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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집마다 설치된 보안카메라, 바이어 반응 감시에 악용돼

By 2021년 12월 16일 No Comments

▶ 바이어, 집 보러 가서 ‘포커 페이스’ 필수, 말 조심해야

▶ 셀러, 사생활 침해·불공정 거래 소지 있어 카메라 사용 조심

집집마다 보안 카메라를 설치하는 것이 이제 일상화가 됐다. 가격도 저렴하고 설치도 간단해 한집 건너 한집은 집 안팎으로 보안 카메라를 달고 산다. 그런데 안전을 위해 설치된 보안 카메라가 최근에는 집을 보러 온 바이어의 반응을 엿보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일부 보안 카메라는 영상은 물론 음성까지 녹음하는 기능이 있어 바이어의 대화를 엿듣기 위한 목적으로도 악용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의도와 상관없이 보안 카메라를 잘못 사용하면 사생활 침해 등의 혐의를 받을 받을 수 있어 집을 내놓는 셀러도 사용 시 주의가 필요하다. 온라인 재정 매체 뱅크레잇닷컴이 집을 사고팔 때 보안 카메라와 관련, 주의할 점을 설명했다.

◇ 집 보러 가서 ‘포커 페이스’ 유지해야

보안 카메라가 보편화되자 집을 보러 가는 바이어들 사이에서 일종의 요령이 생겼다. 입구에 도착하는 순간부터 ‘포커 페이스’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포커 페이스는 속마음을 읽히지 않도록 무표정하게 있는 얼굴로 카드 게임인 포커를 할 때 적용되는 관행이다. 집을 둘러보는 동안 너무 마음에 들어 하는 표정을 하거나 반대로 매물에 대한 험담을 했다가 보안 카메라를 통해 셀러에게 ‘발각’되면 협상 과정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바이어 독점 중개인 협회’(NAEBA)에 따르면 실제로 셀러가 바이어의 대화를 엿듣고 이를 협상에 활용한 사례도 있다. 한 바이어는 주택을 구입한 뒤 이웃으로부터 놀라운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집을 보러 온 순간부터 셀러는 보안 카메라 음성 녹음 기능을 통해 이 바이어가 집을 구입할 것을 확신했고 바이어가 나눈 대화 내용을 이웃에게 이야기해 준 것이다. 결국 바이어는 포커 페이스를 유지하지 못한 실수로 시세보다 높은 가격에 구입하고 말았다.

◇ 집 보러 갔다가 감시당하고 온 느낌

집을 보러 갔다가 섬뜩한 경험을 하고 돌아온 바이어도 있다. 애리조나 주의 한 바이어는 한 집을 보러 갔는데 집 안팎 곳곳에 설치된 여러 대의 보안 카메라를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바이어가 더욱 놀란 것을 집 안으로 들어간 뒤다. 실내 이곳저곳을 둘러 보기 위해 에이전트와 함께 이동하는 동안 보안 카메라도 동선에 따라 함께 움직였던 것이다.

집을 보는 것이 아니라 마치 감옥에서 감시 당하는 것 같은 무서운 느낌에 바이어는 집을 다 보지도 않고 그대로 떠났다고 한다. 안전을 위해 보안 카메라를 설치하는 것은 좋지만 이처럼 지나치게 사용할 경우 집을 파는 일에 오히려 방해가 되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 행동은 물론 말도 조심해야

매물에 대한 ‘험담’도 가급적 자제하는 것이 좋다. 셀러가 주도권을 쥐고 있는 요즘 같은 상황에서 셀러의 ‘심기’를 건드리는 언급은 주택 구입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집을 구입한 뒤 바로 임대 매물로 내놓겠다는 계획, 또는 셀러가 칠한 벽 색상이 마음에 들지 않아 다시 칠하겠다는 계획 등에 대한 대화는 셀러의 감정을 건드릴 수 있다. 이런 대화는 집을 떠난 뒤 다른 장소에서 나누는 것이 좋다. 특히 가격 등 오퍼 조건과 관련된 대화는 자신의 가장 중요한 협상 전략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으로 집을 보는 동안 절대로 입 밖으로 내서는 안된다.

한 바이어는 집 앞에 음성 녹음 기능이 있는 보안 카메라가 설치된 것을 이미 알고 마치 셀러가 들으라는 듯이 카메라를 향해 매물에 대한 험담을 늘어놓은 사례도 있다. 매물의 부정적인 측면을 강조해 가격을 조금이라도 깎아보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웬만한 결함이 있는 매물도 구입하려는 바이어가 넘쳐나는 요즘 같은 상황에서는 전혀 통하지 않는 전략이다.

◇ 음성 녹음 기능 카메라 사용 규정 엄격

보안 카메라가 설치된 집을 내놓는 셀러도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사생활 침해 소지는 물론 부동산 공정 거래법에 위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각 주별로 보안 카메라 설치와 관련된 규정을 두고 있는데 집을 내놓기 전에 관련 규정을 파악하는 것이 좋다. 일반적으로 입구에 카메라가 설치됐다는 사실을 알리는 안내문을 부착하는 것이 불필요한 문제 발생을 피하는 방법 중 하나다. 또 리스팅 에이전트를 통해 매물 자료를 등록하는 MLS에 보안 카메라 설치 사실을 미리 기재하도록 요청하는 것도 좋다.

이 두 가지만 조심하면 보안 카메라가 설치된 집을 내놓을 때 큰 문제는 없지만 음성 녹음 장치가 있는 카메라는 일부 주의 경우 엄격한 규정을 시행하기 때문에 규정에 따라야 한다. 미네소타 소재 부동산 중개 업체 에디나 리얼티에 따르면 미네소타와 위스콘신 주의 경우 영상 녹화만 가능한 보안 카메라의 경우 실내외 어디서든 특별한 제한 없이 사용을 허락하고 있다.

그러나 탈의가 가능한 화장실이나 욕실 등에 카메라를 설치하는 것은 금지하고 있다. 가주, 플로리다, 일리노이, 미시건, 펜실베니아 등 10여 개 주에서는 음성 녹음 장치가 있는 보안 카메라 사용을 허락하지만 셀러와 바이어 양측의 동의가 필요하다.

◇ 공정 거래법 위배 소지 있어

보안 카메라를 잘못 사용하면 사생활 침해 소지뿐만 아니라 ‘부동산 공정 거래법’(The Fair Housing Act)에 위배될 수 있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1968년부터 시행된 부동산 공정 거래법에 따라 부동산 매매 시 인종, 피부색, 종교, 출신 국가, 성별, 장애 등에 따른 차별이 엄격히 금지되고 있다. 따라서 보안 카메라 설치됐다는 사실만으로 셀러에 의한 차별이 의심받을 수도 있기 때문에 규정에 따른 적절한 사용이 필요하다.

일부 셀러의 잘못된 보안 카메라 사용이 사생활 침해 소지로 번지자 부동산 협회 등의 관련 기관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전국 부동산 중개인 협회’(NAR)는 에이전트들에게 보안 카메라가 설치된 매물의 경우 이를 알리는 안내문을 부착하거나 매물 등록 시스템인 MLS를 통해 바이어 측 에이전트들에게 통보하도록 하는 지침을 발표한 바 있다.

부동산 에이전트의 적극적인 노력도 셀러와 바이어 간 불필요한 오해를 방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에이전트가 바이어에게 보안 카메라 설치 사실과 집을 보는 동안 카메라가 작동될 수 있음을 사전에 알려주고 발생 가능한 일들을 미리 설명해 주면 바이어의 불필요한 행동을 방지할 수 있다.

<준 최 객원 기자>

[출처] 미주 한국일보 2021년 12월 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