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팬데믹이 바꾼 주택시장 풍경
화상으로 3D 투어·오퍼·인스펙션…주택구입 전과정 온라인 진행 급증
▶ “가상투어가 직접 보는 것보다 나아” 가상 투어로는 집의 상태 파악하는데 한계
코로나 팬데믹이 바꿔 놓은 주택 시장 풍경 중 하나가 바로 집을 보지 않고 구입하는 것이다.
이전에는 전혀 상상도 할 수 없던 일이지만 이제는 주택 매매 당사자들 사이에서 아무렇지도 않은 듯 자연스럽게 이뤄지고 있다. 일부 주택 구입자는 주택 구입을 끝내고 나서야 ‘자기 집’에 처음 들어가 본 경우도 있다.
CNN 비즈니스가 집을 직접 보지 않고 온라인으로만 구매한 바이어들의 사례를 알아봤다.
◇에이전트 물색부터 에스크로 마감까지
프로 레슬링계에서 ‘잭슨 라이커’란 닉네임으로 알려진 채드 라일은 최근 노스캐롤라이나에 주택을 구입했다.
가족과 근처에 살기 위해 올랜도에서 이사한 라일이 새 집을 처음 구경한 것은 주택 구입 절차가 모두 끝나고 나서다. 집을 직접 보지도 못하고 오퍼를 제출한 것은 물론 부동산 에이전트를 구하는 일부터 시작해서 모든 구입 절차를 온라인으로 진행했다.
바쁜 스케줄에 코로나 팬데믹까지 겹치는 바람에 전혀 예상치도 못한 주택 구입 과정이었지만 전반적으로 만족스러운 과정이었다.
라일은 “페이스 타임을 통한 화상 채팅을 여러 번 진행했고 홈 인스펙션도 화상 채팅으로 실시했다”라며 “코로나 바이러스 상황을 감안하면 안전하고 수월한 절차였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매물 홍보도 가상 투어 위주로
라일처럼 매물을 보지 않고 구입하는 것을 익숙하게 생각하는 바이어가 늘고 있다.
온라인 부동산 업체 질로우닷컴이 5월 중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바이어 중 약 36%가 주택 구입 전 과정을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것에 문제가 없다고 느낀다고 답했다. 온라인 주택 매매를 선호하는 셀러의 비율은 약 43%로 더 높았다.
질로우 측은 “코로나 팬데믹으로 여행과 쇼윙 방식이 제한된 반면 원격 근무 및 재택근무자가 늘어 집을 보지 않고 구입하는 트렌드가 점차 보편화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수요를 맞추기 위해 가상 투어를 제공하는 매물이 급증하고 있고 이들 매물에 대한 관심도가 다른 매물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2월과 4월 사이 질로우닷컴 등록 매물 중 가상 투어 방식을 채택한 매물은 무려 약 600%나 급증했다.
가상 투어 방식 중 하나인 3D 투어를 제공한 매물은 검색자 수가 약 66% 높았고, 저장되는 횟수 역시 약 90%나 많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가상 투어 결과 대만족
매물을 보지 않고 구입하는 것은 해외 바이어들에게 해당되는 이야기로 여겨졌다. 그러나 코로나19가 발생하면서 국내 바이어 중에서도 뜻하지 않게 집을 보지 못한 채 구입하게 된 경우도 있다.
뉴저지 주를 휩쓴 코로나 바이러스로 자택 대기 명령이 내려지면서 제프와 자넷 랠리 부부는 집을 보러 다니는 일이 불가능해졌다.
어느 날 에이전트가 보내온 3D 투어 매물을 보고 마음에 든 매물에 오퍼를 보냈다.
남편 제프는 매물을 직접 가서 보는 것보다 가상 투어의 장점이 많은 것을 경험했다고 설명했다.
제프는 “매물을 직접 보러 가서 빠트린 부분은 다시 보러 가기 힘들지만 가상 투어로는 궁금한 점이 있을 때마다 다시 확인이 가능하다”라며 “에이전트와 직접 집을 보러 가서도 시간에 쫓기는 경우가 많은데 가상 투어는 여러 번 반복해서 보니 마치 홈 인스펙션을 하는 것 같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는 가상 투어를 통해 워터 히터기의 사진을 확대해 설치 날짜를 확인하기도 했고 각 침실 창문 창문 밖의 전망을 여러 번 감상한 적도 있다.
캐비닛 부품의 결함을 가상 투어 영상을 통해 확인하기도 했다는 제프는 “직접 보는 것보다 훨씬 수월하고 낫다”라며 “이번처럼 자신감을 갖고 주택을 구입한 적은 처음이다”라고 말했다.
◇에스크로 하루 전에야 보게 돼
아만다 스톤과 약혼남 스콧 마랄도 주택 임대 계약이 끝나기 전에 생애 첫 주택을 마련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코로나19가 터지면서 내 집 마련이 힘들어지는 듯했다.
그러던 중 약혼남 마랄도가 주방위군 훈련차 조지아 주로 떠나면서 스톤 혼자 인터넷 매물 샤핑을 시작했다. 페이스 타임을 통해 마랄도에게 매물 보여주던 중 마음에 드는 매물을 찾고 둘은 오퍼를 제출했다. 계약은 체결됐고 마랄도는 훈련이 끝나고 돌아온 뒤 홈 인스펙션을 통해 처음으로 집을 볼 기회가 주어졌다.
그런데 전날 주지사의 자택 대기 명령이 시행되면서 집을 방문하지 못하게 됐다. 결국 둘은 직접 가보는 것으로 포기하고 주택 거래를 진행했고 에스크로 마감을 하루 앞두고서야 다행히 집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마랄도는 “집을 보지 못하고 구입하게 된 것은 괜찮다”라며 “하지만 새 집에 가족과 친구들을 당장 초대할 수 없는 현실이 아쉽다”라고 말했다.
◇가상 투어로 빠트릴 수 있는 점 보완해야
가상 투어만으로 주택을 구입하는 것은 직접 보고 구입하는 것과 아무래도 다른 점이 많다.
주택 구입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감정이나 느낌은 가상 투어를 통해서 확인할 수 없다.
예를 들어 집안의 온기나 햇빛 등은 가상 투어만으로 확인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또 주택 구입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악취도 가상 투어를 통해서는 확인이 전혀 불가능하다.
부동산 업체 오픈 도어의 비아트리체 드 종 에이전트는 “가상 투어만으로 주택을 구입해야 하는 경우 적어도 담당 에이전트가 매물을 방문해서 현장 상태를 실시간으로 전달하도록 요청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조언했다.
집안의 감각적인 부분 외에도 기능적인 부분 확인도 중요한데 가상 투어로 확인 불가능한 부분이다. 샤워기나 수도꼭지의 수압, 와이파이 인터넷 신호, 바닥 불균형 정도, 동네 환경 등은 직접 방문하지 않고서는 확인할 수 없다.
주택 구입 결정전 에이전트에게 방문을 요청해서 반드시 확인하도록 한다.
<준 최 객원 기자>
[출처] 미주 한국일보 2020년 7월 2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