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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에 상업용 부동산 시장도 ‘휘청’

By 2020년 07월 16일 No Comments

▶ 사무실·호텔·상가 공실률 치솟아, 임대료 인하에도 세입자 포기 속출

▶ 소매 상가·샤핑몰 임대 전망 최악, 임대료 연체 증가에 건물주 손실 도미노 우려

 

코로나19 사태로 상업용 부동산 시장도 휘청거리고 있다. 코로나 봉쇄령이 시행되는 동안 빈 사무실과 상가 자리가 부쩍 늘기 시작했다. 경제 활동이 재개되더라도 빈자리는 쉽게 채워지지 않을 전망이다.

AP 통신은 코로나19사태로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장기 호황이 마감될 수도 있다는 우울한 전망을 내놓았다.

◇공실↑, 임대료 연체↑에 건물주 한숨뿐

애틀랜타 교외의 마리에타에 임대용 사무실 건물을 운영 중인 브루스 앨리온은 요즘 고민이 많다.

코로나19로 사업에 타격을 입은 입주 세입자들이 작은 건물로 옮겨가겠다고 통보해왔기 때문이다.

앨리온은 임대료 인하 등의 인센티브를 제시하며 가능한 많은 세입자를 붙잡으려고 노력 중이지만 당분간 공실 증가는 막을 수 없는 현상으로 받아들이고 대비책을 강구 중이다.

이처럼 조만간 사무실과 상가 건물에 ‘임대중’(For Lease) 사인이 더 많이 내 걸릴 듯하다. 코로나19 사태로 상업용 부동산 시장도 큰 타격을 입었기 때문이다.

3월 일제히 문을 닫았던 호텔과 식당, 상점이 최근 속속 문을 열고 있지만 돌아온 고객은 문을 닫기 전에 비하면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현재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서는 임대료 연체 증가와 공실률 급등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리는 건물주만 늘어나는 상황이다.

◇세입자 ‘다운 사이즈, 도심 이탈’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는 동안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 새로운 트렌드 두 가지가 나타났다. 사무실 건물 부문에서는 재택근무자가 늘면서 기존보다 작은 공간으로 이주하거나 아예 사무실을 폐쇄하는 세입자가 늘고 있다.

소매 상가 중에는 온라인 업체와의 경쟁에 밀려 사업 존폐의 위기에 놓인 세입자가 많은데 임대료가 높은 도심 지역에서 이런 현상이 뚜렷하다. 소비자들 사이에서 간단함과 편리함을 추구하는 경향이 나타나면서 굳이 비싼 임대료를 내며 도시 중심가 주소지를 유지할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경제에 미치는 영향 클 것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면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불 보듯 뻔하다.

AP 통신은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침체로 관련 부문 종사자 약 360만 명이 해고될 수 있고 투자 감소로 상업용 부동산 개발도 중단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상업용 부동산 시장 조사 기관 ‘트렙’(Trepp)의 맷 앤더슨 디렉터는 “상업용 부동산 시장 전망이 좋지 않다”라며 “세입자 임대료 연체 증가에 따른 건물주들의 손실 도미노가 우려된다”라고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경고했다.

트렙에 따르면 호텔 부문 대출의 경우 5건 중 약 1건, 상가 건물 대출은 10건 중 약 1건이 이미 연체 상태에 빠져 있다.

경제 연구 기관 ‘무디스 애널리틱스’(Moody’s Analytics)는 사무실 건물의 공실률이 지난해 약 16.8%에서 올해 약 19.4%로 치솟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상업용 부동산 시장 전문가와 일부 건물주들은 현재의 상황을 과거에도 그랬듯 호황에서 불황으로 이어지는 순환기로 보고 있다. 하지만 과거와 달리 불황으로 진입하는 속도가 조금 빠른 것이 건물주들의 가장 큰 우려다.

전문가들은 코로나 팬데믹이 언제 해결될지, 직원들이 복귀한 뒤 전과 같이 식당이나 상점을 찾을지, 출장 직원들이 호텔을 이용할지 등의 여부에 상업용 부동산 시장 회복 속도가 달려 있다고 보고 있다.

◇임대료 이미 하락세

상업용 부동산의 운영 이익은 임대료 인하 추세로 이미 가파른 하락세로 접어들었다.

무디스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올해 사무실 평균 임대료는 전국적으로 약 10.5%나 하락할 전망이다. 상가 건물 임대료는 올해 약 2.7%, 내년에도 약 1.2%의 하락세를 기록할 전망인데 경기 대침체 기간보다 빠른 하락 속도에 건물주들이 긴장하고 있다.

사무실 운영이 어려워진 세입자 중에는 임대를 포기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텍사스 주 오스틴에서 사무실을 임대 중인 댄 베일리는 최근 재택근무 직원이 늘면서 임대 재계약에 나서지 않기로 결정했다. 베일리는 “사무실 근무를 희망하는 직원은 소수로 사무실 운영이 버겁다”라고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임대 포기 이유를 밝혔다.

◇절망적이지만은 않다

코로나 바이러스 2차 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일부 회사들은 이미 인구 밀도가 높은 도심에서 교외 지역으로 이주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도심 지역을 탈피하려는 움직임이 가속화되더라도 남아 있는 업체들에 의해 공실이 채워질 것이란 전망도 있다.

글렌 뮤엘러 덴버 데니얼스 경영대학 교수는 남아 있는 업체 중 사회적 거리 두기 지침 시행이 필요한 업체에 의해 더 큰 사무실 공간이 채워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상업용 부동산 시장 역시 ‘뉴 노멀’(New Normal)에 대한 대비가 불가피하지만 과거 사례처럼 침체를 거친 뒤 회복기가 찾아올 것이란 기대감도 없지 않다. 무디스 애널리틱스의 빅터 캘란노그 이코노미스트는 2001년 발생한 911 테러 공격을 예로 들었다. 당시 테러 공격 직후 뉴욕 중심가 사무실 업체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갔지만 수년 뒤 언제 그랬냐는 듯 사무실 건물 임대 붐이 일어났다. 캘란노그 이코노미스트는 “전 세계가 코로나 바이러스 팬데믹으로부터 어느 정도 안정되면 상업용 부동산 시장도 반등할 것”이라며 “하지만 일부 낙관적인 전망과 달리 반등 시기가 조만간에 찾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AP 통신과 인터뷰에서 예측했다.

◇빈 식당 자리 채워지려면 1~2년 걸릴 것

식당 부문 역시 비슷한 전망이 예측되고 있다. 상업용 부동산 업체 CBRE의 스테픈 시겔 브로커는 전국적으로 수천 곳에 달하는 식당 자리가 비게 될 것으로 우력하고 있다. 시겔 브로커는 “그러나 안심하고 외식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1~2년 뒤부터 식당 부문도 회복이 시작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방 센서스국의 통계에 따르면 경기 대침체 직전인 2006년 전국적으로 식당과 술집은 약 54만 9,000곳에 달했다. 이후 경기 대침체가 발생하고 경제가 바닥으로 향하던 2010년 식당과 술집의 숫자는 51만 9,000개로 감소했으나 이후 경제 회복과 더불어 2017년까지 그 숫자는 다시 약 65만 8,000개로 불어났다.

◇소매 상가 전망 가장 암울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며 가장 우려되는 부문은 소매 상점 부문이다. 무디스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소매 상가 공실률은 2021년까지 약 14.6%로 치솟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일반 소매상점은 식당과 달리 경제가 회복되더라도 한번 빈자리가 쉽게 채워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일반 소매상점은 이미 수년전부터 온라인 업체와의 경쟁에서 밀리기 시작했는데 소규모 상점에서부터 대형 샤핑몰에 이르기까지 사정은 마찬가지다.

상업용 부동산 시장 조사 기관 ‘코어사이트’(Coresight)에 따르면 2018년과 2019년에만 대형 백화점을 포함한 약 1만 5,000곳의 소매상점이 폐업을 발표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터진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상가 부문의 앞날이 더욱 암울해졌다. 상업용 부동산 업계에서는 ‘소매 상가 부분의 생명이 현재 매우 위태롭다’라는 말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준 최 객원 기자>

[출처] 미주 한국일보 2020년 7월 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