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가금액·격주·반올림’ 납부 등 방법 다양
▶ ‘비상·은퇴’ 자금 영향받지 않도록 주의를
주택 소유주 대부분이 안고 있는 모기지 대출은 전체 가구 대출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일반적인 모기지 대출은 만기가 30년으로 장기일뿐만 아니라 규모도 수십만 달러, 심지어 수백만 달러를 넘을 때가 많다. 모기지 대출은 원금과 이자로 구성되는데 최근 높은 이자율로 인해 이자가 원금보다 높은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이처럼‘배보다 배꼽이 더 큰’ 현실을 아는 주택 소유주는 어떻게 해서라도 모기지 대출을 빨리 갚기 위해 노력하지만 쉬운 일은 아니다. 이른바 모기지 대출 조기 상환을 통해 얻는 장점도 있지만 단점도 따르기 때문에 각자의 재정 상황에 맞게 결정하면 좋다.
◇ 10년 지나도 이자가 원금보다 많아
모기지 이자율이 낮아도 매달 내는 모기지 페이먼트 중 원금보다 이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훨씬 높다. 모기지 페이먼트 계산법 때문인데 대출 초기일수록 이자가 차지하는 비율이 매우 높고 10년이 지나도 원금보다 이자가 많은 경우도 많다. 이 같은 사실을 아는 주택 소유주 중 모기지 조기 상환의 필요성을 누구보다 절실히 느끼고 있다. 연방센서스국 자료에 따르면 미국인 중 약 40%는 이미 모기지 대출을 상환해 이자 부담에서 벗어났다.
모기지 이자율이 지난해보다 많이 떨어졌지만 시중 이자율은 여전히 6.9%로 매우 높은 편이다. 최근 크레딧 카드에 적용되는 이자율이 20%까지 치솟은 것과 비교하면 낮게 여겨지지만 대출액을 기준으로 보면 모기지 대출에 부과되는 이자액은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35만 달러의 모기지 대출을 7%(30년 만기 고정)의 이자율을 적용받아 주택을 구입한 경우를 예로 들어본다. 모기지 할부 상환표에 따르면 첫 번째 모기지 페이먼트 중 원금은 고작 283달러 33센트에 불과하고 이자가 차지하는 부분은 2,041달러 67센트로 무려 7배에 달한다. 10년이 지나도 원금 대비 이자는 575달러 43센트 대 1,752달러 57센트로 크게 나아지지 않는다. 30년 만기를 기준을 계산하면 납부해야 할 총이자액은 무려 48만 8,762달러로 원금 35만 달러를 크게 웃돈다.
◇ 최대 장점은 이자 절약
모기지 조기 상환의 가장 큰 장점은 매달 돌아오는 페이먼트 부담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국영모기지보증기관 프레디맥, ‘전국부동산중개인협회’(NAR), ‘주택도시개발국’(HUD) 등의 조사에 의하면 미국 주택 소유주가 매달 내는 모기지 페이먼트는 평균 2,883달러다. 이를 1년 치로 계산하면 약 3만 4,596달러로 적지 않은 금액이다. 이 같은 목돈을 절약하기 위해서 모기지 조기 상환을 목표로 노력하는 주택 소유주가 적지 않다.
원금보다 많은 이자가 아까워 모기지 조기 상환에 나서는 경우도 많다. 만기까지 내야 하는 이자가 수십만 달러에서 많게는 수백만 달러가 넘기 때문에 이자를 조금이라도 절약하려는 것이 조기 상환의 가장 큰 목적이다. 앞서든 예(모기지 대출 35만 달러)에서 매달 500달러를 추가로 납부하면 만기를 12년 앞당길 수 있고 절약되는 이자도 20만 달러에 달한다.
◇ 격주 납부, 반올림 납부, 추가 수입 활용
추가 금액 납부 외에도 다양한 모기지 조기 상환 전략이 있다. 일반적으로 매달 한차례 모기지 페이먼트를 납부하지만 격주로 납부하게 되면 연간 1달 치 페이먼트를 추가로 납부하는 효과가 발생한다.
페이먼트 금액 끝자리를 반올림해서 0으로 떨어지도록 계산한 뒤 일부 금액을 추가 납부하는 방법이 있다. 월 페이먼트가 1,013달러라면 반올림을 적용해 1,020달러 또는 아예 1,100달러로 계산해 납부하면 추가 납부 효과가 발생한다.
고정 수입 외에 추가로 발생하는 수입을 모기지 페이먼트 납부로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직장에서 지급하는 보너스나 가족 또는 친척으로부터 받은 ‘선물’성 현금 등이 추가 수입에 해당된다. 세금 보고 뒤 지급받는 세금 환급액도 다른 사용 계획이 없다면 모기지 페이먼트 추가 납부에 활용해 모기지 조기 상환의 꿈을 이룰 수 있다.
◇ ‘비상금·은퇴자금’ 영향받지 않도록
모기지 조기 상환에 따른 가장 큰 단점은 생활비에 쪼들리는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월 3,000달러에 달하는 금액을 모기지 대출을 갚는데 사용하는 가정이 조기 상환을 위한 추가 현금을 마련하는 일은 쉽지 않다. 결국 여행이나 외식 등 기타 생활비를 줄여 조기 상환에 필요한 돈을 마련해야 하는 데 만약 중요한 가계 예산이 영향을 받으면 곤란하다. 무리한 조기 상환 노력으로 갑작스러운 의료비 발생을 대비한 비상 자금 마련이나 은퇴 자금 마련 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조기 상환에 적절한 금액을 할당하는 것이 중요하다.
모기지 대출의 가장 큰 장점이 바로 세금 혜택이다. 2018년 실시된 개정 세법에 따라 대출액 최고 75만 달러까지 모기지 이자에 대한 세금 공제를 받을 수 있다. 그런데 모기지를 조기 상환하게 되면 이 같은 세금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것도 단점이다.
최근 주식 시장이 장기 호황을 이어가고 있다. 모기지 조기 상환으로 여유 현금을 다 사용하면 주식 투자와 같은 다른 투자 기회를 놓치는 것도 신중히 고려하면 좋다. 주식 시장 장기 수익률은 연간 약 10%에 달한다. 만약 주식 투자로 10%의 수익률만 올릴 수 있다면 모기지 조기 상환보다 재정적으로 현명한 결정이다. 주식 투자가 부담스럽다면 높은 이자율이 제공되는 금융 상품이나 401(k) 또는 로스 IRA와 같은 개인 은퇴 계좌에 투자하면 은퇴 준비가 해결된다.
◇ 조기 상환 사용 자금 자산으로 쌓여
여유 현금을 모기지 조기 상환 목적으로 납부한다고 해서 그 돈이 다른 곳으로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당장 현금화하기는 쉽지 않지만 주택 자산으로 차곡차곡 쌓이는 효과가 있다. 정해진 월 페이먼트 외에 추가로 납부되는 금액은 대출 원금 삭감 용도로 분류되기 때문에 주택 자산을 빨리 축적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추가 페이먼트 납부로 주택 자산이 어느 정도 쌓이면 현금이 필요할 때 ‘주택자산 담보 신용 대출’(HELOC) 또는 ‘캐시 아웃’(Cash-Out) 재융자 등을 통해 현금 조달이 가능하다.
모기지 대출을 포함, 기타 대출에 적용되는 이자율을 비교해 높은 이자율이 적용되는 대출부터 갚아나가는 전략도 고려된다. 모기지 이자율이 7%이고 크레딧 카드 잔액에 적용되는 이자율이 20%라면 조기 상환보다 크레딧 카드 부채부터 갚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다. 반대로 이자율 5%가 적용되는 학자금 융자가 있다면 여유 자금을 모기지 조기 상환에 사용해도 괜찮다.
<준 최 객원 기자>
[출처] 미주 한국일보 2024년 2월 2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