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년보다 주택 구입 능력 나아질 것’ 크게 늘어
▶ ‘7전 8기’ 의지 있어야 내 집 마련 할 수 있어
지난해 주택 시장에 뛰어든 바이어들은 대부분 최악의 해를 보냈다. 극심한 경쟁으로 인해 주택 구입에 실패한 바이어가 성공한 바이어보다 훨씬 많았던 해다. 올해도 주택 시장 상황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내 집 마련에 대한 바이어의 기대감만큼은 작년보다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온라인 개인 재정 정보 업체 ‘너드월렛’(Nerdwallet)이 여론 조사 기관 해리스 폴에 의뢰해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 미국인 대다수는 힘든 주택 구입 여건에 불구하고 내 집 장만을 여전히 최고 우선순위로 꼽았다.
◇ 내 집 마련 꿈 포기할 수 없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경제 불투명성에도 불구하고 미국인들의 내 집 마련에 대한 열망은 꺾이지 않았다. 미국인 중 약 83%는 주택 구입을 최고의 우선순위로 꼽았는데 지난 4년간 이 같은 비율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향후 12개월 내에 주택 구입 계획이 있는 냐는 질문에는 응답자의 10%가 ‘그렇다’고 답했다.
약 2,600만 명에 해당하는 미국인이 올해 내 집 마련에 나서겠다는 계획이지만 최근 5년간 연평균 주택 거래량이 500만 ~ 600만 채인 점을 감안하면 올해도 주택 구입 열기가 쉽게 사그라 들기 힘들 전망이다. 이미 약 85%에 달하는 미국인이 현재 주택 가격이 과대평가된 점과 주택 매물량이 2019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점등 현재 주택 시장 상황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도 조사됐다.
홀든 루이스 너드월렛 주택 및 모기지 부문 연구원은 “올해도 바이어 숫자가 셀러를 초과할 것으로 보여 주택 구입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라며 “작년 주택 시장을 돌아보면 실패에 포기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도전했던 바이어들이 내 집을 장만했던 사례를 참고하면 좋겠다”라고 조언했다.
◇ 내 주택 구입 능력 작년보다 나아졌다
미국인 중 약 34%는 자신의 주택 구입 상황이 작년보다 나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다. 대부분 작년보다 개인 경제 사정이 나아진 점을 이유로 들었는데 ‘모아둔 주택 구입 자금이 충분해서’라는 답변이 46%로 가장 많았다. 약 40%는 ‘올해 소득이 증가해서’라고 답했고 ‘크레딧 기록이 개선됐기 때문’이라는 답변도 약 32%였다. 세대별로는 밀레니엄 세대 중 올해 주택 구입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45%로 가장 많았다. 성별로는 남성 중 자신의 주택 구입 능력이 개선될 것으로 본다는 비율이 여성보다 높았다.
반대로 올해 주택 구입 여건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았다. 약 25%에 해당하는 미국인은 작년에 비해 올해 주택 구입 사정이 더 힘들어질 것으로 봤는데 절반이 넘는 응답자가 ‘집값이 너무 올랐기 때문’(54%)이라고 이유를 들었다. 이 밖에도 ‘전반적인 경제 사정 악화’(45%)와 ‘모기지 이자율 상승 전망’(31%)으로 인해 올해 주택 구입 여건이 불리해질 것으로 보는 미국인이 많았다.
◇ 작년 바이어 3분 2 주택 구입 실패
지난해 주택 시장은 ‘약육강식’이 지배하는 아마존 정글을 연상케 할 정도로 바이어 간 구입 경쟁이 극에 달했다. 전액 현금 구매인 ‘캐시 오퍼’가 주택 시장을 지배한 가운데 크레딧 점수와 소득이 높아도 다운페이먼트 비율이 낮은 바이어는 구입 경쟁에서 맥을 못 추는 사례가 속출했다. 그 결과 주택 구입에 실패한 바이어들이 성공한 바이어 숫자를 크게 앞질렀다.
지난해 초부터 수백만 명에 달하는 바이어들이 주택 구입에 도전한 가운데 3분의 2에 해당하는 약 66%는 결국 연말까지 내 집을 장만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이 같은 조사 결과를 뒤집어 보면 바이어 3명 중 1명꼴인 약 34%는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뤘다는 것으로 주택 구입 희망의 끈을 쉽게 놓을 필요는 없겠다.
지난해 초 주택 구입 계획을 세웠지만 이루지 못한 바이어 중에는 코로나 팬데믹에 의한 영향이 가장 컸다. 작년 주택 구입에 실패한 바이어 중 약 35%가 코로나 팬데믹과 그로 인한 영향으로 주택 구입을 연기하거나 취소했다고 답했다. 약 25%는 주택 구입을 위한 오퍼를 제출했지만 경쟁에 밀려 실패했고 약 25%는 조건에 맞는 집을 찾지 못해 구입 계획을 취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밖에도 ‘올해 주택 구입 사정이 나아질 것으로 기대돼’, ‘구입 가능한 가격대의 집을 찾지 못해’, ‘모기지 대출을 받지 못해’ 등의 이유로 지난해 많은 바이어들이 내 집 마련의 꿈을 접어야 했다.
◇ 팔고 싶어도 팔지 못하는 주택 보유자 많아
집을 팔고 싶어 하는 주택 보유자가 절반이 넘지만 선뜻 집을 내놓지 못하는 상황이다. 현재 주택 시장에 나온 매물이 턱없이 부족해 보유 주택을 팔아도 이사 갈 집을 구하기 힘들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주택 매물은 코로나 팬데믹 이전인 2019년 대비 56%나 줄어들었다. 집을 내놓기를 꺼리는 주택 보유자가 많아 극심한 매물 부족 현상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조사에서 주택 보유자 중 약 42%는 현재 집을 팔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나머지 58%의 주택 보유자 중 대부분은 집을 팔고 싶지만 여러 가지 사정상 집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주택 보유자들이 집을 내놓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이사 갈 집을 찾지 못할 것에 대한 우려’(40%)였다. 이 외에도 ‘새 집 구입 부담이 너무 높아져서’(35%), ‘코로나 팬데믹 때문에’(31%), ‘경제 전망이 불투명해서’(29%), ‘주택 판매 비용 부담 때문에’(27%), ‘주택 판매 준비 과정이 까다로워서’(21%), ‘소득이 불안정해서’(16%) 등의 이유로 집을 쉽게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주택 보유자들은 밝혔다.
◇ 무주택자 중 대부분은 다운페이먼트 부족 호소
무주택자 중 약 16%, 주택 보유자 중 약 37%는 현재 주택 구입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나머지 응답자 대부분은 주택 구입 계획을 가지고 있지만 막상 주택 구입에 나서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 구입에 나서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무주택자와 주택 보유자 간에 큰 차이를 보였다.
집을 사고 싶어 하는 무주택자들이 주택 구입 시 가장 큰 장애물로 여기는 것은 다운페이먼트였다. 다운페이먼트가 부족해 주택 구입에 나서지 못한다는 답변이 36%로 가장 많았다. 이어 ‘소득이 낮아서’(34%), ‘크레딧 기록이 나빠서’(32%) 등 주로 개인 재정적인 원인으로 주택 구입을 미루고 있었다. 반면 주택 보유자의 경우 매물 부족, 현재 경제 상황, 코로나 팬데믹, 과열 경쟁 등을 새 집 장만을 가로막는 장애물로 여기고 있었다.
<준 최 객원 기자>
[출처] 미주 한국일보 2022년 3월 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