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택 시장 상황 잘 분석해 현실적 기대치 갖기, 주택 구입에 적어도 세 달 이상 걸리기 때문에 일찍부터 시작해야 조급함 피할 수 있어
바이어들의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주택 구입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면서 바이어가 느끼는 스트레스가 극에 달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집값이 큰 폭으로 오르고 모기지 이자율까지 뛰면서 흥분을 가라앉히기 위해 휴가를 내는 가하면 심리 치료를 받는 바이어 사례까지 등장할 정도다. 재정 전문 머니 매거진이 주택 구입 과정에서 극도의 스트레스를 피하는 요령을 소개했다.
◇ 바이어 23%, 심리 치료사 찾아
즐거워야 할 내 집 마련 과정이 얼마나 힘들었으면 심리 치료까지 받아야 했을까? 온라인 부동산 정보 업체 리얼터닷컴이 실시한 최근 설문 조사에 따르면 최근 주택을 구입한 바이어 중 약 23%는 주택 구입 과정에서 느끼는 스트레스로 심리 치료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약 25%의 바이어는 심리 치료까지는 아니지만 심리적인 안정을 찾기 위해 휴가를 내야 했던 것으로도 조사됐다.
급기야 직장 내에 상주하는 카운슬러로부터 심리 상담을 받았고 이것도 모자라 계획에도 없던 4일간의 휴가를 내고 스트레스로 지친 마음을 달래야 했다. 이처럼 힘든 과정을 거쳐 3월 경 주택을 구입한 뒤에야 스트레스와 초조함이 어느 정도 해소됐다고 한다.
◇ 셀러가 받는 스트레스도 만만치 않아
주택 매매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겪는 것은 바이어뿐만 아니다. 집이 높은 가격에 잘 팔려 좋을 것 같지만 남모를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셀러도 예상외로 많다. 최근 세인트루이스에 위치한 주택을 리스팅 가격보다 10만 달러나 더 받고 파는데 성공한 크리스티 존스.
남들이 보기엔 집을 비싸게 팔았는데 무슨 걱정이 있을까 하겠지만 그녀도 집을 파는 과정에서 심리 치료를 받아야 했다. 집을 내놓은 지 하루도 안돼(18시간) 집을 42번이나 보여줘야 했고 그 사이 오퍼는 6건이나 들어왔다.
집을 팔아본 경험이 적은 크리스티에게 순간적으로 엄청난 스트레스와 초조함이 밀려들었다. 그녀는 “2년 전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경험했던 슬픈 감정이 갑자기 북받쳐다”라며 “살아계셨다면 아버지께 의지하고 상의했을 텐데 이 모든 과정을 혼자 감당해야 한다는 부담이 엄청난 스트레스로 다가왔다”라고 최근 경험을 설명했다.
◇ 치열한 경쟁 탓에 ‘승자 대 패자’ 구도
위 두 사례에서 심리 치료가 주택 시장 과열 현상에 받는 스트레스를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심리 치료 전문가들에 따르면 비슷한 문제로 고민 해결을 위해 찾는 사례가 최근 갈수록 늘고 있다. LA 소재 행동 건강 상담 기관의 엘나즈 마예 디렉터는 “주택 시장으로 인한 스트레스 요 인이 최근 증가 추세”라며 “심리 치료 분야에서는 최근까지도 논의되지 않았던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심리 치료 전문가들은 주택 매매 과정에서 발생한 스트레스가 사회적, 정신적, 감정적, 심지어 직장에서의 업무 수행 능력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경고하기 시작했다. 마예 디렉터는 “예전에는 즐거웠던 내 집 마련 과정이 이제는 마치 ‘악몽’처럼 힘들어졌다”라며 “치열한 경쟁 탓에 주택을 구입하면 승자, 그렇지 못하면 패자라는 공식까지 등장해 이에 스트레스를 느끼는 바이어가 많다”라고 지적했다.
◇ 합리적 기대치 갖기
심리 치료가 전문가들은 주택 구입 초기부터 현실적이고 실현 가능한 기대감을 갖는 것이 정신 건강 보호를 위한 중요한 첫 단추라고 조언한다. 현재 시장에 나온 매물이 집을 사려는 사람보다 매우 부족하다는 상황을 직시한 뒤 현실적인 기대감을 갖도록 한다. 그래야 집을 구입하지 못한 데서 오는 좌절감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고 ‘패배자’라는 감정에 쉽게 빠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최근 시장에 나온 매물은 2020년 대비 60%나 감소한 상황이고 지난 3월의 경우 전체 매물 중 65%가 오퍼를 2건 이상 받아 바이어 간 구입 경쟁이 발생했다. 뉴욕 소재 심리 치료 전문가 패트릭 월시는 “현재 주택 시장 조건을 잘 이해하고 주택 구입에 나서야 비현실적 기대감에서 오는 불필요한 스트레스를 막을 수 있다”라고 조언했다.
◇ 유능한 에이전트와 정기적 상의
유능한 에이전트와 함께 일하는 것만으로도 집을 사고팔 때 받는 스트레스 예방에 큰 도움이 된다. 에이전트는 지역별 최신 주택 시장 현황을 바탕으로 고객이 현실적인 목표를 세우는 작업을 돕는다. 또 주택 거래 도중 고객이 잘못된 결정을 내리거나 감정을 앞세울 경우에도 객관적인 조언을 통해 거래가 잘못된 방향으로 흐르는 것을 막는다.
그러기 위해서는 신뢰할 수 있는 에이전트를 선정하는 것이 중요하고 그런 다음 에이전트와 올바른 관계를 수립해야 한다. 에이전트와 소통이 원활해야 내 집 마련 과정도 원활하게 진행되기 때문이다. 에이전트와 정기적인 연락을 통해 매물 관련 업데이트를 제공받고 구체적인 상의를 진행하면 매물 부족에 따른 조급함을 줄일 수 있다.
◇ 느긋한 마음 갖기
주택을 구입하는 과정에서 느끼는 스트레스가 크지만 구입한 뒤에 찾아오는 스트레스도 만만치 않다. 대개 주택 구입을 너무 서두르다가 구입 뒤 후회와 스트레스가 한꺼번에 찾아오게 되는데 이로 인해 심리 치료 전문가를 찾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마예 디렉터는 “빨리 구입해야 한다는 부담감에 성급한 결정을 내렸다가 이에 대한 후회로 심리 치료를 받는 고객이 최근 많다”라고 설명했다.
주택 시장의 열기가 다소 가라앉기 시작했지만 시장에 나온 매물은 여전히 빠른 속도록 팔려 나가고 있다. 조급한 마음에 주택 구입을 너무 서둘렀다가는 주체할 수 없는 후회와 스트레스로 심리 치료가 필요할 수 있기 때문에 급할수록 돌아간다는 자세로 느긋한 마음을 갖도록 한다.
‘전국 부동산 중개인 협회’(NAR)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오퍼를 제출하기 전까지 매물을 찾는데 평균 8주의 기간이 걸렸다. 구매 계약이 체결된 뒤에도 모기지 대출 승인 등에 적어도 4주~6주의 기간이 더 필요하다. 아무리 순조롭게 진행된다고 해도 내 집 마련에 적어도 3개월 이상이 필요하다.
주택 구입 계획이 확실하다면 매물 쇼핑을 최대한 일찍 시작해야 조급해지는 것을 피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주택 임대 계약 만료 한 달을 앞두고 집을 보기 시작하면 조급함이 앞서 섣부를 결정을 내리기 쉽고 결국 피할 수 없는 스트레스와 후회로 이어지기도 쉽다.
<준 최 객원 기자>
[출처] 미주 한국일보 2022년 6월 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