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한국일보

저소득층 자산축적 기회 잃어, 부유층은‘무브 업’기회

By 2021년 05월 20일 No Comments

약육강식의 정글과 같은 주택 시장
K자형 회복세에 빈부격차 심화 우려

◇ 부유층, 절호의 ‘무브 업’ 기회

이는 부유층의 경우 저금리와 주가 상승, 안정적인 일자리 유지 등으로 주택 구매력이 오히려 상승해 집값이 올라도 큰 어려움 없이 주택 구입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재택근무, 원격 수업 등으로 큰 집에 대한 수요가 발생한 부유층은 저금리를 이용해 주택을 사들이며 자산을 불려가고 있다.

뉴욕 맨해튼에서 북쪽으로 약 35마일 떨어진 차파콰 시는 고가 주택이 즐비한 부촌이다.

지역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2년 전인 2019년만 해도 200만 달러가 넘는 매물은 시장에 나와도 찾는 바이어가 없어 그해 고작 2채만 팔렸다.

그런데 코로나 팬데믹 특수가 시작된 지난해 200만 달러가 넘는 주택의 거래량은 17건으로 늘었고 올해의 경우 4월까지 이미 17채가 팔린 상태다.

◇ 수요 있어도 매물이 없어 거래 감소로 이어져

반면 저가대 매물 시장에서는 탄탄한 수요에도 불구하고 거래량이 크게 줄고 있는데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저가대 매물 시장의 경우 현재 사상 유례없는 매물 부족 현상을 겪고 있다.

이로 인해 집을 사려는 사람은 많지만 거래가 좀처럼 이뤄지기 힘들고 가격 급등으로 인해 일부 바이어들의 주택 구매력이 악화되는 현상만 되풀이되고 있다.

저가대 매물 부족 현상의 가장 큰 원인은 주택 건설 업체들의 고가 주택 위주 분양 전략 때문인 것으로 지적된다.
NAR의 로렌스 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경기 대침체 이후 주택 건설 업체들이 신규 주택 공급을 대폭 줄여 2020년 말 기준 약 380만 채의 주택이 부족한 상황에 이르렀다.

경기가 회복되면서 주택 건설 업체들이 신규 주택 공급을 서서히 늘리기 시작했는데 대부분 마진이 높은 고가 주택 위주여서 저가대 매물 시장은 현재 극심한 매물 부족 현상을 겪은지가 이미 수년째다.

‘전국 주택 건설업 협회’(NAHB)의 로버트 디에츠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목재 가격 상승과 건설용 부지 가격 급등, 지자체의 까다로운 건축 허가 절차 등으로 수익이 낮은 저가 주택 분양이 쉽지 않다”라고 설명했다.

목재 가격은 지난해 4월 이후 무려 약 200% 폭등해 신규 주택 분양 가격이 평균 약 2만 4,000달러나 상승했다.

고가 주택 시장도 신규 주택 공급이 더디 편이지만 재판매 주택 공급이 최근 들어 꾸준히 이어지면서 매물 부족 현상이 상대적으로 덜한 편이다.

부동산 중개 업체 레드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고가 주택 신규 매물은 전년대비 약 15.8% 증가해 고가 주택 거래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 자산 축적 기회 잃는 서민층

매물 부족에 따른 가격 급등 현상도 저가대 바이어들의 내 집 마련을 가로막는 요인이다.

가격 급등으로 인한 구매력 악화로 저가대 바이어들은 생애 첫 주택 구입 기회를 잡지 못해 부유층과의 자산 격차만 점점 벌어지는 실정이다.

타이틀 보험업체 퍼스트 아메리칸 마크 플레밍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저소득층에게는 주택 보유가 가장 큰 자산 축적의 기회”라며 “그러나 최근 주택 구입의 길이 막혀 자산 축적의 기회를 잃는 저소득층이 크게 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지난 2월 주택 가격은 15년래 가장 빠른 속도로 상승했다.

S&P케이스-실러 전국 주택 가격 지수는 2월 전년 동기 대비 약 12%나 급등한 것으로 집계됐는데 2006년 이후 가장 높은 상승폭이다.

주택 가격 상승세는 저가대 매물 시장에서 특히 뚜렷하게 나타나 서민들의 주택 구입 여건을 불리하게 만들고 있다.

레드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가장 낮은 가격대의 매물은 가격이 전년보다 약 16.5%나 급등했다.

금융 기관 PNC 파이낸셜 서비스의 애비 오모던비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현재의 주택 시장 붐이 올해 내내 이어질 것”이라며 “주택 가격 상승세가 지속되면 주택 구입 여건이 상당히 악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준 최 객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