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중앙일보

장기전 대비해야 극심한 경쟁 버틸 수 있어

By 2021년 04월 22일 No Comments

▶ [바이어가 자문할 5가지 질문] ▶ 예산 파악·스피드가 출발점
▶ ‘픽서어퍼’ 선택 맹점 많아
▶ 인내심과 경쟁 대비책 필요

 

과열 조짐을 보이는 요즘 주택시장에서 집을 사기란 보통 큰일이 아니다. 이자율은 낮은데 매물은 부족하다 보니 주택 하나에 수십 개 오퍼가 몰리고 현금 제안도 넘쳐난다. 가격은 이미 오를 대로 올라 낮은 이자율의 장점을 상쇄할 정도라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봄 성수기는 이미 시작됐는데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모르는 바이어들이 많다. 이렇듯 지글지글 끓는 주택시장이지만 지금이라도 도전해서 집을 사겠다면 여전히 마음을 정하기 전에 자신에게 해야 할 질문들이 있다. 그리고 팬데믹 특수 상황을 고려해서 추가로 자문해 봐야 할 고려사항들이 있다.

▶팬데믹으로 예산이 달라졌나

예산을 정하려면 첫 번째로 다운페이를 위해 저축해둔 돈이 얼마인지 또 매달 페이먼트를 얼마나 할 수 있는지 파악해야 한다. 현재 렌트 세입자라면 매달 내는 렌트비가 좋은 기준이 될 수 있다.

주택 구매 예산은 다음 사항들을 고려해야 한다. 모기지 이자율, 다운페이 저축액, 매달 감당할 수 있는 월 페이먼트, 지역 집값과 세금 및 클로징 비용 등 기타 비용 등이 그것이다.

최근 주택시장의 과열 분위기는 저금리 현상이 일부 원인을 제공했다. 이자율이 오르면 바이어 중에는 더 빨리 이사를 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끼는 이들도 생길 것이다. 이때 모기지 렌더는 소득과 크레딧 히스토리 그리고 소득대비부채 비율을 보고 모기지 이자율을 정한다. 이런 이유로 가능한 한 빨리 모기지 사전승인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

뉴욕 ‘레미 부동산’의 앤드류라구사 CEO는 “최근 주택시장은 스피드가 모든 것을 지배한다”며 “더 많이 알수록 더 빨리 움직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스마트폰에 모기지 계산기를 다운받아 집을 볼 때마다 계산해 보라고 권했다. 이때 중요한 것은 재산세를 빼먹지 말라는 것이다. ‘월렛허브’에 따르면 전국 평균 주택의 홈오너들은 연평균 2500달러 정도를 재산세로 낸다.

▶팬데믹이 끝나면 장기 목표는 무엇인가

여기서 핵심은 ‘장기’ 목표다. 보다 넓은 공간에 실내 사이클을 둔다거나 줌 미팅을 위해 채광이 좋은 서재가 있어야 한다는 것만 의미하지는 않는다. 자녀를 좋은 학교에 보내고 싶다거나 부모님과 가까운 곳에 살길 원한다는 것 등을 생각해봐야 한다.

LA에 위치한 ‘어플루언서 파이낸셜’의 새뮤얼 래드 공인재정설계사(CFP)는 “주택 바이어는 그 집에서 얼마나 오래 살지를 심각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 바이어는 팬데믹 기간 중 저축한 돈을 바탕으로 마음에 드는 집을 사겠다는 생각이지만 매물 부족으로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이런 마음가짐은 자신을 해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미 오른 가격에 구매해야 하고 몇 년 뒤에는 집을 되팔 수도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 주택시장의 열기는 다소 식고 동시에 집값도 안정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픽서어퍼(fixer upper)를 사야 하나

현재 상황에서 픽서어퍼는 계획한 것보다 더 많은 돈이 들 수 있다. 위스콘신의 브룩베넌 에이전트는 최근 자신의 고객을 예로 들며 구매한 집을 고쳐서 사는 것은 더 큰 비용과 시간이 들었다고 전했다.

가장 큰 이유는 팬데믹을 겪으며 전 세계 물류에 차질이 생기면서 건축자재 가격이 올랐기 때문이다. 많은 컨트랙터와 무역상들은 건축자재 주문에 대해 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답하고 있다.

베넌 에이전트는 “바이어들이 알 필요도 없었던 지붕 자재 중 하나인 타르의 가격은 이미 5배나 올랐다”며 “픽서어퍼를 원하는 고객들에게는 실제로 이사를 들어가 살 수 있기까지는 긴 세월이 걸릴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다릴 수 있나

모기지 이자율은 오르고 있다. 그러나 하루 밤새 치솟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집값도 고공행진을 계속할 것으로 예상한다.

‘아메리칸 엔터프라이즈 인스티튜트(AEI) 하우징 센터’의 에드핀토 디렉터는 “현재 일어나고 있고 최소한 향후 수개월 이어질 현상은 주택시장이 봄 성수기 중 사상 최악의 매물 부족이란 사실”이라며 “새로운 집이 대거 지어지지 않는 한 이런 공급 부족은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분명 바이어에게 좋은 시절은 아니다. 팔 물건이 부족한데 특히 첫 주택 구매자인 경우는 더 많은 돈을 오퍼하는 경쟁자에게 깨지기 십상이다.

래드 CFP는 “현재와 같은 경제 상황에서 생채 첫 주택 구매자는 어떤 장점도 누리기 힘들다”며 “집을 사고, 팔아본 경험이 있는 경우가 훨씬 집을 재구매하는 데 유리하다”고 말했다.

다른 한편으로 베넌 에이전트는 “첫 주택 구매자는 살던 집을 팔아야 할 부담이 없고 뜻대로 일이 되지 않을 때 질 부담도 없기 때문에 유리할 수 있다”며 “많은 경우 이들은 본인들이 원하는 집이 나오면 빠르게 결정하고 거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경쟁에 나설 준비가 됐나

지금 뜨겁게 달궈진 주택시장에 바이어로 참여할 것이라면 경쟁 바이어끼리 엄청난 전쟁을 치를 각오를 해야 한다.

모기지은행협회(MBA)의 마이크 프라타토니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가능한 한 예산을 최대한 확보하는 것이 비딩 경쟁에 나설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라며 “그러나 그렇다고 곧장 승리를 거머쥘 것이라고 생각했다가는 실망감만 커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그는 “장기간 이어질 수 있는 상황에 뛰어든다고 생각해야 한다”며 “치열한 비딩 경쟁이 이뤄지는 시장에 뛰어들고 싶은 바이어는 없겠지만 그래도 본인의 예산 범위 안에서 가능한 경쟁이라면 도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베넌 에이전트는 60만 달러 예산이 있다면 그는 고객들에게 50만 달러 미만의 집을 찾으라고 조언한다. 최근 과열된 주택시장의 분위기를 고려할 때 승률을 높일 수 있는 셈법으로 그만큼 비딩 경쟁이 심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물론 여기에 추가로 다른 매력을 담은 오퍼를 제시할 수도 있다. 클로징을 빨리 끝내겠다고 전하거나, 가능한 상황이면 모두 현금으로 산다고 하거나, 또는 감성에 호소하는 편지를 써서 보낼 수도 있다.

베넌 에이전트는 “현금 바이어는 다른 바이어들을 박살 내면서 전의를 상실케 했다”며 “그러나 여전히 셀러에게 보내는 편지는 효력을 발휘한다”고 말했다.

 

류정일 기자
[출처] 미주 중앙일보 2021년 4월 2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