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중앙일보

소리소문없이 집 파는 ‘포켓 리스팅’ 유행

By 2021년 08월 26일 No Comments
  • MLS 통하지 않고 소수 바이어에만 공개
  • 팬데믹 이후 전체 거래의 2.8%로 증가세
  • 셀러 마켓 여유 속 사생활 보호 등 장점
  • 평균 17% 낮은 가격·현행법 위반 부담도
여전히 뜨거운 주택시장에서 일부 셀러는 의도적으로 바이어의 눈에 잘 띄지 않는 예사롭지 않은 방법으로 집을 팔고 있다. 잘못 읽은 게 아니다. 어떤 셀러는 최대한 바이어끼리의 경쟁을 최소화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소위 ‘포켓 리스팅(Pocket Listing)’이라고 불리는 방식이 인기를 끌고 있다. 때로 ‘단독 리스팅(Office Exclusive Listing)’이나 ‘오프-MLS 리스팅(Off-MLS Listing)’으로 통하는데 핵심은 절대 공개적으로 리스팅을 하지 않는 것이다.

▶포켓 리스팅 인기

보통은 리스팅 에이전트가 매물이 나오면 지역 데이터베이스인 ‘멀티 리스팅 서비스(MLS)’에 등록한다. 일단 등록되면 다른 에이전트들과 정보가 공유되고 레드핀, 질로, 리얼터닷컴 등의 웹사이트에도 오른다.

그러나 포켓 리스팅은 MLS에 등록되지 않기 때문에 다른 에이전트도 알 수 없고 부동산 웹사이트에서도 정보를 찾을 수 없다. 대신 리스팅 에이전트가 지정한 다른 에이전트에게 전파되고 단독으로 특정 바이어그룹에게 알려진다.

부동산 블로그 ‘홈라이츠 바이어 리소스 센터’의 앰버토펜 에디터는 “포켓 리스팅은 개별적으로 거래되는 방식”이라며 “바이어들은 특정 브로커나 리스팅 에이전트 등과 특별하게 연결된 이들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통계상 포켓 리스팅을 통해 거래되는 주택의 규모를 알 수는 없지만, 전문가들은 팬데믹 이후 증가 추세인 점은 분명하다고 전했다. 실제 레드핀의 분석에 따르면 리스팅과 동시에 ‘판매 완료’ 또는 ‘판매 중’이라고 표시된 매물은 2019년 6월 1.8%에서 올해 6월 2.8%로 늘었다.

상식 밖의 거래 행태에 대해 레드핀의 데릴 페어웨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낯선 사람이 본인의 집안을 둘러보는 것을 싫어하는 셀러가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당연히 요즘 리스팅 에이전트는 대기 중인 바이어가 차고 넘치기 때문이다.

페어웨더는 “포켓 리스팅은 원래 부유층이나 유명인 등이 본인이 자신의 집을 팔려고 하는 사실을 알리기 싫을 때 애용됐던 방법”이라며 “하지만 이제는 일반인도 많이 애용하는 방식이 됐다”고 전했다.

▶장점-사생활 보호

집을 팔려고 내놓고 싶지만, 너무 많은 낯선 사람이 들락거리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면 포켓 리스팅은 셀러의 통제권을 지켜주고 결과적으로 사생활도 보호해준다.

토펜 에디터는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고급 주택을 파는 경우나 유명인이 많이 사는 동네에 살면서 이혼을 했는데 남에게 이런 사실을 알리기 싫어하는 셀러가 포켓 리스팅을 주로 원한다”고 빗대어 말했다.

방문하는 바이어가 끊임없기를 바라는 셀러도 있지만, 이들은 낯선 이들이 다녀간 집의 상태가 점점 실망스러워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모든 바이어가 셀러나 리스팅 에이전트가 강조하는 에티켓을 지키는 것이 아니기 때문으로 잘 청소해둔 집이 우르르 몰려든 바이어들로 인해 흙바닥이 되는 경우도 많다.

▶장점-시장 테스트

만약 집을 팔아야 할지, 얼마나 받을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면 포켓 리스팅이 중요한 시험대 역할을 할 수 있다. 제한된 범위지만 바이어들이 셀러가 내놓은 집을 사려고 하는지, 그렇다면 얼마나 지불할 수 있는지를 테스트할 수 있다.

미리 시험을 거친 뒤에 MLS에 매물로 공개하면 가격 측면에서도 한층 자신감을 갖고 매매에 임할 수 있다. 셀러 입장에서 객관적이지 못해 행할 수 있는 적정 가격 산정 등의 실수를 포켓 리스팅을 통해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장점-수수료 절약

다수의 바이어를 겨냥한 시장에 매물로 등록하지 않으면 일부 판매에 드는 비용을 아낄 수 있다. 당장 MLS 등록에 필요한 전문 사진사를 고용할 필요가 없다. 이들을 고용하는 비용은 시간당 100~125달러인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일부 리스팅 에이전트는 포켓 리스팅의 경우 커미션을 낮춰주기도 한다. 대중을 겨냥한 마케팅 캠페인을 펼칠 필요가 없어 에이전트의 업무 부담을 줄여주기 때문이다.

▶단점-최고가 제한

포켓 리스팅을 통해 집을 팔 경우 받을 수 있는 최고가에 근접하기는 힘들 수 있다. 토펜 에디터는 “바이어 경쟁이 제한적인 상황이기 때문에 협상을 아무리 잘해도 최종 매매가를 높일 수 있는 여지는 충분치 않다”고 말했다.

시애틀 ‘리맥스 노스웨스트 리얼터’의 맷 반 윙클 대표도 이에 동의하며 “많은 경우 셀러 입장에서는 최대한 리스팅을 노출하고 마케팅 캠페인을 벌이는 것이 가장 좋은 가격을 받을 수 있는 비법”이라고 강조했다.

‘브라이트 MLS’의 최신 연구에 따르면 MLS를 통해 팔린 집이 포켓 리스팅으로 거래된 주택보다 대략 17% 높은 가격을 받았다. 포켓 리스팅으로 60만 달러에 판 집이라면 MLS를 통했을 때 10만2000달러 더 비싸게 팔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단점-위법 가능성

포켓 리스팅은 다소 논쟁적이다. 공정한 주거권리를 주장하는 측에서는 차별 요소가 있다며 공정 주택법을 위반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퀄라이츠 센터’의 케이트 스콧 회장은 “주택시장의 현실은 지난 수십 년에 걸쳐 보이지 않는 차별로 인해 이미 뿌리 깊게 구획이 나눠진 상태”라며 “예를 들면 백인 인구 밀집지역에서 포켓 리스팅은 백인 바이어 그룹에만 공개되고 유색인종은 처음부터 해당 주택 매물에 관한 정보를 얻을 수도 없는 식으로 악용된다”고 말했다.

소송에 대한 부담 때문에 포켓 리스팅을 꺼리는 부동산 브로커도 많다. 그리고 지역별로 MLS 자체적으로 현행법을 위반하는 경우 해당 에이전트에게 별도로 벌금을 부과하기 때문에 이들은 포켓 리스팅을 원하는 고객에게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류정일 기자
[출처] 미주 중앙일보 2021년 8월 2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