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러 우위 마켓, 두 자리 오퍼에 가격 상승
▶융자 사전 승인·경험 있는 에이전트 필요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제 활동 위축 상태가 거의 6개월째 지속하면서 주택시장의 수요공급 곡선에도 확실한 변화가 생겼다. 바이어는 여전히 주택 구매에 나서고 있는데 셀러는 집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결과는 명확하다. 주택 매물이 너무 부족하기 때문에 사려는 사람 사이에서 경쟁이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이는 자연스럽게 가격 경쟁으로 이어지고, 주택담보대출을 끼고 집을 사려는 사람보다 전액 현금을 내겠다는 사람이 더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전국적으로 살펴보면 6월 기준으로 주택시장에 나와 있는 전체 매물은 약 4개월 분량이다. 전국부동산중개인협회(NAR) 로렌스 윤 수석 경제학자는 이에 대해 “상당히 부족하다”고 묘사했다.
가주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역시 같은 6월 기준으로 주택시장 매물은 2.7개월 치 정도만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바이어나 셀러 그 어느 쪽에도 유리하지 않은 상태로 해석되는 상황인 6개월 치 주택 매물 유지와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전문>
코로나19 사태는 전국적으로 주택 매물 수를 감소시켰다.
가주는 2019년 6월부터 코로나19 사태가 한창인 2020년 6월을 비교하면 주택 매매 건수가 13% 줄었다. 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사태는 더욱 심각하다. 주택시장에 나온 매물 건수를 비교하면 무려 43% 감소했다.
가주부동산중개인협회(CAR) 조던 레빈 부수석 경제학자는 “우리는 크게 상반된 모습을 보고 있다”면서 “가주는 지난 수년 동안 보여준 활발한 리스트에서 사상 최대치에 속하는 감소 폭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주택 경제학자들은 특히 가주에서 이같이 급격하게 주택 매물 부족 현상이 벌어지는 원인의 하나로 가주가 다른 주보다 더 엄격하게 자가격리 조처를 시행하고 있다는 점을 꼽았다. 이 때문에 셀러 입장에서는 자신의 집을 마켓에 내놓는데 주저할 수밖에 없다는 해석이다.
샌디에이고 소재 경제시장 분석업체인 엑스페라 그룹의 알랜 네빈 디렉터는 “주택소유주는 사람들이 집 구석구석을 돌아다니거나 부동산중개인 무리가 집을 살펴보는 것을 원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매물이 부족한 것과 달리 수요는 여전히 강한 모습이다. 네빈 디렉터는 가주에서 주택을 구매할 수 있는 고소득 근로자는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불경기의 영향이 미미하다고 말했다. 전체 실업률은 두 자릿수로 뛰었지만, 대졸 이상 가주민의 실업률은 6%에 불과하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샌디에이고 카운티는 단독주택은 1.3개월, 콘도와 타운하우스는 1.7개월 치 매물만 남아 있을 뿐이다.
북가주에서는 샌프란시스코를 중심으로 한 베이지역 외에만 이런 매물 부족 현상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프리몬트 소재 레거시 부동산의 빌 아붐라드 대표는 “정말 매물이 없다”면서 “지난번 부동산 경기 붐이 있었던 때 매물 수보다 훨씬 적은 매물만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은 바이어 입장에서는 불편하다. 다른 바이어와 경쟁해야 하고 더 많은 액수를 써내야 하기 때문이다. 아붐라드 대표는 최근 성사된 2건의 주택 매매에서 한 건은 64만 9000달러를 불렀는데 70만 2000달러에, 다른 집은 115만 달러에 나와 123만 달러에 팔렸다고 밝혔다.
북가주 베이지역은 워낙 집값이 비싸 100만 달러 미만 주택은 매물이 나오기 무섭게 팔리는 상황이라고 지역 부동산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하지만 주택 매물 부족 현상은 가주 뿐만 아니라 전국적인 현상이다. 리얼터닷컴(Realtor.com)은 전국 다수 지역에서 주택 매물이 급감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7월 말까지 액티브 리스팅 기준으로 가주 프레즈노는 61%, 펜실베이니아 앨런타운은 60%, 아이다호 보이시 53%, 유타 솔트레이크시티 52%의 감소율을 나타냈다. 볼티모어, 신시내티, 필라델피아, 켄터키 루이빌과 같은 도시도 모두 45% 이상 매물이 줄었다.
새로운 현실에 적응하기 위해 부동산 중개인은 매물 확보를 위해 편지쓰기 캠페인을 펼치기도 하고 바이어는 가격 경쟁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도 하지만 대부분 결과는 없다.
아붐라드 대표는 “바이어 입장에서는 내 집 마련이 이렇게 어려우냐며 좌절한다”면서 “어떻게 행동해야 될지 난감해하고 있다”고 바이어의 분위기를 전했다.
주택 쟁탈전과 둥지 본능은 팬데믹이 가져온 이상한 현상 가운데 하나이다.
레빈 경제학자는 “집은 그 어느 시기보다 더 중요한 것이 됐고 여기서 사람들은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며 생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셀러가 궁극적으로는 자신에게 유리한 시장환경을 이용하기 위해 매물을 내놓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당분간은 매물 부족현상이 더 심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레빈 경제학자는 “가주는 팬데믹 이전부터 만성적인 주택 부족 위기를 겪어왔다”고 말했다.
만약 지금 구매할 집을 찾는다면 다음과 같은 조건에 유의하면 확률이 높아질 것이다.
▶모기지 융자 사전 승인을 받아라. 셀러 입장에서는 사전 승인받은 준비한 사람과 준비하지 않은 사람에 대한 평가는 천지 차이다. 특히 지금처럼 경쟁이 심한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빠르게 행동해야 한다. 원하는 매물이 있다면 바로 움직여야 한다. 주저하면 놓친다. 가격을 바로 제시해야 한다.
▶가격 제시에 있어 과감해야 한다. 애스킹 가격보다 높은 가격을 써야 할 수 있다. 바이어 에이전트가 ‘가격 상승 조항(escalation clauses)’을 포함하기 시작했다.
▶경험 있는 에이전트를 선택해야 한다. 매물이 나오자마자 연락하고 바로 오퍼를 써넣을 수 있게 도와줄 수 있는 경험 있고 빠릿빠릿한 에이전트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기다.
김병일 기자
[출처] 미주 중앙일보 2020년 8월 1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