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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웃돈’ 바이어 출혈 경쟁도 자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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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기지 유예 끝났지만 압류 대란 없을 것
어느덧 아침저녁으로 서늘한 바람이 부는 계절이다. 주택 시장도 한 여름의‘폭염’이 한풀 꺾인 모습이다. 주택 시장을 뜨겁게 달궜던 과열 복수 오퍼 현상이 서서히 자취를 감추고 있고 리스팅 가격을 슬그머니 내리는 셀러도 늘고 있다. 주택 시장 분위기가 이같이 바뀌자 주택 구입 경쟁에서 일단 이기고 보자는 바이어가 출혈 경쟁도 자제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최근 주택 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는 트렌드를 알아본다.
◇ 복수 오퍼 매물 감소
그 어느 해보다 ‘뜨거웠던’ 여름철 성수기가 끝나가면서 주택 시장 과열 양상도 다소 식어가는 분위기다. 매물 한 채에 수십 명의 바이어가 달라붙는 현상이 점차 사라지고 있으며 안 팔리는 집의 가격을 내리는 셀러도 늘고 있다.
최근 들어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복수 오퍼가 크게 감소하고 있다는 것. 부동산 업체 레드핀이 자체 부동산 에이전트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지난 4월만 해도 전체 매물 중 약 74%에 두 명 이상의 바이어가 오퍼를 제출하는 이른바 ‘복수 오퍼’ 매물이었지만 지난 8월 복수 오퍼 매물 비율은 약 59%로 크게 감소했다. 이 같은 복수 오퍼 매물 비율은 올 들어 가장 낮을 뿐만 아니라 2020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 셀러 콧대 꺾이기 시작
이 밖에도 향후 주택 거래 전망치인 주택 구매 계약 체결 건수와 주택 구매용 모기지 신청 건수가 동시에 하락해 주택 시장의 ‘폭염 현상’이 가라앉고 있음을 나타냈다. 특히 하늘 높은 줄 몰랐던 셀러들의 콧대도 한풀 꺾이는 모습까지 나타나고 있다.
온라인 부동산 업체 리얼터닷컴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 8월 시장에 나온 매물 중 가격을 인하한 매물은 전체 중 약 17.3%로 지난 21개월 사이 가장 높은 비율을 기록했다. 8월 중 가격 인하 매물 비율은 주택 시장 수급 상황이 비교적 안정적이었던 2016년과 2019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주택 시장이 정상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로 받아들여진다.
◇ ‘셀러 대 바이어’ 팽팽한 기싸움
이처럼 주택 시장 분위기가 바뀌면서 셀러와 바이어 간 팽팽한 기싸움도 벌어지고 있다. 현재까지 셀러가 주도권을 쥔 셀러스 마켓이지만 8월 중 신규 리스팅이 전년대비 약 4.3% 증가하는 등 매물 부족 현상이 다소 해결 기미를 보이자 바이어들에게도 드디어 자신감이 생기기 시작했다.
레드핀 관계자에 따르면 “셀러들이 높은 가격에 집을 내놓는 현상은 여전하지만 비싼 프리미엄을 지불하고 집을 구입하려는 바이어는 6개월 전에 비해 현저하게 줄었다”라며 “6개월 전 매물 한 채에 25~30건의 오퍼가 제출됐다면 지금은 약 7건 정도로 감소한 상황”이라고 바뀐 주택 시장 분위기를 설명했다.
◇ 가주 다운페이먼트 규모 전국 상위권
가주 주민들의 주택 구입 부담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주택 가격 상승과 함께 주택 구입 대출에 반드시 필요한 다운페이먼트 규모가 전국적으로 치솟고 있는 가운데 가주 주요 도시의 다운페이먼트 금액이 전국 상위권으로 나타났다.
온라인 모기지 대출 기관 ‘렌딩 트리’(Lending Tree)의 조사에 따르면 전국 50대 도시의 평균 다운페이먼트 규모는 약 4만 6,283달러로 조사됐다. 50대 도시 중 다운페이먼트 규모가 가장 높은 도시는 북가주 샌호제로 약 11만 5,138달러였다. 샌호제의 연간 중간 가구 소득인 약 13만 865달러 대비 약 88%에 달하는 다운페이먼트가 있어야 내 집 마련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이어 샌프란시스코의 다운페이먼트 규모는 평균 약 10만 3,016달러로 전국에서 두번째로 높았다.
샌디에고와 LA의 평균 다운페이먼트 금액은 각각 약 8만 5,714달러와 약 8만 3,987달러로 다운페이먼트 순위 3위와 4위를 기록했다. 특히 샌디에고와 LA의 경우 중간 가구 소득 대비 다운페이먼트 비율이 각각 약 102%와 약 108%로 주택 구입 부담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도표 참고>
◇ 모기지 유예 끝나도 압류 대란 없다
모기지 유예 프로그램이 순차적으로 종료되고 있지만 우려했던 주택 압류 대란은 없을 것이란 전망이다. 여전히 약 162만 명에 달하는 주택 소유주들이 모기지 유예 프로그램 수혜 대상으로 곧 종료를 앞두고 있지만 그동안 상승한 주택 가치를 활용하면 주택 압류를 피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CNBC은 약 98%에 해당하는 모기지 유예 프로그램 대상자의 주택 가치가 페이먼트 유예 기간 동안 최소 10% 이상 상승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부동산 시장 조사 기관 블랙나이트의 벤 그라보스키 정보분석 책임자는 “주택 가치 급상승으로 주택 시장으로 급매물이 대거 유입되는 현상은 없을 것”이라며 “페이먼트 유예를 받았던 주택 소유주들이 융자 조정 등의 옵션으로 압류를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블래나이트에 따르면 지난 1년간 전체 주택 자산 가치는 무려 40%나 급등, 모기지 대출자는 1인 당 평균 약 17만 3,000달러에 달하는 주택 자산 가치를 쌓아둔 상태다.
한편 모기지 유예 프로그램 종료로 주택 압류가 증가했지만 우려할만한 수준은 아니다. 주택 정보 업체 애톰 데이터 솔루션스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 8월 주택 압류 신청은 전달 대비 약 27% 상승했다. 부동산 매물 정보 업체 리얼티트랙의 릭 샤가 대표는 “예상대로 주택 압류가 늘었으나 압류 대란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팬데믹 이전 모기지 연체 상태로 압류 절차가 일시 중단됐던 주택의 압류가 재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샤가 대표는 향후 3개월간 주택 압류가 팬데믹 기간에 비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올해 말 이전에 정상 수준으로 회복될 것으로 전망했다.
◇ 비용 정확히 모른 채 내 집 마련 늘어
최근 내 집을 마련한 주택 구입자 중 상당수는 주택 구입 시 발생하는 부대 비용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리얼터닷컴이 주택 보유자 1,800명을 포함, 약 3,000명의 성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 절반에 가까운 약 44%는 주택 구입 부대 비용에 대해서 모르고 있었다. 주택 구입 시 구입 대금 외에도 홈 인스펙션, 서류 관련 비용, 재산세, 주택 보험료, 타이틀 관련 비용 등 적지 않은 비용이 발생한다.
최근 주택 구입자 중 약 11%는 이사 비용을 고려하지 않고 주택 구입에 나섰던 것으로 조사됐다. 부동산 정보 업체 ‘클로징 콥’(Closing Corp)에 따르면 지난해 단독 주택 구입 시 주택 구입자들이 지불한 클로징 비용은 약 6,087달러에 달한다.
<준 최 객원 기자>
[출처] 미주 한국일보 2021년 9월 2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