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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랜드 엠파이어’신규주택 분양 ‘과열’

By 2020년 09월 04일 No Comments

▶ 인근 카운티 집값 급등, 도심 이탈 현상에 교외 주택 수요 늘어

 

인근 카운티 집값 급등과 도심 이탈 현상으로 인랜드 엠파이어 주택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 [준 최 객원기자]

블룸버그 통신이 LA 동부 인랜드 엠파이어 지역 주택 시장 열기를 보도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 지역 주택 시장 과열 현상이 코로나 팬데믹 이후 도시 탈출 수요와 도심 주택 가격 급등이 빚은 현상으로 분석했다. 보도에 따르면 온태리오 지역의 경우 신규 분양 주택 구입을 위해 일부 구입자들은 하룻밤을 꼬박 지새우는 등 마치 한국 신규 아파트 분양 현장을 방불케 했다.

◇ 신규 주택 분양받으려 전날부터 밤새

폭염이 절정을 이룬 지난 8월 14일 정오. LA 다운타운에서 동쪽으로 약 45마일 떨어진 온태리오 시의 기온은 이미 화씨 104도를 훌쩍 넘어섰다. 그러나 중국계 주택 개발업체 ‘랜드시 홈스’(Landsea Homes)가 분양하는 신규 주택 단지 ‘쉐이드 트리’(Shade Tree) 분양 사무실 앞에는 이미 약 30명의 구입자들이 길게 줄을 서고 있었다.

이들 중 일부는 자신이 원하는 주택을 남보 다 먼저 분양받기 위해 하루 전부터 와서 밤새 기다리는 경우도 있었고 해가 뜨고 기온이 오르자 준비 해온 우산으로 해를 가리기도 했다.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대부분 마스크를 착용하는 불편함도 감수하고 거리두기를 지키느라 예전보다 줄이 길게 늘어서는 진풍경도 펼쳐졌다.

하루 전에 도착한 대기 구입자 중에는 올해 34세로 생애 첫 주택 구입에 도전하는 제이슨 알론조도 있었다. 현직 소방관으로 해병대 출신인 알론조는 군경험이 있어 ‘야외 취침’은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주택 구입 경험은 전무하다.

알론조가 분양 사무실을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한 달 전에도 줄을 섰지만 늦게 오는 바람에 원하는 주택을 분양받지 못해 이번에는 전날 7번째로 일찌감치 도착해서 원하는 주택을 선택할 수 있었다. 9개월째 임신한 아내를 둔 알론조가 분양받은 주택은 침실 5개짜리로 분양가는 약 68만 달러다.

◇ 인근 카운티 집값 급등, 도심 이탈 현상

교외 지역인 점을 감안하면 분양가격이 첫 주택구입자가 감당하기에 만만한 수준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근 LA 카운티, 오렌지카운티, 샌디에고 카운티의 주택 가격이 살인적인 수준인데다 코로나19 이후 도시를 이탈하려는 현상이 많아져 교외 지역 주택 수요는 당분간 늘어날 전망이다.

어바인 소재 토지 전문 중개 업체 호프만 컴퍼니의 저스틴 에세이언 수석 부대표는 “밀레니얼 세대 수요 증가로 리버사이드 카운티 일부 개발 부지는 이번 달에만 가격이 약 10%(전년대비) 상승했다”라며 “주요 주택 개발 업체들이 첫 주택 구입자 수요를 잡기 위해 인랜드 엠파이어 지역 신규 주택 개발을 대폭 확대 중”이라고 최근 주택 건설업계의 추세를 설명했다.

인랜드 엠파이어 지역은 샌버나디노 카운티와 리버사이드 카운티를 합하여 부르는 별칭으로 인구는 약 450만 명이다. 사막 기후처럼 주택 시장도 과거 뜨겁게 달아올랐다가 하루아침에 폭락하며 전국적인 주택 시장 침체를 이끌기도 했다.

이른바 서브 프라임 사태가 불어닥쳤던 10여년전 인랜드 엠파이어 주택 가격은 무력 약 60%라는 대폭락을 경험했다. 그랬던 이 지역에 최근 교외 지역 주택 구입 열풍이 불면서 주택 가격이 7월 한 달에만 약 10.5% 급등, 2006년 최고 수준보다 약 10%보다 높은 약 42만 달러(재판매 주택 중간가격·가중 부동산 중개인 협회 자료) 를 넘어섰다.

◇ 수요 몰림 현상 얼마나 갈지 두고 볼 일

온태리오에 본사를 둔 주택 개발 업체 프런티어 커뮤니티스의 7월 한 달 판매 실적도 지난해 7월 실적보다 무려 3배나 늘었다. 프런티어 커뮤니티스는 10년 만에 찾아온 ‘붐’에 요즘 바쁜 시기를 보내고 있다.

낮은 이자율과 코로나19 사태가 단독 주택에 대한 수요를 부채질하고 있는 현상에 대해 지미 프레비티 대표는 ‘기쁨 반 우려 반’이다. 교외 지역 선호 현상과 낮은 이자율에 의한 인위적인 주택 수요 증가 현상이 얼마 오래 갈지가 의문이다.

최근 교외 지역으로 주택 구입자들이 몰리고 있는 현상은 미국 경제 위축과 실업률 급등과 맞물려 나타나기 시작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정부가 주택 압류와 주택 시장 침체를 막기 위해 이자율을 낮추고 대대적인 경기 부양을 시작하면서 교외 지역을 중심으로 주택 수요가 불붙기 시작했다.

일부 과열 양상으로 치닫는 주택 시장 회복세는 코로나19 사태 해 추이와 정부의 경기 부양책 지속 여부에 전적으로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싱크탱크 ‘미국 기업 연구소’(AEI) 주택 부분 에드 핀토 디렉터는 “주택 시장 침체는 피했지만 동시에 인위적으로 회복세를 부풀리는 측면도 있다”라고 ‘거품’을 우려했다.

◇ FHA 대출자 비율 높은 점 취약

경제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 명령에 따라 지급될 예정인 특별 추가 실업 수당이 장기간 지급되기 힘들 전망으로 경제가 조기 회복되지 않으면 실업자들에 의한 보유 주택 급매 또는 압류 사태가 발생할 것이란 우려를 내놓고 있다.

현재 모기지 유예 프로그램에 따라 최장 1년간 유예 혜택을 받는 보유자가 많지만 이미 대형 은행은 대규모 연체 사태에 대비 중이다. JP모건체이스와 웰스파고 등 6대 모기지 대출 은행은 모기지 부실 대출 ‘쓰나미’에 대비해 약 350억 달러에 달하는 자금을 확보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지부진한 경제 회복으로 주택 시장이 침체할 경우 ‘순자산’(에퀴티)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최근 주택 구입자들이 가장 먼저 타격을 입게 된다. 특히 인랜드 엠파이어 지역의 경우 다운페이먼 비율은 낮고 대출액 비율은 높은 FHA대출자 비율이 높아 주택 시장 침체 발생 시 특히 취약하다. ‘모기지 은행업 협회’(MBA)에 따르면 올해 2분기 FHA 융자 연체 비율은 컨벤셔널 융자의 2배로 1979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준 최 객원 기자>

[출처] 미주 한국일보 2020년 9월 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