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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냥갑처럼 지어진 은퇴 단지는 싫다

By 2020년 10월 15일 No Comments

▶ 베이비 부머,‘기술·개성·편리’ 갖춘 자신만의 은퇴 주택 원해

노후에 여생을 어디서 보낼지는 모든 은퇴자에게 중요한 문제다. 가족에게 신세를 안 지고 편리한 노후 생활을 위해 은퇴 단지에 입주하는 은퇴자가 많았지만 요즘 이런 추세에 변화가 생기고 있다. 성냥갑처럼 지어진 은퇴 단지를 거부하고 자신만의 개성을 갖춘 은퇴 주택을 선호하는 추세가 보편화되고 있는데 베이비 부머 세대가 이 같은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베이비 부머 세대 중 고령은 이미 대부분 은퇴를 했고 최근에는 젊은 연령대가 은퇴 세대에 진입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조기 은퇴자가 급증, 은퇴 주택 변화의 바람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CNBC가 하버드 대학의 ‘미국 노년의 주거 형태’ 보고서를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80세 이상 고령자를 포함한 가구는 1990년 약 440만 가구에서 2016년 약 750만 가구로 무려 약 71% 급증했으며 향후 20년간 이 숫자는 두 배로 늘어날 전망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65세 이상 주택 보유자 약 2,400만 명 중 약 80%가 단독 주택에 거주하고 있으며 이들 대부분의 주택이 지은지 40년이 넘어 관리 및 유지가 필요한 주택들인 것으로 조사됐다. 시니어 주택 단지 개발업자인 제인 매리 오코너는 “기존 베이비 부머 보유 주택은 획일적으로 대량 건축된 주택들로 최근 맞춤형 은퇴 주택을 원하는 베이비 부머가 늘고 있다”라며 “특히 최근 6개월 사이 실외 활동이 가능한 주택 선호도가 높아졌다”라고 추세를 설명했다.

은퇴 연령대에 접어든 베이비 부머 세대들의 가장 큰 특징은 은퇴 후에도 활동적인 생활 방식을 유지하고 있으며 이를 반영한 주택을 원한다는 것.

베이비 부머 세대의 또 다른 특징은 이전 세대와 달리 첨단 기술 사용에 익숙하다는 점으로 코로나19 사태 이후 이 같은 경향이 더욱 뚜렷해졌다. 음성 인식 기능, 수면 주기와 생체 리듬에 맞춘 자동 조명 시설 등 첨단 기능을 갖춘 이른바 ‘스마트 홈’이 은퇴 주택 개발 업계에서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이 밖에도 ‘탄소 발자국’(Carbon Footprint)을 줄여주는 자연 친화적 주택을 선호하는 베이비 부머 세대도 늘고 있다. 자연 친화적 주택을 찾는 베이비 부머 세대는 대나무 등의 원목 바닥재나 자연석 인테리어 마감재를 리모델링에 사용하고 있으며 조경도 최대한 자연 친화적인 모습으로 가꾸고 있다.

노후 생활을 가장 큰 적인 ‘고독감’을 해결하기 위해 대학가 인근에 개발된 은퇴 단지도 등장했다. 워싱턴 주립대의 경우 은퇴자들이 대학생들과 같은 단지에서 거주하도록 허용하고 있으며 매서추세츠 주의 라셀 대학도 이 대학 졸업 은퇴자들에게 평생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보스턴에서 1,500명 규모의 은퇴 단지를 운영하는 ‘2 라이프 커뮤니티스’의 에이미 셱트맨 대표는 “은퇴자들에게 고립감이 흡연과 비만보다 더 해로운 건강 상의 적”라며 “북 클럽, 일일 교사 봉사, 그림 그리기 등 함께 할 수 있는 취미 활동 기회를 제공하도록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라고 설명했다.

<준 최 객원 기자>

[출처] 미주 한국일보 2020년 10월 1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