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택구매… 계약 조건에 따라 취소 진행해야 손해 없어
▶ ‘매물 상태·감정가·대출 승인·소유권 기록’ 등 취소 사유에 해당
설마 했던 일이 벌어지고 있다. 모기지 이자율이 무서운 속도로 오르며 이제 7%대를 넘어설 기세다. 모기지 이자율이 일주일 사이 큰 폭으로 치솟자 주택 시장은 더욱 얼어붙고 있다. 재융자 신청은 이미 자취를 감췄고 주택 거래는 7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예상 밖의 가파른 이자율 상승세에 그동안 집을 찾던 주택 수요자나 이미 구매 계약을 체결한 구입자는 덜컥 겁이 나지 않을 수 없다. 주택 시장에서 발을 빼는 수요자가 급증하고 있고 체결한 구매 계약을 취소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체결한 구매 계약을 무작정 취소할 수는 없다. 구매 계약서에 명시된 절차를 따라야 손해없이 취소할 수 있다.
◇ 주택 수요자 줄줄이 발 빼
국영 모기지 보증기관 프레디 맥은 지난달 28일 30년 고정 모기지에 적용되는 이자율 전국 평균이 6.7%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전주보다 무려 약 0.4%포인트 급등한 것으로 서브프라임 발생 전인 2007년 7월 이후 최고치다. 이자율은 한 달 사이 1%포인트 가까이 치솟았고 올해 초 대비로는 거의 2배 수준으로 주택 구입자들의 비용 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인플레이션 부담에 이미 허리가 휠 대로 휜 주택 구입자들은 모기지 이자율마저 치솟자 주택 시장에서 줄줄이 발을 빼고 있다. 융자 중개업체 홈 론스의 제이슨 셰론 대표는 “모기지 이자율이 급등한 최근 수 주간 주택 시장을 빠져나가는 바이어가 눈에 띄게 늘었다”라며 “지난 10일간 바이어 10명이 이자율 급등을 이유로 주택 구입을 보류하겠다는 연락을 해왔다”라고 야후 머니와 인터뷰에서 급랭 중인 주택 시장 상황을 전했다.
◇ 셀러 5명 중 1명 자진 가격 인하
‘모기지 은행업 협회’(MBA)에 따르면 재융자 신청을 포함한 모기지 신청 건수는 22년래 최저치로 떨어졌다. 이자율 급등에 주택 구매 부담 지수는 37년래 최악을 기록 중이며 주택 구입 활동은 일시에 얼어붙고 있다. ‘전국 부동산 중개인 협회’(NAR)에 따르면 기존 주택 거래는 7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고 향후 주택 거래 동향을 보여주는 잠정 주택 판매 역시 8월 중 전년 대비 24.2% 급감했다.
주택 시장 급랭 분위기에 셀러도 민감하게 반응 중이다. 콧대 높은 셀러는 이제 찾아보기 힘들고 바이어의 요구 조건을 순순히 들어주는 셀러가 늘고 있다. 온라인 부동산 정보업체 리얼터닷컴에 따르면 9월 중 매물 호가인 리스팅 가격을 자체적으로 인하한 셀러는 전체 중 19.5%로 전달(19.4%)에 이어 높은 비율을 유지했다.
모기지 이자율 상승세는 당분간 진정되기 힘들 전망이다.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 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이 높아 모기지 이자율도 당분간 추가 상승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모기지 이자율은 10년 만기 재무부 채권 이자율 동향에 영향을 받아 변동한다. 10년 만기 채권 이자율은 Fed의 3번째 자이언트 스텝 직후 4%대로 치솟았는데 이는 2008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 인플레이션이 지속될 경우 모기지 금리는 올해 안에 7%대를 넘어설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 전체 구매 계약 중 15% 취소 사태
주택 시장이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냉각되면서 주택 구매 계약 취소 사태가 매달 이어지고 있다. 부동산 업체 레드핀의 집계에 따르면 8월에만 약 6만 4,000건에 달하는 구매 계약 취소가 발생했는데 8월 중 체결된 전체 계약 중 15%를 차지하는 비율이다. 체결된 구매 계약 10건 중 1건 이상씩 취소되는 것으로 구매 계약 취소 비율은 7월에 이어 두 달 연속 15%를 넘어서고 있다.
주택 구매 계약이 체결되더라도 계약 내용과 시기에 따라 계약 취소가 가능하다. 일단 구매 계약이 체결되면 셀러와 바이어 양측은 ‘구매 계약 체결’(Under Contract) 기간이 시작된다. 법적으로 유효한 구매 계약이 체결됐지만 이 기간 중 여러 변수에 따라 바이어가 계약을 취소할 수 있기 때문에 계약이 50% 정도만 체결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셀러는 ‘구매 계약 체결’ 기간 동안 다른 바이어에게 집을 보여줄 수 있지만 기존 바이어와의 구매 계약이 취소되기 전까지는 ‘대기 오퍼’(Back Up Offer)만 받을 수 있다.
◇ ‘매물 상태, 감정가, 대출 승인’ 여부에 따라 취소 가능
바이어 취소 사유에 해당하는 변수로는 홈 인스펙션, 주택 감정, 모기지 대출 승인 등의 컨틴전시가 대표적이다. 홈 인스펙션 컨틴전시는 바이어가 매물의 상태를 점검해 결함이 발견될 경우 취소할 수 있는 조건이다. 홈 인스펙션은 대개 외부 전문 업체를 통해 실시하는데 대부분 홈 인스펙션 업체는 납 성분 페인트 사용 여부, 해충 피해, 지붕 결함, 하수도 및 정화조 시설 등은 점검하지 않는다.
이들 항목과 관련된 피해가 우려될 경우 별도의 전문 업체를 통한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 또 홈 인스펙션을 통해 라돈 가스, 곰팡이, 석면 피해와 관련된 우려가 제기된 경우에도 추가 점검이 반드시 필요하다. 주택 피해는 물론 인체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에 이들 문제가 발견되면 구매 계약 취소로 이어지는 경우가 흔하다.
◇ 소유권 기록도 취소 사유에 해당
주택 구매 계약이 체결되면 주택 소유권에 대한 조사도 함께 이뤄진다. 일반적으로 타이틀 보험 업체가 제공하는 보고서 검토를 통해 조사가 진행된다. 소유권과 관련, 확인해야 할 기록은 여러 가지다. ‘유치권’(Lien)은 주택을 상대로 설정된 담보물권으로 모기지 대출 은행이 대출이 상환될 때까지 설정해 놓는 것이 일반적이다. 대출 은행에 의한 유치권은 에스크로 기간 중 타이틀 보험 업체를 통해 정리되어야 소유권이 바이어에게 양도된다.
‘지역권’(Easements)과 ‘CC&Rs’(covenants, conditions and restrictions) 항목도 눈여겨봐야 한다. 지역권은 타인이 내 땅의 일부를 사용할 수 있는 권리다. 대표적으로 유틸리티 기관이 시설 보수나 설치를 위해 필요시 땅의 일부에서 작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지역권을 설정해 놓기도 한다. 뒷마당에 수영장을 설치하고 싶은데 지역권에 해당되면 바이어가 구매 계약을 취소할 수 있는 사유에 해당한다. CC&Rs는 공동 주택 단지에 위치한 주택의 소유권에 설정되는 경우가 많다. 대개 단지 관리를 책임지는 ‘주택소유주협회’(HOA)가 여러 규정을 정해 놓은 것으로 규정에 의해 생활에 침해를 입을 것으로 판단되면 구매 계약 취소를 고려하는 바이어가 발생한다.
◇ 수리비 협상 결렬되면 계약 취소로 이어지기 쉬워
‘계약 체결 기간’ 동안 심각한 누수 피해나 지붕 결함 등이 발견됐다면 우선 셀러와 협상을 시도해볼 수 있다. 셀러에게 수리 또는 수리비를 요구하거나 수리비에 해당하는 금액만큼 매매 가격 인하를 요구하는 것이 가장 일반적인 협상 절차다. 바이어의 협상 요구에 셀러가 거절하게 되면 구매 계약 취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진다.
모기지 대출을 통한 구입일 경우 대부분 대출 승인 컨틴전시가 계약 조건에 포함된다. 일정 기간 내에 바이어가 만족할 만한 조건으로 모기지 대출을 받아야 한다는 조건이다. 이 기간 중 대출이 거절되거나 만족할 만한 대출 조건이 제시되지 않는 경우에도 바이어가 컨틴전시 조항을 활용해 체결된 구매 계약 취소에 나설 수 있다.
<준 최 객원 기자>
[출처] 미주 한국일보 2022년 10월 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