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을학기 아파트 선 계약 대학생·서브 테넌트
▶ 구하지 못하면 빈 아파트 임대료 내야 할 판
가을 학기 아파트를 올초 미리 계약한 대학생들이 대면 수업 취소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준 최 객원기자]
UC 데이비스 재학 중인 니콜 슬래빈은 올해 1월 학교 인근 아파트 임대 계약에 서명했다.
임대 계약은 가을 학기 무렵부터 시작하지만 개강이 가까워지면 방 구하기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약 6개월 전 일찌감치 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슬래빈이 체결한 임대 계약 조건은 취소가 불가능한 조건으로 방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인 대학가에서는 일반적인 임대 관행이다.
그런데 임대 계약서에 서명하고 몇 달 뒤에 전혀 예상치 못했던 일이 발생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강의가 모두 온라인 강의로 변경된 것이.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경기가 악화되면서 슬래빈과 그녀의 룸메이트는 아르바이트 일자리마저 잃게 됐다. 이제 남은 일은 어떻게 해서든 앞으로 1년 동안 매달 2,020 달러에 달하는 아파트 임대료를 내야 하는 것이다.
유일한 해결 방법은 임대 계약을 떠 않을 새 테넌트를 찾는 것인데 이마저도 쉽지 않다. 슬래빈과 룸메이트는 가구를 무료로 채워주고 첫 달치 임대료를 내주겠다는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내걸었지만 대학가에는 그녀와 같은 처지에 놓인 테넌트들이 한두 명이 아니어서 새 테넌트를 찾는 일은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슬래빈처럼 가을 학기에 입주할 아파트를 미리 계약했지만 대면 강의 취소로 올해 4월 아파트를 비우고 집으로 돌아간 대학생들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1년 반치에 달하는 임대료를 납부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하버드 대학과 러트거즈 대학, UC 계열 대학이 올가을 학기 강의를 거의 대부분 인터넷 강의로 대체하겠다고 발표했고 노스캐롤라이나 대학 채플힐 캠퍼스와 미시건 주립대 등은 가을 학기 시작 뒤 코로나19 사태가 악화되자 남은 학기 강의를 원격 강의로 변경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때문에 많은 대학생들은 남은 임대 계약 족쇄에 묶이게 됐다.
대학가 아파트는 방을 나눠쓰는 여러 명의 학생들이 공동으로 임대 계약을 체결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소득이 없거나 적은 학생은 부모가 임대 계약을 보증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만약 어느 한 학생이 임대료 일부를 내지 못 하게 되면 계약을 체결한 학생들, 계약을 보증한 부모들까지 모두 남은 임대 계약 기간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임대 계약 족쇄에서 벗어나려면 ‘서브 테넌트’(Subtenant)를 구하거나 임대 계약을 취소하는 방법밖에 없다. 임대 계약을 취소하려면 계약 조건에 ‘불가항력 조항’(Force majeure clause)이 포함돼야 하는데 이런 조항이 포함된 임대 계약은 찾아보기 힘들다.
법원을 통한 해결 방법은 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쉽게 결정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UC 데이비스처럼 학기 시작 전 방 구하기가 힘든 대학가는 1월이나 2월에 가을 학기 방을 미리 계약하는 것이 관행이다. 지역 부동산 관계자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기 전 아파트 공실률은 약 0.5%~1%로 빈방이 거의 없었지만 가을 학기 강의가 온라인 강의로 바뀐 뒤에는 빈 방이 넘쳐나고 있다고 한다.
지역 부동산 업계는 학생들의 입주 취소가 잇따르면서 10월까지 공실률이 전례 없는 약 10%대로 높아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준 최 객원 기자>
[출처] 미주 한국일보 2020년 9월 1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