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급주택 중심으로 공급난 점차 완화
▶ 4월 최저점 찍고 신규 리스팅 증가세
▶ “주택시장 정상으로 복귀 신호” 분석
뜨거웠던 주택시장이 드디어 진정될 기미를 보이기 시작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최근 보도했다. 주택 매물이 을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고급주택 시장에서 이런 분위기가 두드러져 지난해 절대로 셀러로 나서지 않았던 홈오너들도 태도 변화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집값 오름세가 이어지는 것을 보고 집을 내놓기로 마음을 바꾼 경우도 있고 지나치게 높은 가격에 거래되던 관행에서 일보 후퇴하는 모습도 보인다.
전국 부동산협회(NRA)에 따르면 기존주택 거래는 지난 5월 4개월 연속 감소했다. 리얼터닷컴은 6월 신규 매물 리스팅이 전월 대비 11%, 전년 대비 5.5% 증가했다고 밝혔다. 리얼터닷컴의 조지 라티우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신규를 포함한 6월 전체 매물 리스팅은 지난해 6월보다 43% 감소했지만 한 달 전인 지난 5월에 비해서는 60%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실제 전국 주택시장에서 거래가 가능한 주택 매물은 지난해 4월 104만5805채로 팬데믹 이후 최고를 기록한 뒤 꾸준히 감소해 지난 4월 49만1969채로 줄었다. 그러나 바닥을 확인한 이후 5월 50만446채, 6월 54만8864채로 두 달 연속 증가하며 주택 공급 사정을 좋게 했다.
더글러스 엘리만 부동산의 조너던박서 에이전트는 “불과 두 달 전만 해도 모두가 ‘사고팔 집이 고갈됐다’고 느꼈다”며 “그러나 상황이 바뀌었고 이제는 집을 팔겠다는 새로운 셀러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라티우 이코노미스트는 주택 공급이 늘면서 가격 상승세가 느려지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전국 주택 중간값의 전년 대비 상승폭은 4월 17.2%에서 6월 12.7%로 감소했다. 그는 “내년까지 집값 상승세가 둔화될 것”이라며 “주택시장이 점점 더 정상적인 상황으로 자리 잡아 가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뉴욕 브루클린에 사는 미셸과 댄 매닉스는 최근까지도 절대 본인들 소유의 집을 팔지 못할 것으로 생각했다. 14년 전 구매한 휴가용 주택은 특히 그랬다. 그러나 올해 들어서 인근의 집들이 72시간 만에 250만 달러에 팔리는 것을 보고 생각이 조금씩 바뀌었다.
집을 내놔 보기로 한 그들은 지난 5월 말 246만 달러의 가격을 제시했다. 이후 가격을 낮춰 현재는 219만 달러까지 인하했다. 오퍼가 들어온 것은 없지만, 주변에서 경쟁자가 될 매물들이 하나 둘 꾸준히 나오고 있다. 미셸은 “경쟁자도 없고 금방 팔릴 줄 알았는데 내가 봐도 아주 좋은 매물들이 근처에 3~4개씩 꾸준히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리얼터닷컴에 따르면 해당 지역의 매물은 지난해 8개에서 현재 13개로 늘었다.
‘워싱턴 파인 프로퍼티스’의 크리스 이탤레그 에이전트는 “주택 수요는 여전히 강력하지만 일부 바이어는 예전처럼 다급해 보이지 않는다”며 “경제가 전면 재개방되면서 이들은 오픈하우스를 찾아다니는 대신 휴가를 가거나, 가족을 방문하거나, 주말을 해변에서 보내는 식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바이어들은 높은 가격과 치열한 경쟁에 피로감을 호소하며 주택 구매를 쉬고 있다. 물론 매력적인 매물에는 여전히 오퍼가 몰리며 경쟁이 심하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는 거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매닉스 부부의 휴가용 주택처럼 가격이 너무 높거나 리노베이션이 필요한 경우가 특히 그렇다.
전국적으로 고급 주택은 중간 가격대와 저렴한 가격대 주택보다 많은 물량이 나오고 있다. 리얼터닷컴에 따르면 100만 달러 이상 신규 주택 매물은 6월 19일 기준 전년 대비 17.5% 증가했다. 반면 35만 달러 미만 주택 매물은 7.4% 감소했다. 물론 100만 달러 이상 신규를 포함한 전체 주택 매물은 1년 전보다 23% 부족하고 35만 달러 미만은 49% 줄어든 상태다.
고가 주택 공급이 많은 이유는 상대적으로 투자 대비 효과를 노리고 저렴한 주택을 많이 찾는 시장 심리 때문이다. 여기에 일부 셀러들이 배짱을 부리듯이 가격을 높게 책정한 점도 영향을 미친다고 분석한다. 그러나 바이어들은 너무 오른 집값에 질렸고 일종의 심리 싸움에서 양보할 생각을 접으면서 공급량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많은 셀러에게 팬데믹 초기에 집을 팔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로버트 쿠쉬너와 트레버 요더 커플은 20년 넘게 소유한 시골 스타일의 집이 있었다. 어떤 때는 주 거주지로 또 어떤 때는 주말 휴가지로 쓴 집이었다. 쿠쉬너는 “수년 동안 추수감사절은 꼭 이 집에서 보내곤 했다”고 말했다.
최근 코스타리카의 부동산 개발 건으로 몇 달 동안 집을 떠나게 된 이들은 이 집을 팔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나 팬데믹으로 집을 팔기 전까지 완전히 수리를 마칠 수 없게 됐고 쿠쉬너는 “사람들이 집을 사거나 렌트를 얻을 때는 완벽한 집을 원하는데 난처한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결국 이들은 집을 파는 대신 렌트로 내놓았다. 그런데 그사이에 다시 팬데믹이 잦아들면서 집을 고칠 수 있게 됐고 바닥과 페인트를 겨우 마칠 수 있었다. 이들은 지난달 725만 달러에 집을 내놨고 동시에 월 19만5000달러의 렌트비를 받는 임대로도 내놨다.
지금은 렌트비를 15만 달러로 낮췄지만 쿠쉬너는 만족스러운 수준이 아니면 집을 팔지 않겠다고 했다. 그는 “뜨거웠던 주택시장이 얼마나 식었는지 알아보고 싶다”며 “만약 원하는 가격에 팔리거나 임대가 되면 그 수준으로 좋게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류정일 기자
[출처] 미주 중앙일보 2021년 7월 2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