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채 금리 상승세에 모기지 이자율 한동안 오름세 유지 전망
모기지 이자율이 급등했다. 한동안 기록적으로 낮은 수준을 유지하던 모기지 이자율이 2월 들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며 3%대(30년 고정)에 근접했다. 작년과 비교할 때 아직 낮은 수준이지만 최근 상승세대로라면 불붙은 주택 수요를 잠재울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 3% 돌파 시간문제, 재융자 신청 급감
모기지 보증 기관 프레디맥의 2월 25일 발표에 따르면 30년 고정 모기지 이자율의 전국 평균은 약 2.97%(30년 고정)로 지난해 8월 중순 이후 가장 높이 올랐다. 올해 초 약 2.65%로 시작된 이자율이 불과 두 달 사이 약 0.3% 포인트나 급등한 것이다.
재융자에 많이 활용되는 15년 고정 이자율 역시 가파른 상승세를 나타냈다. 올해 초 약 2.16%대였던 15년 고정 이자율은 최근 가파르게 올라 2.34%로 집계됐다.
이자율이 갑자기 오름세를 보이자 재융자 신청을 중심으로 한 모기지 신청이 급감했다. ‘모기지 은행업 협회’(MBA)의 집계에 따르면 2월 셋째 주 재융자 신청은 전주 대비 약 9%나 감소했고 신규 주택 구입을 위한 모기지 대출 신청 건수 역시 약 12% 하락했다.
◇ 작년 수준 돌아가기 힘들 것
모기지 이자율이 갑자기 오름세로 접어든 것은 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경제 회복 신호가 나타나면 시중 이자율이 반등하는 현상이 나타나는데 모기지 이자율도 이에 영향을 받고 있다. 최근 경제 회복세를 증명할만한 구체적인 통계치는 아직 발표된 바 없다.
하지만 대규모 재난 지원금 지급과 코로나19 백신 보급 시작으로 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져 시중 이자율을 끌어올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올해 모기지 이자율이 작년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온라인 부동산 정보 업체 리얼터닷컴의 대니얼 해일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작년과 같은 사상 최저 수준의 이자율을 보기 힘들 것”이라며 “올해 이자율이 경제 회복 속도에 따라 등락을 거듭할 전망”이라고 예측했다. 리얼터닷컴 측은 올해 모기지 이자율이 평균 약 3%대를 유지하며 연말 최고 약 3.4%까지 오를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은 바 있다.
◇ 인플레이션 우려도 상승 원인
모기지 이자율의 가파른 상승세는 국채 금리 동향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 특히 모기지 이자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10년 만기 국채 금리 급등이 모기지 이자율 상승세를 이끌고 있는 모습이다.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지난해 코로나 발 경기 불황 여파로 0.5%까지 추락한 바 있다. 이후 줄곧 1% 미만에 머물렀지만 코로나 백신 접종 시작이 반등 계기로 작용했다. 백신 접종 시작과 함께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고 바이든 행정부가 대대적인 경기 부양책을 시행하면 인플레이션이 발생할지 모른다는 전망도 나오기 시작했다.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 채권 가치가 하락하기 때문에 신규 발행 채권의 금리는 상승한다. 올해 초 오랜만에 1%대를 넘어선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최근까지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며 코로나 이전 수준인 1.6%를 돌파하기도 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국채 금리가 당분간 추가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 중인 1조 9,000억 달러 규모 경기 부양책을 시행하려면 자금 조달을 위한 국채 발행을 늘려야 하고 그렇게 되면 국채 가격 하락, 금리 상승 현상이 나타난다. 따라서 모기지 이자율 역시 한동안 더 오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 시중 이자율은 이미 3% 넘어
모기지 이자율은 국채 금리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으면서도 연체 위험이 비교적 높아 국채 금리보다 높게 형성된다. 역사적 수치에 따르면 10년 만기 국채 금리와 30년 고정 모기지 이자율 간 스프레드는 약 1.8% 포인트에서 형성되어 왔다.
지난달 26일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1.44%(재무부)로 두 금리가 스프레드를 적용하면 30년 고정 모기지 이자율은 약 3.2%대까지 오를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MBA의 집계에 따르면 2월 셋째 주 30년 고정 모기지 이자율은 약 3.08%로 시중에서 적용되는 모기지 이자율은 이미 3%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 재융자 서두르고 이자율은 ‘고정’
모기지 이자율 급등에 재융자 시장은 움찔한 모습이다. 한동안 이어졌던 재융자 신청이 이자율 상승 소식에 급감했다.
작년과 비교할 때 이자율이 여전히 낮기 때문에 재융자 기회를 놓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낮은 이자율로 갈아타는 것이 재융자의 목적인 만큼 이자율을 최대한 낮출 수 있을 때 지체 없이 재융자를 신청하는 것이 좋겠다.
모기지 시장 조사 기관 ‘블랙 나이트’의 조사에 따르면 약 1,480만 명에 달하는 주택 보유자들이 재융자를 통해 이자율을 최소 0.75% 포인트 낮출 수 있다. 따라서 모기지 이자율 상승세가 어느 정도 진정되면 주춤해진 재융자 신청은 다시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모기지 시장 정보 사이트 ‘모기지 리포트’ 피터 워든 에디터는 “주택 구입이나 재융자를 앞두고 이자율이 더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것이 실수일 수 있다”라며 “지난해와 같은 사상 최저 수준의 이자율은 당분간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워든 에디터는 그러면서 “현재 이자율 상승 전망이 우세하기 때문에 재융자나 주택 구입 시 제시된 이자율이 더 오르지 않도록 ‘고정’(Lock-In)”하라고 충고했다.
◇ 가장 큰 도전은 이자율 상승보다 매물 부족
모기지 이자율이 치솟으면서 주택 구입자들의 발등에는 불이 떨어졌다. 가뜩이나 매물 부족을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이자율까지 오르면서 구입자들의 마음은 더 급해진 상황이다.
올해 주택 구입자들에게 가장 큰 도전은 이자율 상승보다는 매물을 찾는 일과 치열한 주택 구입 경쟁에서 살아남는 일이다.
‘전국 부동산 중개인 협회’(NAR)에 따르면 1월 주택 매물은 전년 대비 역대 최대폭인 약 25.7% 감소하며 사상 최저치인 약 104만 채를 기록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곧 봄철 성수기가 시작되면 주택 구입자들의 매물 확보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준 최 객원 기자>
[출처] 미주 한국일보 2021년 3월 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