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재고가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져‘지금이 아니면 장기간 내 집을 마련하지 못할 수도 있다’라는 두려움도 퍼져 있다.
내 집 마련에 대한 불안감은 주로 저가대 매물을 찾는 바이어들 사이에 많아 저가대 매물 부족과 이로 인한 거래 부족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반면 고가 주택 시장에서는 매물이 꾸준히 나와 거래가 그런대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고가 매물 구입층인 부유층은 낮은 이자율과 보유 자산 증가 등 코로나 팬데믹 특수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USA투데이는 주택 시장에 뚜렷이 나타나고 있는 K자형 회복세가 빈부격차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 주택 시장은 지금 ‘약육강식의 정글’
크리스틴과 오스카 로드리게즈 부부는 생애 첫 주택을 장만하기 위해 지난 5년간 피땀 흘려 돈을 모았다.
아이오와 주 디모인의 모빌홈을 렌트해 생활하는 부부는 지난해부터 내 집 보유에 대한 열망이 더 간절해졌다.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자녀 6명을 키우는 부부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자녀들이 모두 집에서 수업을 듣다 보니 가뜩이나 작은 집이 더 협소하게 느껴지기 시작한 것이다.
결국 큰맘 먹고 본격적인 내 집 장만에 나선 부부는 마치 약육강식의 정글과 같은 주택 시장 상황에 할 말을 잃고 말았다.
부동산 에이전트에게 의뢰해 15만 달러~20만 달러 가격대의 매물을 찾아달라고 했고 그렇게 해서 이제 막 시장에 나온 ‘따끈따끈한’ 매물 25채를 보러 가기 직전이었다.
그런데 매물을 보러 가려는 약속을 잡기도 전에 대부분 매물이 이미 다른 바이어와 구매 계약이 체결됐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나마 어렵사리 보고 온 매물은 보고 난 뒤 몇 시간도 되지 않아 다른 바이어의 손에 넘어갔다.
◇ ‘전광석화’처럼 팔리는 저가 매물
주택 시장에서 현재 부부가 찾는 가격대의 매물은 그야말로 전광석화처럼 팔려나가고 있다.
USA 투데이에 따르면 저가대 주택 매물 부족 현상은 비단 아이오와만의 현상이 아니라 전국적인 현상으로 저가대 주택 거래 감소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전국 부동산 중개인 협회’(NAR)에 따르면 올해 2월 10만 달러~25만 달러의 저가대 매물 거래량은 폭발적인 수요에도 불구하고 극심한 매물 부족으로 약 11%나 감소했다.
이보다 더 가격대가 낮은 10만 달러 미만 매물의 거래는 아예 매물이 없어 약 26%나 급감한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100만 달러가 넘는 매물은 매물 공급이 어느 정도 이뤄지고 있는 데다 낮은 이자율에 따른 구매력 상승으로 거래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NAR에 따르면 지난 2월 전국적으로 100만 달러 이상 주택 거래량은 무려 약 81%나 급증했는데 USA 투데이는 주택 시장에 ‘K자형’ 회복이 뚜렷하게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이른바 코로나 팬데믹 특수로 주택 가격이 급등하고 있는데 주택 가격이 크게 오른 지역일수록 주택 거래량도 증가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약육강식의 정글과 같은 주택 시장
K자형 회복세에 빈부격차 심화 우려
◇ 부유층, 절호의 ‘무브 업’ 기회
이는 부유층의 경우 저금리와 주가 상승, 안정적인 일자리 유지 등으로 주택 구매력이 오히려 상승해 집값이 올라도 큰 어려움 없이 주택 구입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재택근무, 원격 수업 등으로 큰 집에 대한 수요가 발생한 부유층은 저금리를 이용해 주택을 사들이며 자산을 불려가고 있다.
뉴욕 맨해튼에서 북쪽으로 약 35마일 떨어진 차파콰 시는 고가 주택이 즐비한 부촌이다.
지역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2년 전인 2019년만 해도 200만 달러가 넘는 매물은 시장에 나와도 찾는 바이어가 없어 그해 고작 2채만 팔렸다.
그런데 코로나 팬데믹 특수가 시작된 지난해 200만 달러가 넘는 주택의 거래량은 17건으로 늘었고 올해의 경우 4월까지 이미 17채가 팔린 상태다.
◇ 수요 있어도 매물이 없어 거래 감소로 이어져
반면 저가대 매물 시장에서는 탄탄한 수요에도 불구하고 거래량이 크게 줄고 있는데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저가대 매물 시장의 경우 현재 사상 유례없는 매물 부족 현상을 겪고 있다.
이로 인해 집을 사려는 사람은 많지만 거래가 좀처럼 이뤄지기 힘들고 가격 급등으로 인해 일부 바이어들의 주택 구매력이 악화되는 현상만 되풀이되고 있다.
저가대 매물 부족 현상의 가장 큰 원인은 주택 건설 업체들의 고가 주택 위주 분양 전략 때문인 것으로 지적된다.
NAR의 로렌스 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경기 대침체 이후 주택 건설 업체들이 신규 주택 공급을 대폭 줄여 2020년 말 기준 약 380만 채의 주택이 부족한 상황에 이르렀다.
경기가 회복되면서 주택 건설 업체들이 신규 주택 공급을 서서히 늘리기 시작했는데 대부분 마진이 높은 고가 주택 위주여서 저가대 매물 시장은 현재 극심한 매물 부족 현상을 겪은지가 이미 수년째다.
‘전국 주택 건설업 협회’(NAHB)의 로버트 디에츠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목재 가격 상승과 건설용 부지 가격 급등, 지자체의 까다로운 건축 허가 절차 등으로 수익이 낮은 저가 주택 분양이 쉽지 않다”라고 설명했다.
목재 가격은 지난해 4월 이후 무려 약 200% 폭등해 신규 주택 분양 가격이 평균 약 2만 4,000달러나 상승했다.
고가 주택 시장도 신규 주택 공급이 더디 편이지만 재판매 주택 공급이 최근 들어 꾸준히 이어지면서 매물 부족 현상이 상대적으로 덜한 편이다.
부동산 중개 업체 레드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고가 주택 신규 매물은 전년대비 약 15.8% 증가해 고가 주택 거래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 자산 축적 기회 잃는 서민층
매물 부족에 따른 가격 급등 현상도 저가대 바이어들의 내 집 마련을 가로막는 요인이다.
가격 급등으로 인한 구매력 악화로 저가대 바이어들은 생애 첫 주택 구입 기회를 잡지 못해 부유층과의 자산 격차만 점점 벌어지는 실정이다.
타이틀 보험업체 퍼스트 아메리칸 마크 플레밍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저소득층에게는 주택 보유가 가장 큰 자산 축적의 기회”라며 “그러나 최근 주택 구입의 길이 막혀 자산 축적의 기회를 잃는 저소득층이 크게 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지난 2월 주택 가격은 15년래 가장 빠른 속도로 상승했다.
S&P케이스-실러 전국 주택 가격 지수는 2월 전년 동기 대비 약 12%나 급등한 것으로 집계됐는데 2006년 이후 가장 높은 상승폭이다.
주택 가격 상승세는 저가대 매물 시장에서 특히 뚜렷하게 나타나 서민들의 주택 구입 여건을 불리하게 만들고 있다.
레드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가장 낮은 가격대의 매물은 가격이 전년보다 약 16.5%나 급등했다.
금융 기관 PNC 파이낸셜 서비스의 애비 오모던비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현재의 주택 시장 붐이 올해 내내 이어질 것”이라며 “주택 가격 상승세가 지속되면 주택 구입 여건이 상당히 악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준 최 객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