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택 가치 상승효과 낮추는 리모델링도 수두룩
▶ 전문가와 상의해 인근 수준에 맞는 규모가 적당
세금 환급 시즌이다. 세금 보고를 서둘러 마친 납세자 중에는 이미 금액이 두둑한 세금 환급 수표를 받은 납세자도 많다. 환급 수표를 받으면 어디에 써야 할까 행복한 고민에 빠진다. 오래된 차를 바꿀까, 자녀 교육비로 쓸까 등등이다. 반면 세금 환급을 그동안 미뤘던 리모델링에 사용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는 주택 보유자도 많다. 그러나 남들 따라 하는 리모델링은 금물이다. 리모델링이라고 해서 다 주택 가치를 높여주지 않기 때문이다. AP 통신이 주택 가치 상승효과가 낮은 리모델링 공사를 꼽았다.
▲ ‘구어메이’(Gourmet) 주방
한국은 물론 미국에서도 ‘먹방’, ‘쿡방’이 대세다. 각종 요리 방송 배경을 나오는 멋진 주방을 우리 집에도 꾸미고 싶은 바람이 간절하다. 전문 요리사급 주방을 뜻하는 ‘구어메이’ 주방을 들여놓으면 요리에는 도움이 될지 몰라도 주택 가치를 올려주는 효과는 크지 않다.
리모델링 매거진의 2020년 ‘리모델링 비용 대 가치’ 보고서에 따르면 고급 주방 리모델링의 비용 회수율은 공사비의 절반을 조금 넘는 약 54%에 불과하다. 대리석 카운터 톱과 최고급 주방 시설로 리모델링 할 경우 비용이 10만 달러를 훌쩍 넘기기 쉽다. 그러나 집을 팔 때 10만 달러를 다 받지 못하고 절반에 해당하는 5만 달러만 더 받아도 다행이라는 이야기다.
주방 리모델링 상태가 집을 팔 때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남녀노소 요리에 대한 관심이 높고 주방에서 가족이 모일 때가 많아 집을 보면서 주방 먼저 보게 된다. 따라서 주방 리모델링을 계획 중이라면 대규모 공사보다는 중소규모 공사를 실시할 때 더 ‘돈’ 이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예를 들어 겉보기에는 비슷하지만 값비싼 대리석 카운터 톱보다는 저렴한 그라나이트 카운터 또는 ‘쿼츠’(Quartz) 재질의 카운터 톱이 훨씬 실용적이다.
전문 업체를 거치지 않고 직접 페인트를 하면 주택 가치가 떨어질 수 있다.[AP]
▲ ‘DIY’ 페인팅
페인트 작업은 전문적인 기술을 요구하지 않기 때문에 웬만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직접 실시할 수 있다. 그러나 집을 팔 때만큼은 이야기가 달라진다. 전문 페인트 업체에 의한 세심한 작업 기술에 따라 주택 가치가 크게 좌우되기 때문이다. 주택 매물 직거래 업체인 ‘오픈도어’(Opendoor)가 2018년 6월부터 2019년 6월까지 1년간 조사한 매매 오퍼 자료에 따르면 페인트 작업의 수준에 따라 매매 가격이 약 1,700 달러나 차이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페인트 작업의 수준이 확연히 차이가 나는 곳은 주로 ‘모서리’ 부분이다. 벽과 벽, 벽과 천정, 벽과 바닥이 만나는 모서리 부분은 전문적인 기술이 있어야 깔끔한 페인트 작업이 가능하다. 페인트가 조금이라도 덜 칠해졌거나 지저분하면 바이어들은 오퍼 가격을 높게 적고 싶은 생각이 사라진다. 페인트 작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준비 작업’이다. 페인트 전문 업체가 천정이나 몰딩, 베이스 보드 등 다른 곳에 페인트가 묻지 않도록 준비 작업을 철저히 하는 것과 달리 일반인은 소홀히 할 때가 많다.
▲ 매스터 침실 확장 공사
부부가 많은 시간을 보내는 매스터 침실이 작으면 불편할 때가 느껴질 때가 많다. 그래서 매스터 침실 공간을 넓히는 리모델링 공사도 자주 실시되는데 주택 크기와 형태에 따라 주의해야 한다. 매스터 침실 공사를 잘못 실시하면 주택 가치가 오르기는커녕 오히려 떨어지고 집이 아예 팔리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매스터 침실 공간을 넓히려면 집안 다른 공간의 ‘희생’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매스터 침실 확장 공사를 위해 인접한 다른 침실과 벽을 허물어 하나로 트는 공사도 있고 매스터 침실 내 옷장을 터서 공간을 확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침실 2개를 하나로 합치면 침실 전체 갯수가 하나 감소하는 결과로 그만큼 바이어 숫자도 감소하는 것을 감수해야 한다. 침실에 옷장이 없다고 해서 침실 기능을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옷장이 없는 침실을 기대하는 바이어도 많지 않아 집을 팔 때 문제가 될 수 있다.
▲ 카펫 바닥
카펫은 설치 비용이 저렴하고 설치 과정도 수월하다는 이유로 바닥재로 한동안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이제 카펫을 설치하는 집이 하나둘씩 사라지고 카펫이 깔린 집은 제값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오픈도어의 조사에 따르면 집안 대부분에 카펫이 설치된 집은 가치가 약 3,900 달러나 낮았다. 특히 매스터 침실에 카펫이 깔린 집은 다른 바닥재 주택에 비해 가치가 약 3,800 달러나 떨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카펫이 설치된 집은 오래된 집 같은 느낌을 준다. 세입자 중 카펫 상태와 관련, 집주인과 마찰을 겪을 때가 많아 주택 구입 시 카펫을 선호하지 않는 비율이 높다. 대신 나무 바닥재가 설치된 주택의 가치는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전국 부동산 중개인 협회’(NAR)의 2019년 보고서에 따르면 나무 바닥재 주택의 공사비 회수율은 100%에 육박했다. 특히 집을 내놓기 직전에 나무 바닥재를 새로 설치한 경우 비용 회수율은 약 106%로 오히려 돈을 벌어주는 효자 노릇을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 리모델링 시 고려할 점
주택 리모델링을 계획할 때 다음 사항들을 고려하면 도움이 된다.
◆ 주택 처분 시기: 리모델링을 실시한 뒤 약 30년 동안 거주할 계획이라면 리모델링 항목에 구애받을 필요는 없다. 30년 뒤면 모기지 대출이 상환되는 시점으로 리모델링 비용 회수율이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조만간 집을 팔 계획이라면 바이어 트렌드에 맞는 리모델링을 실시하는 것이 좋다.
◆ 전문가와 상의: 리모델링 전문가와 상의한 뒤 리모델링 항목을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신 트렌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고 리모델링을 다시 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피할 수 있다.
◆ 인근 주택 리모델링 상태 확인: 인근 주택의 리모델링 수준에 맞는 규모로 공사하도록 한다. 인근 주택에 비해 너무 고급스러운 리모델링을 실시하면 제값을 받기 힘들다. 반대로 인근 주택이 갖추고 있는 시설을 없는 경우 집을 팔 때 불리하다. 인근에 나온 매물 오픈 하우스를 방문해 리모델링 규모와 수준을 확인해볼 수 있다.
<준 최 객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