동산 분야의 전망이 그다지 밝지 않다고 경고한다. 현재 상가 부동산 분야의 침체가 코로나 팬데믹에 의한 원인뿐만 아니라 공급 과잉에 의한 근본적인 원인도 있었기 때문이다.
미국 상가용 부동산의 인구 당 면적 비율은 다른 국가에 비해 매우 높을 정도로 상가 부동산 쏠림 현상이 심하다는 지적이다.
소비자들의 소비 행태에도 큰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 점도 상가 부문에 대한 전망이 부정적인 원인이다. 이미 온라인 구매가 소비자들의 트렌드로 자리 잡은 가운데 의류, 가구 등 일반 소매 제품보다는 의료, 복지, 주택, 여행 등 여가 생활 등을 위한 지출이 크게 늘고 있어 전통적인 상가에 대한 수요가 더욱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대형 쇼핑몰과 쇼핑센터에 대한 전망은 저조한 반면 일상생활 또는 여가와 관련된 상가 건물 전망은 비교적 안정적으로 조사됐다.
◇ 사무실 건물, ‘재택근무 늘어 수요 감소할 것’
사무실 건물 분야의 전망도 암울하기는 마찬가지다. 올해 초 내려진 자택 대피령 이후 재택근무자가 급증하면서 급감한 사무실에 대한 수요가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과거 아시아 국가에서 전염병이 유행했을 당시에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났지만 일시적인 현상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번 조사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현재 미국에서 나타나고 있는 사무실 수요 감소 추세는 과거와 달리 장기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설문 조사에 참여한 전문가 중 약 92%는 코로나19 백신 등의 치료제가 보급되더라도 사무실에 대한 수요는 지속적으로 감소할 것이라는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특히 재택근무와 사무실 출근을 병행할 경우 업무 효율성이 높은 것으로 조사돼 사무실 수요 역시 하락세로 돌아설 것으로 우려됐다. 한 기관 투자 업체에 따르면 일주일에 3~4일 출근하고 1~2일 원격 근무를 실시할 때 최상의 업무 효율이 나타난 것으로 조사됐다. 사무실 부문 중에서는 의료용 사무실, 플렉스 오피스, 교외 지역의 사무실 부문의 전망이 비교적 긍정적으로 조사됐다.
◇ 주택 부문, ‘임대용 투자 주택 전망 밝아’
단독 주택 부문은 산업용 부동산에 이어 두 번째로 전망이 밝은 부문으로 조사됐다. 코로나19로 인해 신규 수요가 발생했고 밀레니엄 세대와 베이비 부머 세대가 당분간 주택 수요를 지탱할 것이란 전망이다.
30대 중반에 접어든 밀레니엄 세대의 인구는 급격히 팽창 중으로 현재 가장 활발한 주택 구입 활동을 펼치고 있는 세대다. 대부분 60대가 넘은 베이비 부머 세대도 향후 5년간 은퇴자용 주택 시장에서 주요 수요층으로 활약할 전망이다.
이 같은 수요에 맞춰 건설 업체들은 교외 지역 등을 중심으로 다양한 세대가 함께 거주할 수 있는 주택 단지 개발에 나서고 있다.
현재 기록적으로 낮은 수준의 이자율도 주택 수요를 부채질하는데 한몫하고 있다. 사상 최저 수준의 이자율이 주택 시장에서 마치 ‘로켓’연료’와 같은 추진력을 발휘하고 있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경제 침체에 대한 ‘두려움’이 촉발한 수요라고 지적하고 있다.
일시적인 수요 자극 요인이 사라진 뒤에도 주택 수요가 남을 지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단독 주택 부문 중 가장 전망이 밝은 부문은 임대용 투자 주택과 시니어 주택 부문 등이 꼽혔다.
<준 최 객원 기자>
[출처] 미주 한국일보 2020년 12월 1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