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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도 리모델링도 쉽지 않은 요즘 신중히 결정해야

By 2023년 01월 04일 No Comments

▶ 리모델링 비용·공사 기간 등 고려해야

▶ 집 아닌 다른 원인이라면 이사 결정

한집에 오래 살다 보면 어느 순간 이사 가고 싶어질 때가 있다. 어린 자녀가 성장해 집이 비좁게 느껴지기도 하고 단지 오래 산 집에 대한 싫증이 나기도 한다. 그런데 최근 모기지 이자율이 갑자기 오른 데다 매물도 많지 않아 쉽게 이사를 결정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이사 대안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이 리모델링이다. 필요한 부분을 리모델링해 당분간 한 집에 계속 거주하는‘스테이 풋’(Stay Put)을 결정하는 주택 소유주도 많다. 그런데 최근 공급망 차질로 리모델링 자재비가 크게 오른 데다 인건비마저 급등해 리모델링을 결정하는 일도 쉽지 않다. 온라인 재정 정보 업체 뱅크레잇닷컴이 이사와 리모델링을 결정할 때 고려할 사항을 정리했다.

◇ 리모델링 자금 얼마나 준비됐나?

리모델링 비용으로 얼마나 지출할 수 있는지부터 점검해야 한다. 주택 정보 업체 홈어드바이저에 따르면 올해 리모델링 비용은 적게는 1만 7,942달러에서부터 많게는 7만 8,263달러까지 들었고 평균 4만 8,002달러가 소요됐다. 공사 항목과 규모에 따라 리모델링 비용은 천차만별로 달라진다.

소규모 욕실 리모델링 공사에는 최소 3,000달러면 가능했고 규모가 큰 경우는 2만 5,000달러를 넘기도 했다. 주방도 마찬가지로 5,000달러~6만 5,000달러로 공사비에 큰 차이가 났다. 이처럼 리모델링 공사비에 큰 차이가 나기 때문에 필요한 리모델링 공사비로 얼마나 지출될지와 준비된 자금이 얼마나 있는지부터 확인해야 한다. 리모델링 비용은 주택담보대출, 캐시 아웃 재융자, 은퇴연금 계좌 인출 등의 방법으로 마련할 수 있다. 자금 마련이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되면 리모델링 보다는 이사를 고려하는 것이 좋다.

◇ 침실 개수? 넓은 면적?

더 큰 집이 필요하다는 판단 때문에 정든 집을 팔고 새집으로 이사를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필요한 것이 추가 공간인지 아니면 더 넓은 면적인지를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기존 실내 구조를 변경하면 주택 면적은 늘어나지 않지만 필요했던 공간을 추가해 정든 집을 떠날 필요 없이 계속 거주할 수 있다.

자녀가 늘어 침실이 더 필요하다면 면적이 넓은 침실을 두 개로 분리해 침실을 하나 더 추가할 수 있다. 또 홈 오피스 용도의 ‘덴’(Den)이나 2층 리빙룸 공간인 ‘로프트’(Loft) 등도 침실 추가 공간으로 적합하다. 주택 설계사를 통해 자문을 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실내 구조 변경을 통해 필요한 공간을 마련할 수 있다면 새집 구입에 따른 비용 발생과 번거로운 이사 절차 등을 피할 수 있다.

◇ 집 아닌 다른 이유라면 이사해야

이사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는 이유가 집 때문이라면 큰 고민은 필요 없다. 불편한 부분을 고쳐서 살면 번거로운 이사를 굳이 결정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집이 아닌 다른 이유로 이사에 대한 고민이 깊다면 리모델링보다 이사를 심각하게 고려해야 하는 경우다. 바로 옆집에 주말마다 파티를 즐기는 이웃 때문에 밤늦게까지 시끄럽다면 리모델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취학을 앞둔 자녀가 있지만 지역 학군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경우도 이사를 결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너무 무리한 주택 구입으로 ‘하우스 푸어’(House Poor)로 살고 있다면 현재 살고 있는 집을 팔고 부담이 적은 집으로의 이사가 고려된다. 또 지역 범죄율이 높거나 이웃의 주택 관리 상태가 좋지 않으면 주택 가치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에 아무리 정든 집이라도 처분하고 이사 가는 것이 유리하다.

◇ 리모델링 공사 번거로움 참을 수 있나?

조사에 따르면 카운터 톱, 캐비닛, 주방 가전 제품, 바닥 교체 등이 포함된 대규모 주방 리모델링에 4개월까지 걸린다. 만약 배관, 배선, 수도 공사까지 해야 한다면 공사 기간은 더 늘어난다. 욕실 리모델링 공사 역시 규모에 따라 2~3개월씩 걸리고 침실 추가 공사 기간도 만만치 않다. 이처럼 하루아침에 끝나는 리모델링 공사는 없다.

리모델링 공사를 통해 편안함을 누리려면 ‘고진감래’의 과정을 피할 수 없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갓 태어난 자녀가 있는 가정은 수개월간 먼지가 수북한 집에서 아기를 돌봐야 하는 일을 감수해야 한다. 재택근무자는 집 한쪽에서 나는 공사 소음과 하루 종일 싸워가며 업무를 해야 하는 데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수개월씩 걸리는 리모델링 공사를 견뎌내기 힘든 상황이라면 리모델링보다 이사를 고려하는 것이 좋다.

◇ 비용 회수율은?

이사를 결정하든 리모델링을 결정하든 각 결정에 따른 적지 않은 비용이 발생한다. 발생한 비용이 얼마나 회수되는지 투자적인 측면을 고려해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전국 부동산 중개인 협회’(NAR)의 2022 ‘리모델링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원목 나무 마룻바닥을 설치하는 리모델링 공사의 경우 비용 회수율이 147%에 달했다. 원목 나무 마룻바닥을 설치한 집을 팔면 들어간 비용보다 더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단열재를 보충하거나 교체하는 리모델링 역시 비용 회수율이 100%로 ‘손해 없는’ 리모델링 공사로 조사됐다. 반면 인기가 많은 주방 리모델링 공사의 비용 회수율은 67%, 욕실 추가 공사의 비용 회수율은 63%로 들어간 비용을 전액 회수하지 못하는 공사에 포함됐다. 이처럼 어떤 리모델링 공사를 선택하는 지도 리모델링 실시 여부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으로 고려된다.

◇ 비용 회수 기간은?

이사를 심각하게 고려한다면 주택 처분 및 이사 비용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우선 집을 팔 때 가장 많이 드는 비용은 부동산 중개 수수료다. 중개 수수료는 주택 판매가격의 4%~6% 선으로 대부분 수만 달러에 달한다. 집을 팔고 새집을 살 때도 적지 않은 비용이 발생한다. 집을 구입할 때 드는 가장 큰 비용은 아무래도 융자 수수료다.

융자 수수료는 융자액의 2%~5%로 역시 꽤 부담이 큰 비용이다. 이처럼 집을 사고팔 때 큰 비용이 발생하는데 이 비용이 회수되기 전에 집을 다시 처분하면 큰 손해가 아닐 수 없다. 전문가들은 경우에 따라 다르지만 새집 구입 후 최소 5년~7년 이상 거주해야 비용 회수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에 단기 처분 계획이라면 기존 주택에 계속 거주하는 것이 재정적으로 현명한 결정이라고 조언한다.

<준 최 객원 기자>

[출처] 미주 한국일보 2022년 12월 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