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중앙일보

아무리 급해도 ‘로케이션’ 고려, 인스펙션 필수

By 2021년 09월 23일 No Comments
  • [바이어·셀러가 피해야 할 5가지 실수]
  • 온 가족이 살 집 직접 눈으로 봐야
  • 휴가용 주택 막대한 유지비용 주의
  • 셀러 ‘내 눈에만 예쁜 집’ 착각 금지
  • 양도세 절감·철저한 상속 전략 필요

집을 사거나 팔면서 감정에 휩싸이면 손해라는 게 부동산 업계의 정설이다. 집은 가족의 안식처인 동시에 투자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특히 요즘 같은 광란의 주택시장인 경우는 셀러든, 바이어든 집과 사랑에 빠지면 눈이 멀면서 다른 중요한 것들을 놓치기 쉽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부동산 에이전트, 재정 플래너, 인테리어 디자이너와 기타 전문가들을 통해 집을 사거나, 팔면서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는 팁을 전했다. 특히 요즘 시장 분위기에서 가장 흔히 저지를 수 있는 실수들을 소개함으로써 보다 좋은 결정을 유도했다.

▶바이어의 5가지 실수

① 그저 그런 로케이션

멋진 집의 모습에 반해 간과하는 최대 실수는 입지 선택이다. 특히 요즘은 매물 부족으로 원하는 로케이션에서 집을 구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마이애미 ‘더글라스 엘리만’ 부동산의 디나 골든테이어 디렉터는 “요즘 마이애미 해변에서 현명한 바이어들은 다리 옆이나 비행기 항로 아래라도 따지지 않고 오직 마이애미 해변이라는 이유로 집을 선택한다”고 말했다.

나쁜 로케이션은 집을 되팔 때 최대 악재다. 욕실을 더하거나 침실을 넓히는 것은 가능하지만 보이는 풍경이나 거리의 위치는 절대로 바꿀 수 없다. 시장이 요즘처럼 뜨겁지 않을 미래에 집을 판다면 후회가 될 결정이 될 수 있다.

② 직접 보지 않은 집

테네시 ‘파크스 부동산’의 신디 스탠튼 에이전트는 제아무리 전문가가 찍은 사진도, 3D 투어와 버추얼 워크 스루 기술도 직접 방문해 살펴보는 것을 따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스탠튼 에이전트는 최근 캘리포니아에서 사진과 동영상만 보고 이주해 온 바이어가 실제 집을 보고 실망해서 추가로 돈을 들여 고친 뒤 다시 매물로 내놨다고 전했다.

베벌리힐스 ‘헤더 앤 리어카’의 리어카 보스낵 에이전트는 “가족 중 한두 명만 집을 보고 결정해도 바이어의 후회는 피하기 힘들다”며 “혼자서 집을 보고 나와 현관에서 결정한다면 틀릴 확률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③ 인스펙션 건너뛰기

셀러 위주인 현재 분위기에서 어필하기 위해 인스펙션을 생략하는 경우가 있지만, 덴버에 위치한 부동산 투자회사 ‘아틀라스’의 빈센트 도리오 대표는 큰 실수라고 단언했다.

실제 그의 한 고객은 하수관 검사를 건너뛰려다가 도리오 대표의 권유로 막판에 조사했다. 결과는 지하 파이프에서 깨진 부분을 발견한 것. 미리 발견한 덕분에 셀러에게 2만 달러의 수리비를 부담시킬 수 있었다.

헌집 허물고 새집을 짓는다고 해도 인스펙션은 필수다. 마이애미 ‘질스제더 그룹’의 주디 제더 에이전트는 “오래된 집은 지하에 정화조가 있을 수 있고 지붕에는 석면 재질이 있을 수 있다”며 “꼼꼼한 인스펙션 만이 나중에 큰 피해를 없앨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④ 휴가용 주택

휴가용 주택은 대개 좋은 입지를 자랑해서 바이어가 혹하기 쉽다. 그러나 조지아의 ‘아메리프라이즈 파이낸셜’ 윌 로저스 재정 전문가는 유지비가 비싸다고 경고했다.

그는 “리노베이션, 수리비와 사는 동안 유지비를 간과하는 바이어가 많다”며 “당장 멋지고 살기 좋은 집만 생각했다가는 선택한 뒤에 추가로 드는 비용 때문에 허리가 휘는 악몽을 경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최근 미네아폴리스의 한 호숫가에 30만 달러로 리스팅된 집을 사려다가 만 바이어는 머지않은 시일 내에 건물 전체의 배전, 냉난방시설과 지붕을 고쳐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거래를 하지 않았다. 이 바이어는 “집을 유지하려고 세컨드 잡을 뛰기는 싫었다”고 말했다.

⑤ 본인 마음대로 하기

어떤 색깔로 집을 칠하고, 어디에 주차하며, 얼마나 자주 잔디를 깎을지 정했는지 말할 수 있는 바이어는 많지 않다.

LA의 인테리어 디자이너인 크리스티 넬슨은 “HOA 등이 각종 규정을 만들어 커뮤니티에 적용하는 곳의 집을 구매한다면 선택의 폭이 넓지 않다”며 “반드시 원하는 바가 있다면 다른 선택을 해야지 아니면 정신적으로 감정적으로 힘든 일상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셀러의 5가지 실수

① 최악의 모습 보이기

본인이 사는 집을 사랑하면 바이어가 찾을 수 있는 흠집을 알아채지 못할 수도 있다.

시애틀 ‘리맥스 부동산’의 존 매닝 에이전트는 “아무리 셀러 위주의 시장이고 매물이 부족해도 정돈되지 않은 집을 사고 싶은 바이어는 없을 것”이라며 “제값보다 덜 받을 생각이라면 모를까 바이어를 맞을 준비는 철저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② 양도세 준비 생략

집을 팔아 생긴 차익에는 양도세가 매겨진다. 로저스 재정 전문가는 집의 가치를 높인 업그레이드 등은 관련 서류가 있는 경우 세금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조건이 된다고 강조했다.

최근 집을 판 한 셀러는 큰 차익을 남겼다. 과거 6만4000달러에 샀던 집을 45만7000달러에 팔아 개인 기준 25만 달러까지 가능한 국세청(IRS)의 양도세 면제 조건을 넘어선 것이다. 막대한 세금을 부담해야 할 상황에서 로저스는 지붕 수리, 데크 확장 등을 증명할 자료를 찾아 세금폭탄을 피할 수 있었다.

③ 상속 과정 실수

매닝 에이전트는 최근 교외 지역에 나온 50만 달러 주택을 원하는 바이어를 도왔다. 그러나 타이틀 조사 과정에서 해당 부동산이 형제간 법적 다툼 중인 사실을 알아냈다.

매닝은 “사망한 부모가 상속자인 아들들에게 정확한 유언을 남기지 않아 다툼이 벌어졌던 것”이라며 “바이어는 사실을 알고 복잡한 상황을 피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뉴욕의 공인회계사(CPA)인 프랭크 리비에조는 “자녀가 집을 잘 갖고 있어 주길 바라면서 상속하는 경우도 있지만, 간혹 유지와 관리에 부담을 느껴 제값을 받지 못하고 팔아버리는 경우도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④ 임시방편으로 얼버무리기

이미 집에 문제가 있는데 바이어는 알아채지 못할 것이라고 착각하는 셀러가 얼마나 될까.

매닝 에이전트는 “집의 상태에 관한 정보 제공은 상호 신뢰의 문제”라며 “만약 뭔가 숨기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면 바이어도 공격적으로 대응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플로리다주 데스틴의 신디 콜 에이전트는 휴가용 임대 주택의 수입을 부풀린 셀러의 예를 들며 “정보를 숨기는 건 물론, 잘못된 걸 알려주는 것도 신뢰를 훼손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⑤ 억지로 관철하기

샌타바버라의 건축가인 팀 고터는 부인의 허락도 없이 남편이 휴가용 주택을 판 이야기를 들려줬다. 분노한 부인이 새로운 휴가용 주택 짓기에 나서자 남편은 본인이 판 집을 더 비싼 값에 되샀다.

고터는 “요약하면 남편은 2년이 지난 뒤 더 비싼 값을 주고 되사려고 부인과 상의도 없이 부동산을 팔았던 것”이라며 “그사이 쓰지 않아도 될 건축 디자인과 인허가 비용만 낭비했다”고 말했다.

류정일 기자
[출처] 미주 중앙일보 2021년 9월 2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