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메일, 전화 연락은 물론 가가호호 방문까지…
▶ 팔 생각 있다면 불리한 조건 없는지 철저히 살펴야
주택 시장 과열 양상이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매물로 나온 집이 너무 부족해 최근에는 내놓지 않은 집에도 오퍼가 제출되는 현상까지 등장했다. 집을 팔 생각이 전혀 없었는데도 막상 오퍼를 받고 마음이 흔들려 처분을 고민하게 됐다는 주택 소유주도 주변에서 흔히 보게 된다. 대부분 현금 구매, 짧은 에스크로 기간 등 집을 팔기에 유리한 조건을 앞세우기 때문에 ‘집을 한번 팔아볼까’하는 고민에 빠지기 쉽다. 하지만 오퍼에 제시된 가격이 시세보다 낮거나 구매 계약 체결 뒤 여러 비용을 요구하는 등 조심해야 할 점도 많아 주택 소유주들의 주의가 필요하다.
◇ 광고 같지만 계약 가능한 실제 오퍼
집을 내놓지도 않았는데 구매에 관심이 있다는 연락을 받는 사례가 최근 늘고 있다. 이 같은 연락은 포스트 카드 형태로 우편을 통해서 전달되기도 하고 문자나 이메일 방식으로 날아오기도 한다. 일부의 경우 직접 집을 방문해 집을 팔 의사가 있는지 물어보는 경우도 있다.
얼핏 보면 광고처럼 보여 그냥 무시하고 넘어가기 쉽지만 주택 구매 의도가 있는 엄연한 오퍼로 간주된다. 특히 매물이 심각하게 부족한 요즘과 같은 시기에는 흔히 등장하는 구매 전략이다.
시장에 나오지 않은 이른바 비 매물에 오퍼를 제출하는 것은 흔히 부동산 투자자들이 많이 사용하는 구매 전략이다. 부동산 투자 수익을 올려야 하지만 투자 대상 매물이 부족해 시장에 나오지 않은 매물까지 직접 찾아 적극적으로 투자하기 위해서다.
◇ 1,000명 중 1~2명 ‘팔겠다’ 연락
매물 찾기에 혈안이 된 투자자들은 재산세 납부 기록, 모기지 관련 자료와 같은 주택 자료를 바탕으로 집을 팔 가능성이 높은 주택 소유주만 선별해 구매 의사를 전달한다. 업계에 따르면 약 1,000여 명의 주택 소유주를 대상으로 연락을 취하면 적어도 1~2명으로부터 집을 팔고 싶다는 연락이 온다고 한다.
최근에는 부동산 투자자뿐만 아니라 실거주 바이어에 의한 비 매물 오퍼도 눈에 띄게 늘고 있는 추세다. 투자자는 물론 실거주 바이어 역시 매물 찾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에 부동산 에이전트를 통해 시장 나오지 않은 매물에 오퍼를 제출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미 시장에 나온 매물에 오퍼를 넣을 때 발생하는 구매 경쟁을 피할 수 있고 우수한 학군과 주거 환경으로 매물이 잘 나오지 않는 지역에서 매물을 찾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로 비 매물 오퍼 전략을 활용하는 일반 바이어가 많아지고 있다.
◇ 셀러에게 유리한 조건부터 앞세워
집을 팔 생각이 없는 주택 소유주의 마음을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이들 오퍼는 유리한 조건을 제시하는 전략이 사용된다. 모기지 대출 거절 위험이 없는 현금 구매, 짧은 에스크로 기간 또는 셀러가 원하는 조건으로 에스크로 기간을 정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셀러 측에게 유리한 조건이 주로 제시된다. 또 일부 오퍼는 수리 필요 없이 현재 매물 상태대로 구매하는 ‘As-Is’ 조건 또는 셀러의 클로징 비용을 대신 지불해 준다는 등의 파격적인 조건도 제시한다.
하지만 구매 계약서상의 기타 조건에 따라 처음 제시된 유리한 조건들이 쓸모없는 조건으로 변경될 수 있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홈 인스펙션 결과에 따라 바이어가 구매 계약을 중도에 취소하겠다고 나오면 셀러는 어쩔 수 없이 가격을 낮춰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또 시세보다 높은 가격에 계약을 체결했지만 감정가가 낮게 나와 구매 가격을 내려야 한다면 결국 처음에 제시된 높은 가격이 아무 소용이 없어지게 된 셈이다.
◇ 오퍼 가격 시세보다 낮을 때 많아
누가 오퍼를 제출했는지를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다. 투자자가 제시한 오퍼의 경우 가격이 시세보다 낮을 때가 많다. 일반적인 주택 거래 과정에서 발생하는 복잡한 절차를 간소화해 준다는 이유로 투자자들은 일단 낮은 가격부터 제시하는 전략을 구사한다.
또 투자 수익을 창출해야 하는 투자자들은 시세보다 높은 가격을 써 내는 경우가 드문데 주변 시세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주택 소유주는 낮은 가격을 제시한 투자자와 덜컥 구매 계약을 체결하기 쉽다.
내놓지도 않은 집에 오퍼를 받았을 때 얼핏 유리하게 보이는 조건에 현혹되지 말고 우선순위를 먼저 생각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 번거롭게 집을 보여줄 필요도 없고, 에스크로 기간도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데다 당장 큰 금액의 현금이 들어온다는 기대감에 갑작스럽게 구매 계약을 체결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만약 주택 처분 수익 극대화가 우선순위라면 일반적인 방식대로 집을 시장에 내놓고 처분하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 집을 시장에 내놓게 되면 여러 명의 바이어가 제시한 구매 가격을 통해 적정 시세를 판단할 수 있어 처분 수익 극대화 목표를 이룰 수 있다.
◇ ‘도매 바이어’ 오퍼는 십중팔구 ‘헐값 오퍼’
주택 매매 경험이 부족한 주택 소유주 역시 내놓지 않은 집에 들어오는 오퍼를 주의해서 대처해야 한다. 자칫 불리한 조건으로 구매 계약을 체결해 오히려 금전적인 손실이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선 시세 정보가 부족한 소유주는 바이어가 제시한 낮은 가격을 그대로 받아들여 정상적인 매매를 통해 받아야 할 금액을 받지 못하는 피해가 우려된다.
이른바 ‘도매 바이어’가 제시한 오퍼의 경우 시세보다 낮은 ‘헐값 오퍼’ 전략이 많이 사용된다. 도매 바이어는 요즘처럼 매물 찾기가 힘든 시기에 흔히 등장하는 바이어 유형이다. 실거주 바이어 대신 낮은 가격으로 매물을 구입한 뒤 이를 실제 바이어에게 높은 가격에 되파는 바이어가 바로 도매 바이어다. 따라서 도매 바이어가 제시한 가격은 시세보다 낮을 때가 많다. 바이어가 제출한 구매 계약서를 통해 주택 구입 뒤 거주 의사가 있는지를 확인해 도매 바이어 여부를 파악할 수 있다.
내놓지 않은 집에 유리한 가격의 오퍼가 제시됐더라도 계약을 체결하기 전에 고려해야 할 사항이 있다. 집이 팔리면 이사 갈 집을 구해야 하는데 요즘처럼 매물 찾기 힘든 시기에는 자칫 장기 임대로 전락할 있다. 우선 임대할 집을 구하겠다는 생각을 집을 팔았다가 구입할 집을 구하지 못해 임대 기간이 길어지면 주택 처분으로 발생한 수익이 임대료로 고스란히 다 빠져나가는 경우도 요즘 흔히 보게 된다.
<준 최 객원 기자>
[출처] 미주 한국일보 2021년 11월 2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