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이비 붐 세대가 노년에 주택 사들이는 이유
▶ 막강한 구매력으로 주택시장 움직이며 ‘매물쇼핑’, ‘자녀 근처 거주·노후 대비·투자 목적’ 등 다양
최근 주택 시장 트렌드 중 하나는 베이비부머에 의한 단독 주택 구입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것이다. 이미 은퇴 연령층에 접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 베이비 붐 세대는 몇 년 전부터 활발한 주택 구입 활동을 펼치고 있다. 현금과 주택 자산이 든든한 베이비 붐 세대는 다운페이먼트 마련에 어려움을 겪는 청년층 바이어와의 구입 경쟁에서 쉽게 승리하며 단독 주택 매매 시장의‘큰 손’으로 등장했다. 베이비 붐 세대가 편안한 노후를 즐겨야 할 시기에 단독 주택을 사들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 막강한 구매력
집값이 10년 넘게 오르고 있는데 베이비 붐 세대가 집값 상승의 최대 수혜자다. 특히 팬데믹 기간 집값이 급등하면서 집을 팔고 짭짤한 수익을 챙긴 베이비 붐 세대도 많았다. 주택 장기 보유로 그동안 주택 자산 가치가 충분히 쌓인 데다 최근 매물이 크게 부족해 집을 처분하는 데 큰 어려움도 없다. 다른 세대와 비교할 때 막강한 구매력을 갖춘 베이비 붐 세대는 현재 주택 시장에서 매물 쇼핑을 즐길 수 있는 유일한 세대다.
◇ 실버타운 가기 싫어서
실버타운은 노년층 세대가 함께 모여 살며 그들만의 라이프 스타일을 즐길 수 있도록 지어진 주택 단지다. 베이비붐 세대 인구가 급증하면서 전국 곳곳에 실버타운이 많이 조성되고 있는데 실버타운을 선호하지 않는 노년층도 많다.
‘노인들만 있어서 재미가 없다’ 또는 ‘비용에 비해 서비스가 불만족스럽다’와 같은 불만도 종종 듣는다. 실버타운에 관심이 없는 베이비붐 세대 중 자녀가 출가해 텅 빈 집을 팔아 노년을 보낼만한 지역에 단독 주택을 구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 삶의 질을 높이고 싶어
베이비붐 세대의 자산이 두둑해진 이유는 한집에 오래 살았던 덕분이다. 결혼과 동시에 구입한 주택에서 자녀들이 출생하고, 성장한 자녀들이 출가할 때까지 적어도 20~30년을 거주하는 동안 주택 가치가 꾸준히 오른 것이 고마울 따름이다.
하지만 한 집에 오랜 기간 살면서 다른 곳으로 이사하고 싶은 충동도 많았을 것이다. 장성한 자녀들이 다 떠나 빈집에 남게 된 베이비붐 세대에게 자녀 걱정 없이 그동안 원했던 라이프 스타일을 즐길 수 있는 곳에 주택을 구입할 기회가 찾아왔다.
◇ 생활비가 부족해서
최근 고물가로 어려움을 겪기는 베이비붐 세대도 마찬가지다. 은퇴 후 특별한 수입 없이 연금에만 의존하는 노년층은 생활비 마련이 쉽지 않다. 빡빡한 현금 사정을 해결하기 위해 보유 주택을 처분하고 관리비가 덜 들어가는 작은 집으로 이사하는 베이비붐 세대가 적지 않다.
이들은 기존의 큰 집을 팔아 남은 수익을 은퇴 연금에 보태거나 여행 경비로 사용하기도 한다. 새로 이사하는 집에 노인용 시설을 갖추기 위한 리모델링 경비로 주택 처분 수익을 사용하는 베이비붐 세대도 있다.
◇ 자녀 근처로 이사 가려고
장성한 자녀가 직장 때문에 부모와 떨어져 지내는 경우가 많다. 먼 타주로 이사한 자녀는 1년에 한 두 번 보기도 힘들다. 부모가 개인 사업을 하거나 직장을 다닌다면 자녀와 만날 기회는 더욱 적다.
베이비붐 세대는 대부분 이미 은퇴 연령층에 접어든 세대로 일 문제에 구애받지 않고 마음만 먹으면 자녀가 사는 지역으로 이사가 가능하다. 손주 돌봄이 필요하거나 반대로 자녀로부터 도움이 필요한 베이비붐 세대는 자녀 근처에 집을 구해 이사하는 경우가 많다.
◇ 투자 목적으로
보유 주택 외에도 현금 자산이 두둑한 베이비붐 세대는 투자 목적으로 주택 구입에 나서고 있다. 구입한 주택을 임대해 임대 수익을 올리기도 하고 에어비앤비와 같은 단기 임대 주택으로 운영하는 베이비붐 세대도 많아졌다.
이들은 투자 주택 구입을 통해 발생하는 임대 수익을 생활비로 사용하거나 은퇴 연금 계좌에 쌓아 두기도 한다. 또 이들은 주택을 장기 보유 하면 자산이 불어난다는 것을 이미 경험했기 때문에 가격 하락 위험이 낮은 지역을 중심으로 장기 보유할 투자용 주택을 찾고 있다.
◇ 더 늙을 때를 대비해
베이비붐 세대는 2차세계대전 이후인 1946년부터 1964년에 출생한 세대를 말한다. 윗세대인 ‘침묵 세대’(Silent Generation•1925년~1945년 출생)에 비해 아직 활동이 자유로운 편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일부 베이비붐 세대는 곧 침묵 세대를 앞두고 있고 부지런히 노후 생활을 대비해야 할 시기다.
거동이 불편해질 때를 대비해 노후 생활을 위한 주택을 서둘러 구입하는 베이비붐 세대가 늘고 있다. 이들에게는 대부분 계단이 없는 단층집을 선호하며 현관문과 현관이 넓어 휠체어 출입이 용이한 주택이 주요 구입 대상이다.
◇ HOA가 싫어서
콘도미니엄과 타운하우스 등 공동으로 사용하는 시설이 갖춰진 주택 단지에는 주택 소유주 협회를 의미하는 ‘HOA’(Home Owner’s Association)가 운영된다. HOA 운영 목적은 단지 내 주민 생활의 편의를 돕기 위한 것이지만 때로는 다소 무리한 규정으로 인해 주민의 불만을 사기도 한다.
특히 건물 외관 리모델링을 철저히 규제하는데 휠체어 출입을 위한 현관문 확장 공사 등은 거의 불가능하다. HOA의 까다로운 규정을 피해 HOA가 운영되지 않는 단독 주택으로 이사하려는 베이비붐 세대를 흔히 볼 수 있다.
<준 최 객원 기자>
[출처] 미주 한국일보 2023년 8월 1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