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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이션 잡기 위해 주택시장 희생시키나

By 2022년 11월 23일 No Comments

▶ 연준 4연속 자이언트 스텝 여파

▶ 집값 하락 폭도 주목할 만한 수준

제롬 파월‘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지난 2일 4연속 ‘자이언트 스텝’(기준 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발표하면서 다시‘매파적’(강경) 발언을 내놓았다. 파월 의장은“인플레이션을 잡지 못해 악화하도록 내버려 두는 것은 긴축 정책에 따른 위험보다 훨씬 더 위험하다”라며“기준 금리 인상으로 경제 성장 둔화 폭이 커질 경우 그에 대비한 정책 수단을 갖고 있다”라고 밝혔다.

3차례에 걸친 자이언트 스텝에도 인플레이션이 만족할 만한 수준으로 떨어지지 않고 있다는 속뜻인데 불똥은 다시 주택 시장에 떨어질 전망이다. 경제 전문지 포춘이 Fed 기준 금리 인상에 따른 향후 주택 시장 전망을 분석했다.

◇ 인플레 잡기 위해 주택 시장 희생 불가피

파월 의장 역시 최근 기자 회견에서 “지속된 긴축 정책은 주택 시장에 더 많은 고통을 의미한다”라며 주택 시장 침체가 불가피하다는 것을 인정했다. 파월 의장은 “주택 시장이 현재 고금리에 큰 충격을 받고 있다”라며 “주택 시장은 매물 수급이 균형을 이루는 상태로 돌아갈 필요가 있다. 우리 모두가 주택 시장 상황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다.”라고 주택 시장에 대한 Fed의 입장을 전했다.

◇ ‘힘든’ 조정 터널 지날 것

지난 6월 1차 자이언트 스텝을 발표할 당시 파월 의장은 주택 시장 ‘재조정’(Reset)이란 단어를 처음 사용했다. 파월 의장은 “집값이 지난 2년 동안 너무 가파르게 오르는 것을 봐왔다. 주택 바이어 또는 내 집 마련을 앞둔 젊은 층이라면 ‘재조정’이 필요할 것이다. 주택 매물 수급이 균형을 이루고, 인플레이션이 떨어져 모기지 이자율이 다시 낮아지는 상태로 돌아갈 필요가 있다.”라며 기준 금리 인상 목적과 주택 시장에 미칠 파급 효과에 대해 설명한 바 있다.

파월 의장은 당시 언급한 ‘재조정’이 주택 가격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확실한 언급이 없었다. 그러나 9월 열린 회의에서 Fed의 통화 정책으로 인해 주택 시장이 힘든 조정기에 진입할 것이라고 처음 인정했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 애널리틱스의 마크 잰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모기지 이자율 3%대의 주택 시장이 급격한 이자율 상승으로 인해 수요와 공급이 균형점을 찾아가는 시기를 주택 시장 조정기로 정의한다.

Fed의 4차례에 걸친 급격한 기준 금리 인상에도 주식 시장은 큰 요동 없이 비교적 안정적인 등락 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반면 주택 시장은 주식 시장과 달리 주택 거래가 뚝 끊기는 등 기준 금리 인상에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데 잰디 이코노미스트는 주택 가격 하락 압력이 점차 커지는 것으로 보고 있다.

◇ 집값 하락 폭 ‘주목할 만한’ 수준 될 것

지난 6월 1차 자이언트 스텝 당시 파월 의장은 “(기준 금리 인상으로) 모기지 이자율 급등이 나타나더라도 주택 가격 하락으로 이어질지 여부는 불확실하다”라는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그런데 지난 2일 4차 자이언트 스텝을 발표하면서 “일부 지역에서 주택 가격 하락 현상이 목격되고 있다”라며 기존 입장을 바꿨다.

최근 발표된 주택 가격 통계치가 파월 의장의 최근 발언을 뒷받침했다. 케이스-실러 전국 주택 가격 지수에 따르면 미국 주택 가격은 6월과 8월 사이 1.3% 하락했는데 이는 2012년 이후 10년 만에 처음 하락세로 돌아선 것이다.

연준 강경파로 분류되는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는 지난달 켄터키 대학 연설에서 “주택 시장 조정 강도가 약할 것으로 보지만 주택 시장이 정상화될 때까지 큰 폭의 수요 감소와 주택 가격 하락 가능성을 부인할 수 없다”라며 “주택 가격 하락 폭은 ‘주목할 만한 수준’이 될 것”이라며 의미심장한 발언을 했다.

◇ ‘팬데믹 붐’ 완전 종료

2020년 봄 실업률이 두 자릿수 비율로 치솟으며 경기 침체가 찾아왔지만 주택 시장은 이미 호황기에 진입할 준비 중이었다. 당시 주택 수요가 폭발적으로 쏟아져 나오면서 주택 시장에는 전례 없는 호황이 시작됐다. 도심 봉쇄령이 내려지자 도심 거주 부유층은 외곽 지역에 2차 주택을 찾아 나서기 시작했다.

재택근무가 가능해지면서 외곽 지역으로 주택 수요가 몰렸고 일부는 더 싼 가격을 찾아 아예 교외 깊숙한 지역에 주택을 마련하는 현상도 나타났다. 주택 가격이 들썩이자 낮은 모기지 금리를 앞세운 투자자까지 가세해 주택 시장은 들끓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제 주택 시장 열기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모기지 이자율 상승과 동시에 주택 수요는 한순간에 꺼지고 말았다. 2차 주택 구입 수요는 자취를 감춘 지 이미 오래다. 주택 가격 상승에 제동이 걸리고 이자율이 오르면서 수익성이 악화된 부동산 투자자는 투자 중단을 선언한 상태다. 사무실 출근이 다시 늘어 재택근무용 주택 수요도 찾아보기 힘들다.

◇ 모기지담보부 증권 시장 마비

Fed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정책을 시행하면 모기지 이자율은 상승한다. 최근에도 이 같은 현상이 어김없이 나타났다. Fed의 기준 금리 인상과 함께 모기지 이자율은 1년 사이 3.09%에서 7.3%로 두 배 이상 치솟았다.

일반적으로 모기지 이자율은 10년 만기 국채 이자율보다 약 1.75%포인트 높은 수준에서 형성된다. 그런데 최근 국채 이자율과 모기지 이자율 간 금리 격차가 3%포인트 이상 벌어져 ‘모기지 담보부 증권’(MBS) 시장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MBS 매입으로 금융 시장에 유동성을 제공한 Fed가 매입 규모를 축소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또 모기지 대출자들이 현재 높은 이자율을 향후 재융자를 통해 낮은 이자율로 갈아탈 경우 MBS 투자 수익률이 떨어질 것을 우려한 투자자들이 MBS 매입에 신중을 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준 최 객원 기자>

[출처] 미주 한국일보 2022년 11월 1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