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중앙일보

가주 교외 지역 주택시장도 뜨거워

By 2021년 06월 10일 No Comments

▶ 대도시 높은 집값에 질려 이주 행렬
▶ 지난해 4분기 LA서 12만7000명 떠나
▶ SD 5만명, SF 3만6000명 교외 탈출

LA와 샌프란시스코 등 가주 내 대도시의 집값이 광풍 수준으로 오르면서 다른 지역으로 떠나는 주민들이 늘고 있다. 아예 타주를 선택하는 경우도 있지만, 여전히 많은 이들은 캘리포니아 내에서 새로운 삶의 터전을 찾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가주의 대도시 주변 교외나 준 교외 지역이 주택시장이 이런 이주자들로 인해 활기를 띠고 있다고 최근 보도했다. 신문은 과거 주민 이주는 기회를 찾는 과정에서 이뤄졌지만 팬데믹을 계기로는 보다 저렴한 주택을 찾는 목적이 많아졌다고 분석했다.

▶가주 대도시 탈출 늘어

자밀 칼판(36)과 부인인 시카 미탈(34)은 샌프란시스코 인근의 2베드룸 아파트를 좋아했다. 소프트웨어 회사의 사내 변호사인 미탈은 걸어서 두 블록 거리인 회사와 가까운 위치를 선호했다. 남편인 칼판은 구글 엔지니어로 일주일에 4차례는 통근 버스를 이용했고 매주 금요일은 걸어서 2분 거리인 샌프란시스코 사무실에서 근무했다.

전국 최대 인구를 자랑하는 캘리포니아는 지난해 1850년 이후 처음으로 인구 감소를 경험했다. 타주로 떠난 이들도 있지만 같은 주 안의 대도시를 벗어나 교외 지역과 준 교외로 떠난 경우도 많았다. 이런 변화로 오랜 세월 도시인들이 외면했던 지역이 붐 타운으로 변신하며 주택시장도 활기를 띠고 있다.

UC 샌프란시스코의 연구기관인 ‘캘리포니아 팔러시 랩’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1년 전보다 61% 많은 샌프란시스에서 주민 3만5855명이 도시를 떠났다. LA는 12만6679명이, 샌디에이고는 4만9928명이 해당 도시를 등졌다. 전체 인구 대비 유출 비율은 LA와 샌디에이고가 나란히 2.1%였고 샌프란시스코는 3.6%에 달했다. LA를 떠난 주민 중 30%는 샌버나디노 카운티로 몰렸고, 17%는 OC로 향했으며 16.8%는 벤투라 카운티를 선택했다. 샌디에이고를 탈출한 인구 중 37%는 인근 리버사이드 카운티로 이주했다.

▶교외 중소형 도시 인기

중가주의 프레즈노는 팬데믹 이후 뜨거운 주택시장의 열기로 렌트비가 수직 상승하며 전국적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리버사이드 카운티의 뷰몬트도 지난해 아마존 물류시설이 들어서고 1000명 이상이 새롭게 고용되면서 최근 수십 년 사이 집값이 가장 크게 뛰었다. 시에라 네바다 산맥에 인접한 레이크 타호와 인근 트럭키의 중간 집값은 25% 올랐고, 샌디에이고 북쪽 50마일의 폴브룩의 주택은 1년 전 평균 31일 만에 팔리던 것이 지금은 8일 만에 거래되고 있다.

샌디에이고의 럭셔리 부동산 회사인 ‘네이티브’의 제시카 푸트 CEO는 “지난 1년간 고객 중 20%는 샌디에이고를 떠나 교외 지역으로 떠났다”며 “팬데믹 이전에는 여기에 속하는 고객은 1%에도 못 미쳤다”고 말했다.

2018년 샌디에이고를 떠나 와인으로 유명한 인근의 테메큘라로 떠난 푸트 CEO 부부는 팬데믹 이후 비슷한 가족을 여럿 봤다고 전했다. 그는 “과거에는 사회생활을 생각하면 샌디에이고를 떠난다는 것은 상상도 못 할 일이었지만 팬데믹 이후 많은 것이 바뀌었다”며 “대학 교육을 받았고 맞벌이를 하는 부부들이 교외로 향하면서 새로운 이들로 채워지는 커뮤니티도 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팬데믹은 원격근무와 하이브리드 근무를 확산시켰고 수십만의 주민들은 복잡한 도심에서 통근할 필요가 사라졌다. 동시에 팬데믹은 가주의 고질적인 주택난도 악화시켰다.

국책 모기지 회사 ‘프레디맥’의 샘 카터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저렴한 주택과 이주 사이에 명확한 상관관계가 있다”며 “과거에 미국인은 기회를 좇아 이주했지만, 최근에는 저렴한 주거환경을 찾아 떠나고 있다”고 말했다.

▶집값 차이가 만든 선택

가주를 떠난 많은 주민이 선택한 곳은 텍사스, 애리조나 그리고 네바다 등 인접한 다른 주들이다. USC 러스크 부동산 센터의 리처드 그린 박사는 “떠나는 이유는 명백하다. 살만한 집이 없기 때문”이라며 “최근 가주를 떠난 이들은 연 소득 5만 달러 미만인 경우가 많고 20만 달러 이상을 버는 보다 적은 수가 가주를 찾아오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텍사스주 오스틴으로 떠날 예정인 데너 부부도 재정적인 이유를 가장 먼저 꼽았다. 부인인 조슬린 데너(43)는 “최근 수년 동안 갈수록 빠듯한 상황에 접어드는 것을 느꼈다”며 “정치색을 이유로 캘리포니아를 떠난다는 이들도 많지만 나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처음에는 남가주로 이주를 생각했지만 잦은 산불 소식에 목적지를 아예 타주로 정했고 이제는 안도감을 느낀다고 전했다.

실제 지난 4월 기준 샌프란시스코의 단독주택 중간값은 180만 달러였고 이보다 100마일 북동쪽에 위치한 새크라멘토는 지난해 22.5%나 집값이 뛰었지만 49만 달러에 불과했다. 새크라멘토의 부동산 감정사인 라이언 런퀴스트는 “지난 10개월 동안 주택시장이 달궈지면서 이주해오는 인구가 분명히 늘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샌프란시스코와 LA의 인구는 감소했지만, 캘리포니아 팔러시 랩은 “가주를 떠난 인구에 관한 증거는 없다”며 “많은 경우 가주 내 다른 지역으로 인구가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가주에 사는 나름의 이유

부동산 회사 ‘그레시다 파트너스’의 라이언 스윌라 공동 창업자는 “새크라멘토, 프레즈노, 스톡튼 등의 교외 도시들이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며 “실리콘밸리의 높은 집값을 견디지 못하고 빠져나간 ‘두뇌 유출’이 이들 교외 도시들을 성장시켰다”고 말했다. 이전에는 수퍼 컴퓨터가 있어야 일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클라우드 기술 등이 일반화되면서 재택근무, 하이브리드 근무가 가능해진 까닭이다.

부동산 개발회사 ‘리아즈 캐피털’의 리아즈 태플린 CEO는 페이스북, 구글, 애플이 직원들을 일주일에 3일만 출근시키면 교통량이 40%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그는 “팬데믹이 일주일에 하루나 이틀 출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기여했다”며 “지나치게 많은 주거비 부담과 통근의 괴로움을 해결할 수 있는 만병통치약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런퀴스트 감정사는 가주를 떠나지 않는 대다수 주민의 심정을 대변했다. 그는 “파도나, 눈이나, 따뜻한 날씨나 무엇이나 가주 주민은 이곳에 사는 나름의 이유를 갖고 있다”며 “미친 집값과 정치를 논할 때 가끔 잊기도 하지만 결국은 자신들만의 이유로 대도시만 떠날 뿐 캘리포니아에 머무는 것”이라고 말했다.

류정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