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물 나오자마자 오퍼… 웃돈까지 제시, 사전융자승인 받아도 현금 구입자에 뺏겨
▶ 오픈하우스서 다른 바이어 막는 소동도…다운페이먼트 비율 상승 속 저가 주택이 더 인기
이자율 하락 겹쳐 주택구입 경쟁 심화
코로나19 사태로 모기지 이자율은 나날이 떨어지고 있지만 바이어들은 주택 구입에 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자율이 낮아져 주택 구입 비용이 떨어진 것처럼 느껴지지만 대출 기준이 강화돼 낮은 이자율은 그림의 떡에 불과할 뿐이다.
오히려 주택 매물 수준이 코로나 팬데믹 이전보다 더 감소, 근래 몇 년간 보기 드문 구입 경쟁이 바이어들의 애를 태우고 있다. 셀러들이 집을 내놓기를 꺼리는 경향이 나타나면서 생긴 현상이다. USA 투데이가 최근 내 집 마련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바이어들의 실상을 알아봤다.
◇‘영역 표시’하듯 다른 바이어 방해
달리기 전문 체육 강사 로라 갈리조(33)는 12채의 집을 본 뒤에 이중 3채에 오퍼를 썼다. 오퍼를 쓴 3채 중에서도 처음 본 집이 가장 마음에 들었는데 오픈 하우스에서 어처구니없는 경험을 했다. 콜로니얼 스타일의 이 집은 침실 4개, 욕실 2.5개로 욕실과 벽난로, 에어컨, 지붕 등이 리모델링 돼 갈리조 부부의 마음에 쏙 들었다.
오픈 하우스에는 갈리조 부부 외에 50대로 보이는 부부도 방문했는데 이 부부보다 먼저 방문한 것이 천만다행이었다. 이 50대 부부는 나중에 오는 바이어들이 오픈 하우스에 못 들어오게 하려고 끝날 때까지 떠날 생각을 하지 않았던 것. 게다가 자신들의 차량을 차고 진입로에 떡 하니 주차해 다른 방문자의 주차까지 방해했다고 했다.
짐승들이 영역 표시를 하는 듯한 행동을 한 이 부부는 리스팅 가격보다 2만 달러를 더 써낸 끝에 결국 집을 차지하게 됐다. 결국 갈리조 부부는 다른 매물을 보러 갔고 거기서도 역시 지난번 오픈 하우스에서 본 바이어들을 만나게 되자 경쟁심이 발동하기 시작했다.
◇매물 품귀에 웃돈 경쟁 재현
코로나 팬데믹에 모기지 이자율은 유례없이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지만 바이어들은 대출 기준 강화라는 새로운 장애물을 만나고 있다. 갑작스러운 경기 침체로 대량 실업 사태가 발생하자 대출 은행들이 대출 고삐를 바싹 죄기 시작한 것이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하락세였던 다운페이먼트 비율이 다시 오르기 시작했고 크레딧 점수 기준을 상향 조정하는 은행도 늘었다.
게다가 가뜩이나 부족했던 주택 매물은 코로나 팬데믹 기간을 거치며 더욱 자취를 감춰 모기지 대출 신청은 둘째치고 매물 찾기에 혈안이 된 바이어가 더 많다. 매물이 나오기만 하면 이것저것 따질 겨를 없이 오퍼 제출을 바로 결정해야 하고 구입 경쟁이 시작되면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웃돈을 제시하는 현상까지 재현되고 있다.
◇주택 구입자 40% 구입 경쟁 경험
매물 부족 현상은 코로나 팬데믹 이전부터 이미 주택 시장의 심각한 문제로 지적됐다. 최근 주택 착공과 신축 허가가 증가했지만 당장 쏟아져 나오는 수요를 충족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온라인 부동산 정보 업체 리얼터닷컴에 따르면 6월 20일 현재 주택 재고는 1년 전보다 약 29%나 빠진 상태다. 매물 가뭄 현상에 올해 주택 구입자들은 대부분 구입 경쟁을 뚫고 승리한 구입자들이다.
부동산 업체 클레버 리얼 에스테이트가 올해 1월부터 5월 사이 주택을 구입한 약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 약 40%가 주택 구입 과정에서 적어도 한차례 이상 구입 경쟁을 치러야 했다고 이야기했다.
하비어 비바스 리얼터닷컴 디렉터는 “이자율 하락으로 주택 구입 여건이 개선된 것처럼 보이지만 가장 큰 문제는 매물을 찾는 일”이라며 “매물이 부족한 상태에서 주택 구입 수요가 기대 이상으로 증가하는 현재 상황은 ‘퍼펙트 스톰’과 같다”라고 USA투데이와 인터뷰에서 설명했다.
◇현금 구매자가 ‘왕’
첫 주택 구입자 브렛-에실리 워드는 지난 3주간 무려 9채의 집에 오퍼를 제출했다. 하지만 번번이 현금 오퍼를 제출한 바이어와의 경쟁에서 밀렸다. 워드는 리스팅 가격보다 높은 가격에 오퍼를 써보기도 했지만 결과는 역시 마찬가지였다. 아무리 부지런히 집을 보고 오퍼를 제출해도 어디선가 ‘캐시 오퍼’ 바이어가 나타나 워드의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어 버렸다.
워드는 “주택 시장이 미친 것 같다”라며 “많은 현금을 모은 사람이 그렇게 많은 지 몰랐다”라고 USA 투데이와 인터뷰에서 혀를 내둘렀다. FHA 융자 사전 승인을 받은 워드는 10번째 오퍼를 통해 드디어 셀러와 구매 계약을 체결했고 8월 초 에스크로 클로즈 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최근 수년간 다운페이먼트 비율은 하락세를 보였다. 클레버 리얼에스테이트의 조사에 따르면 2018년 다운페이먼트 비율이 20% 미만인 바이어는 전체 중 약 40%로 10년 약 22%보다 약 2배나 증가했다. 그러나 최근 코로나 팬데믹 기간을 거치며 다운페이먼트 비율 상승 현상이 다시 나타나고 있다.
◇안정적 직업, 높은 크레딧도 ‘무용지물’
아만다 두셋과 남편도 최근 내 집 마련에 나섰다가 처참한 주택 시장 환경에 쓴맛만 보고 말았다.
오하이오 주 콜럼버스에 나온 지 하루 된 매물에 부부는 서둘러 오퍼를 제출했는데 이 매물에 제출된 오퍼는 부부 것을 포함, 모두 15건이었다. 부부는 리스팅 가격보다 1만 달러를 높게 썼고 감정가 차액도 본인들이 부담하겠다는 공격적인 조건까지 오퍼에 포함시켜 승산이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오산이었다.
셀러는 다른 바이어의 손을 들어줬고 두셋 부부는 이번 오퍼 제출 경험을 바탕으로 다음번 오퍼 경쟁부터는 경쟁력 있는 오퍼를 위해 노력할 계획이다.
아만다는 “나와 남편은 안정적인 직업을 갖고 있고 크레딧 점수도 높은 편”이라며 “하지만 마땅한 집을 찾지 못해 아직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라고 USA 투데이와 인터뷰에서 하소연했다.
◇주택 가격 상승 향후 수년간
부동산 업체 레드핀에 따르면 ‘세계 보건 기구’(WHO)가 코로나19를 세계적인 전염병으로 규정한 3월 11일 이후 저가대 주택의 가격이 급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저가대 매물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이어졌지만 기존 주택과 신규 주택 등 매물 공급이 좀처럼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레드핀은 3월 31일 기준 전국의 저가대 주택의 가격은 1년 전 대비 약 5.5% 상승했다.
저가대 주택 가격이 가장 많이 오른 지역은 뉴저지 주의 뉴마크 지역이다. 뉴마크 저가대(상중하로 나눴을 때 가장 낮은 가격대) 주택의 중간 가격은 약 21만 1,281달러로 1년 전 대비 약 14.7%나 폭등했다. 필라델피아, 디트로이트 등의 대도시에서도 저가대 주택 가격이 전년대비 약 13% 이상 폭등 현상을 보이고 있다.
<준 최 객원 기자>
[출처] 미주 한국일보 2020년 7월 1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