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자율 방식 주택 처분 계획, 은퇴 시기
▶ 현금 지출 계획 고려해 결정해야
30년 고정 이자율로 모기지 대출을 받는 것이 마치 주택 구입의 정석처럼 여겨지고 있다. 여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30년간 고정된 이자율을 적용받아 매달 같은 금액의 모기지 페이먼트를 납부하기 때문에 변동 이자율 방식의 대출보다 변동성이 낮게 여겨지기 때문이다.
또 만기가 30년으로 길기 때문에 월 페이먼트 부담을 낮춰주는 효과도 있다. 그런데 최근 모기지 이자율이 급등하면서 ‘꼭 30년 고정 이자율을 받아야 하나’라는 의구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30년 고정 이자율이 적합하지 않은 경우를 알아본다.
◇ 상황에 맞는 이자율 방식 선택해야
모기지 이자율이 낮은 시기에 장기간 낮은 이자율로 묶어 두려는 30년 고정 이자율 신청이 급증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30년 고정 이자율이 모든 바이어에게 적합한 것은 아니다. 특히 요즘처럼 이자율이 급등하는 시기에는 30년 고정 이자율보다 더 유리한 이자율 방식이 있다.
따라서 자신의 상황에 맞는 이자율을 선택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전문가들은 크레딧 점수, 소득 수준, 다운페이먼트 금액, 대출 규모 등에 따라 유리한 이자율 방식이 결정되기 때문에 무조건 30년 고정 이자율만 고집할 필요는 없다고 조언한다.
◇ 3~5년 내 주택 처분 계획 있을 때
30년 고정 이자율이 고안된 목적은 페이먼트 부담을 낮추기 위한 것이다. 대출액과 이자를 30년 동안 나눠서 상환하기 때문에 만기가 짧은 이자율 방식보다 페이먼트 금액이 적다. 따라서 30년 고정 이자율로 대출을 받아 주택을 구입한 경우 구입한 주택에서 오래 거주할수록 더 큰 혜택을 누릴 수 있다.
그런데 주택 구입 후 1~2년 안에 집을 팔 계획이라면 30년 고정 이자율에 따른 혜택이 크지 않기 때문에 적합하지 않다. 이 경우에는 30년 고정 이자율 방식보다 더 낮은 이자율이 제시되는 변동 이자율이 페이먼트 부담을 낮춰주는 효과가 더 크다.
대출 수수료와 적용 이자율 등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주택 구입 후 최소 3~5년 내에 이사 계획이 있다면 30년 고정 이자율보다 낮은 이자율이 제시되는 변동 이자율을 알아보는 것이 좋다. 만약 1년 내에 집을 팔 계획이라면 구입보다 임대를 통해 주택 구입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 다운페이먼트 비율이 20% 미만일 때
30년 고정 이자율을 적용할 때 최소 다운페이먼트 20% 조건을 요구하는 대출 은행이 대부분이다. 전국 주택 중간 가격이 40만 달러를 넘어선 것을 감안하면 적어도 8만 달러의 현금이 다운페이먼트로 마련되어 있어야 30년 고정 이자율을 적용받을 수 있다. 다운페이먼트 비율 20% 미만이어도 30년 고정 이자율을 적용받을 수 있지만 부대 비용이 발생한다.
대출 계약금 또는 자기 부담금 성격의 다운페이먼트 비율이 낮은 경우 대출 위험이 높은 대출자로 분류된다. 다운페이먼트 비율이 20% 미만인 대출자의 연체나 체납을 대비해 대출 은행은 사전에 모기지 보험 가입을 요구한다. 모기지 보험료는 대출액에 따라 결정되지만 매달 최소 수백 달러가 넘는 경우가 흔하다.
◇ 다른 용도로 현금 지출 계획이 있을 때
인플레이션이 극성인 요즘 같은 시기에 모아둔 현금을 주택 구입에 ‘올인’하는 것이 다소 부담스럽다. 다운페이먼트 목적으로 주택 가격의 20%에 해당하는 현금이 준비됐더라도 만약을 위해 현금을 비축하고 있어야 안전하게 여겨지는 시기다. 다른 목적으로 현금을 지출할 계획이 있는 경우라면 20% 다운페이먼트 조건이 요구되는 30년 고정 이자율을 피하는 것이 좋다.
창업을 계획 중으로 초기 투자금이 필요하거나 대학 진학 예정인 자녀의 등록금을 마련해야 하는 경우, 또는 대규모 의료비 지출을 앞두고 있는 경우 등이 해당된다. 이 경우에는 높은 다운페이먼트가 요구되는 30년 고정 이자율보다는 10% 다운페이먼트 비율이면 충분한 변동 이자율 방식 등을 고려해 볼 만하다.
◇ 자산 빨리 축적해야 할 때
고정 이자율 방식에는 크게 30년 고정과 15년 고정 두 가지 방식이 있다. 30년 고정 방식은 만기가 길어 페이먼트 부담은 낮지만 부동산 자산을 축적하는 데는 오랜 기간이 걸리는 것이 단점이다. 특히 대출 초기에는 페이먼트 중 원금보다 이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 자산 축적 효과가 미미한 편이다.
반면 15년 고정 이자율 방식은 페이먼트 중 원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에 30년 고정 방식에 비해 단기간에 자산이 축적되는 효과가 있다. 만약 10년 뒤 집을 팔 계획으로 이 기간 동안 자산을 최대한 빨리 쌓는 것이 목적이라면 30년 고정 방식보다 15년 고정 방식이 더 적합하게 여겨진다. 15년 고정 방식은 만기가 짧아 페이먼트 부담이 높지만 적용되는 이자율은 30년 고정 방식보다 낮기 때문에 만기까지 납부하는 이자액 절약 효과도 기대된다.
◇ 은퇴를 앞둔 경우
은퇴 계획을 앞두고 주택을 구입하는 경우에도 30년 고정 이자율 방식은 피하는 것이 좋다. 은퇴 후 생활의 가장 목적은 빚 없는 삶을 누리는 것이다. 그런데 은퇴를 앞두고 30년 고정 이자율을 적용받으면 은퇴 후에도 매달 모기지 페이먼트 납부에 대한 부담이 생길 수밖에 없다.
최근 주택 처분에 나서는 베이비 부머 세대가 많은데 처분 뒤 새집을 구입해야 한다면 되도록 3~5년짜리 변동 이자율을 고려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변동 이자율을 통해 페이먼트 부담을 최대한 낮출 수 있고 은퇴 시기에 맞춰 주택을 처분하면 은퇴 계획에 방해받지 않을 수 있다.
<준 최 객원 기자>
[출처] 미주 한국일보 2022년 7월 1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