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가상승률 13년래 최고 기록
- 바이어 예산·지역 재고해야
- 셀러도 집 판 뒤 주거대책 필요
인플레이션 우려가 전방위로 경제를 압박하면서 주택시장도 물가오름세의 영향권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고 재정 전문 뉴스 웹사이트 ‘뱅크레이트’가 진단했다. 팬데믹 직후 지난해 5월 0.2% 상승에 그쳤던 인플레이션은 이후 꾸준히 상승해 지난 6월 5.4%를 기록하며 2008년 7월 5.5% 이후 13년 만에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래프 참조>
주택시장은 그동안 예외적으로 호황을 누렸지만 팬데믹 이후 급격하게 오른 집값이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경계심도 커지고 있다. 즉, 팬데믹도 이겨낸 주택시장으로 보이지만 덩달아 오르고 있는 물가상승세가 더해지면 바이어나 셀러 모두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뱅크레이트는 고물가 시대 주택시장 참여자들이 고려해 봐야 할 필승전략을 소개했다.
▶장기간 거품 형성
작은 규모의 꾸준한 인플레이션은 보통 정상적인 현상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최근의 물가 상승세는 큰 폭의 오름세로 인해 주유할 때는 물론, 주택 리스팅 가격을 정할 때까지 광범위하게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워싱턴 DC의 싱크 탱크인 ‘아메리칸 엔터프라이즈 인스티튜트(AEI)’의 데스몬드 라치맨 시니어 펠로우는 “이토록 오랫동안 이토록 낮은 금리를 유지한 까닭에 경제 모든 분야에 거품이 생성됐다”며 “이는 비단 주택시장만은 아니다”라고 경고했다.
주택시장에 인플레이션적인 요소를 대입하면 제한된 공급으로 집값이 빠르게 오르는 점이 설명된다. 이런 주택 재고 부족은 팬데믹과 연결된 신축 지연과 함께 기존 홈오너들이 집을 팔 계획을 미루면서 심해지고 있다.
종합하면 셀러 입장에서는 호가보다 높은 가격을 제시하는 다수의 오퍼를 받을 수 있어 즐거운 고민이지만 바이어는 도저히 이기기 힘든 치열한 오퍼 경쟁에서 좌절감을 느낄 수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셀러가 고려할 점
만약 당장 집을 판다면 크게 걱정할 것은 없다. 집값은 올랐고, 바이어는 많고, 경쟁할 다른 매물은 적기 때문이다.
그렇게 집을 팔 수 있지만 진짜 문제는 다음에 생긴다. 살던 집을 팔고 새롭게 살 집을 사야 한다면 제한된 매물을 놓고 다투는 바이어들 틈으로 내던져져 적은 매물을 놓고 무한경쟁을 펼쳐야 하기 때문이다.
셀러가 누릴 수 있는 장점은 우선 많이 늘어난 수요다. 팬데믹 이후 재택근무가 늘면서 많은 새로운 바이어들이 내 집 장만을 최우선 순위로 추진하는 상태다. 대신 이렇게 늘어난 수요를 뒷받침해줄 충분한 매물 리스팅이 부족한 상태로 셀러들이 가장 좋아하는 집값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바이어끼리 경쟁이 심해지면서 집값이 뛰는 것 말고도 인스펙션, 주택 감정 등을 건너뛰거나 후한 조건으로 대체하는 경우가 늘어 셀러에게 우호적인 상황이다. 많은 주택 전문가들은 집값이 최고점에 거의 도달한 상태로 보기 때문에 지금 집을 판다면 가장 큰 차익을 남길 수 있다.
셀러가 직면할 문제점은 앞서 언급한대로 새로 살 집을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만약 보다 작은 집으로 다운사이징을 한다면 상대적으로 더욱 매물이 적어 보다 치열한 경쟁을 각오해야 한다.
전국부동산협회(NAR)에 따르면 지난해 이후 전국 집값은 평균 17% 이상 올랐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셀러는 최고가에 집을 팔 수 있지만, 본인도 최고가에 새로운 집을 사야 한다는 것으로 원하는 스케줄에 맞춰 이사를 하기 힘들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부족한 주택 매물과 높은 주택 가격은 물론, 덩달아 렌트비까지 오른 사실이다. 집을 팔고 렌트를 선택하려고 해도 부담이 늘었다는 설명으로 살 기간과 렌트비에 대한 정확한 계산이 필요하다.
▶바이어가 고려할 점
열기와 광기가 더해진 주택시장이지만 제대로 된 전략을 세우고 정확한 도움을 받으면 원하는 집을 살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에 드는 집을 찾으러 나서기 전에 모기지 사전승인을 받는 것이다. 그리고 최대한 많은 다운페이를 준비해서 셀러에게 진지한 바이어인 점을 어필하고 동시에 재정적으로 탄탄한 상태임을 보여줘야 한다.
바이어가 누릴 수 있는 장점은 모기지 이자율이 이렇게 낮은 적이 없었다는 것이다. 집값은 이미 크게 올라 이전보다 더 많이 부담되지만, 대출 관련 비용은 사상 최저 수준으로 저렴해졌다. 30년 만기 고정금리 모기지 이자율이 3% 아래를 밑도는 가운데 이전보다 더 많은 자금을 동원할 수 있는 상황이다.
집값이 너무 올라 걱정을 하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많은 전문가는 2008년 금융위기를 촉발한 부동산 거품 붕괴가 이번에는 되풀이되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한다. 만약 지금 집을 사는 바이어가 단기간 내 다시 집을 판다면 단기적으로는 손해를 볼 수 있지만 10여 년 전과 같은 거대한 주택 압류 사태는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
바이어가 직면할 문제점은 압도적인 셀러 위주의 시장에서 치열하게 오퍼 경쟁을 준비해야 하고 최종 계약에 앞서 수많은 도전과 실패를 피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또 당초 계획한 예산 범위를 재점검하거나 원하는 집의 조건을 다시 고려해야 할 수도 있다.
집값이 고점을 찍고 하락한다면 지금 집을 사는 바이어 입장에서는 시장 급랭에 따른 시세 하락을 피할 수 없다. 그러나 전문가들에 따르면 대규모 압류 사태는 일어날 가능성이 작고 만약 바이어가 평생 살 집을 구매한다면 집의 가치는 결국에는 회복할 것이다.
▶인플레이션 종식 기다려야 하나
거시경제와 관련해서 집을 사야 하는 완벽한 타이밍은 없다. 오직 바이어가 편안하게 느끼는 때 구매하면 된다는 조언이다. 즉, 만약 모든 숫자가 본인에게 맞아 떨어지고 모기지를 받을 수 있으며 이후 매달 상환이 가능하다면 지금이 바로 집을 사야 하는 완벽한 타이밍이란 뜻이다.
그렇지 않다면 시장 상황이 좀 더 바이어에게 우호적일 때까지 기다리거나 아니면 다른 지역을 물색하거나 원하는 집의 조건을 달리하는 것도 해법이 될 수 있다.
어떤 결정을 내리든 중요한 것은 본인의 재정 상황이 확고해야 하고 주택시장에 진입할 시기에 맞게 모든 준비가 이뤄져야 한다는 점이다. 만약 현시점에서 좀 더 기다리는 전략을 택한다면 그 기간 중 더 많은 저축을 할 수 있다. 이후 좀 더 차분해진 주택시장에서 지금보다 많은 다운페이를 지참할 수 있다면 보다 유리한 위치에서 구매에 임할 수 있을 것이다.
류정일 기자
[출처] 미주 중앙일보 2021년 9월 1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