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택 부족한 일부 지역은 여전히 셀러스 마켓
▶ 매물 찾는 데 상당한 시간 걸려 인내심 가져야
LA와 오렌지카운티(LA-롱비치-애너하임 광역권·이하 LA-OC 지역)의‘국내총생산’(GDP)은 9,500억 달러(2021년)로 전국 두 번째 규모다. 세계에서도 18번째 경제 규모를 자랑하는 이 지역은 한인 최대 밀집 지역으로 한인의 부동산 구입에 대한 관심이 가장 뜨거운 곳이기도 하다. 전국에서 집값이 가장 높은 LA-OC 지역은 지난해까지 주택 구입 광풍이 불었지만 최근 열기가 한풀 꺾였다. USA 뉴스앤월드리포트가 현재 숨 고르기 상태에 들어간 LA-OC 주택 시장을 진단했다.
◇ 주택 건설 시장 찬바람
주택 구입 수요가 폭증했던 지난해 주택 건설 붐도 함께 일었다. 2022년 3월 한 달에만 약 1,167채에 달하는 신축 주택 허가가 발급됐는데 지난해 월별 최고 수치다. 신축 주택 허가 건수는 7월 818채로 감소했지만 주택 구입 수요가 꾸준히 이어지면서 8월 1,034채로 다시 반등했다.
◇ 다가구 주택 건설은 활발
높은 집값과 고이자율로 주택 구입이 여전히 쉽지 않다. 내 집 장만을 미룬 많은 수요가 임대 주택 시장으로 꾸준히 유입되면서 다가구 주택 경기는 여전히 호황이다. 아파트 등 다가구 임대 주택 신축 허가 건수는 지난해 지속해 증가했다.
9월 다가구 임대 주택 신축 허가 건수는 2,000유닛을 넘어서면서 2020년 2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올해 1월 다가구 임대 주택 신축 허가 건수는 약 1,700유닛으로 여전히 높은 수준이며 2022년 11월 ~2023년 1월 발급된 허가 건수 역시 작년 같은 기간보다 약 13.5%나 증가했다.
◇ 매물 부족 여전히 심각
매물 시장 대기 기간이 4~6개월일 때 주택 매물 수급이 균형을 이룬 것으로 판단한다. 이때 주택 시장 주도권은 셀러나 바이어, 어느 한쪽으로도 치우치지 않고 정상적인 조건의 거래가 이뤄진다. LA-OC 지역의 지난해 3월 매물 대기 기간은 1.55개월로 심각한 매물 부족 상태를 겪었다.
매물 한 채에 10명이 넘는 바이어가 오퍼를 제출하면서 ‘묻지마’식 주택 구입 광풍이 불던 시기다. 이후 매물 공급 상황이 소폭 개선되면서 11월 매물 대기 기간은 3.6개월로 상승했지만 여전히 공급자 위주인 ‘셀러스 마켓’ 상황은 변하지 않았다.
◇ 내 집 마련하려면 인내심 필요
여전한 매물 부족 현상에 셀러스 마켓이 지속되고 있지만 작년보다는 상황이 조금 나아진 것으로 보인다. LA시에 있는 콜드웰뱅커 니콜 갈라티 에이전트는 LA와 오렌지 카운티 주택 시장은 지역별로 조금씩 차이를 보이기 시작했다고 분석한다. 갈라티 에이전트는 “매물 한 채에 여러 명의 바이어가 오퍼를 제출하는 복수 오퍼 현상이 여전하지만 작년과 비교할 때 덜하다”라며 “지난해의 경우 집을 사려면 바이어 보호 조항인 컨틴전시를 삭제하는 등 무리한 구입이 많았지만 현재 많이 줄어든 상태”라고 설명했다.
오렌지카운티 최대 도시 애너하임에 있는 트러스티드 리얼티 그룹의 로버트 카사스 에이전트 바이어 고객들에게 인내심을 갖고 여유 있게 매물을 찾을 것으로 조언한다. 매물이 부족하기 때문에 마음에 드는 집을 찾으려면 여전히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지역 주택 시장 상황이 반영된 조언이다.
카사스 에이전트는 지역 매물 품귀 현상의 원인을 ‘3D’로 분석했다. ‘(소유주)사망’(Death), ‘이혼’(Divorce), ‘재정 악화’(Dislocation) 사유가 아니면 집을 내놓으려는 셀러가 없다는 것이다. 카사스 에이전트는 “셀러가 주도권을 잡고 있어 감정가 컨틴전시 삭제를 요구하거나 에스크로 기간 단축을 요구하는 셀러가 여전히 많다”라고 애너하임 주택 시장 상황을 전했다.
◇ 밸리 지역 다가구 주택 공급 전망
LA-OC 지역 신규 주택 시장은 단독 주택보다는 타운하우스나 콘도미니엄과 같은 다가구 주택 위주다. 특히 오렌지카운티의 경우 주택 건축 부지가 부족해 3대 건설업체가 이미 오래 전부터 다가구 주택 중심으로 주택 개발에 나서고 있다.
신규 주택 시장 분석 업체 ‘존다 어드바이저리’(Zonda Advisory)의 에반 포레스트 부대표는 “LA 카운티의 신규 주택 건설 계획은 다운타운을 중심으로 서쪽 지역에 집중되고 있다”라며 “샌퍼난도 밸리와 샌타 클라리타 밸리를 잇는 이른바 밸리 지역에 다가구 신규 주택이 많이 지어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 고 주택가 피해 인랜드 등 인근 지역 이주
LA-OC 지역의 주택 가격도 하락세를 나타내기 시작했지만 첫 주택 구입자나 저소득층이 부담하기에는 여전히 살인적인 수준이다. 올해 1월 주택 중간 가격은 79만 9,000달러로 작년 1월보다 3.2% 하락했지만 전국 주택 중간 가격(38만 3,000달러)의 2배를 넘는 수준이다. LA-OC 지역 주택 가격은 지난해 5월 90만 달러까지 치솟았지만 2월 들어 79만 5,000달러까지 떨어지는 등 다소 진정세를 보이고 있다.
살인적인 집값을 피해 주택 가격이 저렴한 인근 지역으로 이동하는 주민도 많다. 콜드웰뱅커의 셰리 웨건드 에이전트에 따르면 고가 주택 지역인 웨스트 LA 지역에서 노스 할리웃이나 샌퍼난도 밸리 남쪽 지역에 집을 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웨건드 에이전트는 “웨스트 LA나 노스 할리웃 지역의 주택 가격에는 큰 차이가 없지만 ‘무브 업’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더 큰 집을 구하기 위해 인근 지역으로 이사하려는 수요가 늘고 있다는 설명이다.
<준 최 객원 기자>
[출처] 미주 한국일보 2023년 4월 1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