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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시장 침체 가능성 낮지만 과대평가된 지역 늘어

By 2022년 05월 31일 No Comments

 

모기지 이자율이 오르고 있지만 주택 가격이 여전히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주택 시장이 이상하게 움직이고 있다며 경고하고 있다. 이자율 상승에도 집값이 여전히 잡히지 않는 것은 만성적으로 부족한 주택 재고에 비해 집을 사려는 수요가 여전히 많기 때문이다.

최근 2년간 주택 가격이 무려 30% 이상 폭등했고 여전히 오름세를 유지하고 있어 조만간 거품이 꺼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 주택 시장 전문가들은 주택 시장이 갑작스럽게 침체하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면서도 조정기에 근접하다는 분석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 전국 96% 지역 집값 과대평가

무디스 애널리틱스의 분석에 따르면 392개 지역 중 대다수인 96% 지역의 집값이 과대평가된 것으로 분석됐다. 이중 약 149개 지역의 집값은 25% 이상 과대평가돼 주택 가격 하락 위험이 높다고 무디스가 밝혔다.

◇ 가주 주민 몰린 보이시 집값 73% 부풀려져

전국에서 집값이 가장 심각하게 과대평가된 도시는 아이다호 주의 주도인 보이시다. 지역 주민 소득 수준을 감안할 때 보이시의 주택 가격은 무려 73%나 부풀려진 것으로 무디스가 평가했다. 보이스 주택 가격이 이처럼 갑자기 치솟은 이유는 타주 유입인구가 많았기 때문이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 기간 중 보이시에 주택을 구입하려는 가주 주민이 몰리면서 집값을 크게 올려놨는데 잔디 이코노미스트는 보이시 주택 가격이 앞으로 현 수준을 유지하기 힘들 것으로 내다봤다.

잔디 이코노미스트는 “보이시의 주택 가격은 향후 정체될 가능성이 높고 일부 투기성 구입이 유입된 지역의 경우 1년 내 5%~10%의 주택 가격 하락이 예상된다”라고 전망했다. 잔디 이코노미스트는 투기성 구입이 늘고 있는 도시로 피닉스와 샬럿을 지목했는데 두 도시의 주택 가격은 각각 46%와 33%씩 과대평가된 것으로 분석됐다.

◇ 소득 대비 모기지 부담 2007년 이후 가장 높아

주택 가격 과대평가에 대한 경고를 낸 것은 무디스 애널리틱스뿐만 아니다. 가주에 본사를 둔 부동산 정보 분석 업체 코어로직 역시 최근 전국 주택 시장 중 65%가 과대평가됐다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 또 다른 부동산 시장 정보 업체 블랙나이츠는 미국 일반 가구가 평균 가격대의 주택에 대한 모기지 페이먼트를 부담하려면 월 가구 소득의 31%를 지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가구 소득 대비 모기지 페이먼트 비율은 집값이 직전 최고점을 찍었던 2007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재산세, 주택 보험료 등 기타 비용까지 포함하면 가구 소득에서 주거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더욱 높아진다.

◇ 10명 중 7명 ‘지금 집 살 때 아니다’

주택 시장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은 일반인들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최근 실시된 조사에서 지금은 주택 구입 시기로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미국인들이 역대 최고 비율을 기록했다. 여론 조사 기관 갤럽은 1978년부터 미국 성인들을 대상으로 현재 주택 구입 여건에 대한 의견을 묻는 설문 조사를 실시해왔다.

올해 4월 1일부터 19일 사이 실시된 조사에서 지금이 주택 구입 시기로 적절하다는 의견을 밝힌 미국인은 조사 대상자 중 30%에 불과 조사 이래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지난해 조사 때만 해도 절반이 넘는 미국인이 주택 구입에 나서도 괜찮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지만 불과 1년 사이 주택 구입 여건을 부정적으로 보는 미국인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 젊을수록 내 집 마련 전망 부정적

주택 구입 시기로 적절하지 않다는 판단은 젊은 층에서 가장 많았다. 18세~34세 성인 중 주택 구입 시기로 적절하다는 답변은 고작 25%로 전 연령대 중 가장 낮았다. 35세~54세 중년층에서도 지금이 주택 구입 시기로 적절하다는 생각은 28%로 작년(52%)에 비해 무려 24% 포인트나 감소했다.

주택 구입 여건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1년 사이 크게 확산된 가장 큰 원인은 모기지 이자율 상승과 매물 부족 등이다. 이번 조사가 실시된 기간 동안 전국 주택 중가 가격은 사상 처음으로 40만 달러를 넘어섰고 지난 1년간 모기지 이자율은 2% 포인트가 넘게 오르는 등 주택 구입 여건이 크게 악화됐다. 여기에 주택 매물 부족 문제가 좀처럼 해결되지 않으면서 주택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어 미국인들의 내 집 마련에 대한 희망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 집값은 계속 올라도 여전히 매력적인 투자 수단

매물 부족 현상이 이어지는 가운데 향후 주택 가격이 더 오를 것으로 전망하는 미국인은 여전히 많았다. 조사에서 약 70%의 미국인은 주택 가격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본다는 생각을 밝혔고 약 18%는 현재 수준에 더 오르지 않을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다. 주택 가격이 떨어질 것으로 예측한 미국인은 12%에 불과했다. 향후 주택 가격이 오를 것으로 보는 미국인은 서부(76%)와 남부(72%)에서 비교적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주택 구입은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지만 부동산이 장기 투자 수단으로 가장 매력적이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었다. 부동산, 주식, 금, 은행 세이빙 계좌, 채권 중 장기 투자 수단으로 가장 매력적인 것으로 꼽으라는 질문에 부동산을 선택한 미국인이 45%로 가장 많았다.

부동산에 이어 매력적인 장기 투자 수단으로 꼽힌 투자 상품은 주식/뮤추얼 펀드(24%), 금(15%), 은행 세이빙/CD 계좌(9%), 채권(4%) 순이었다. 2012년까지만 해도 미국인들은 부동산보다 금을 투자 수단으로 더 선호했으나 2013년 이후 부동산 투자에 대한 관심이 금보다 높아지기 시작했다. 이 시기는 주택 가격이 바닥을 찍고 반등하기 시작한 때다.

<준 최 객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