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중앙일보

교외 집값 낮지만 세금·유틸리티·유지비는 부담

By 2020년 09월 11일 No Comments

▶관련 매물 검색 지난해보다 13% 늘어
▶낮은 가격 매력적 불구 재산세 높을 수도
▶넓어진 집 크기에 맞춰 각종 비용도 증가

많은 도시인이 코로나19 이후 교외나 전원으로 이주를 생각하는 경우가 늘었다. ‘레드핀 부동산’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교외 지역에 해당하는 집코드에 대한 주택 검색이 지난해보다 13% 증가했다.

레드핀의 테일러 마르 이코노미스트는 “이전에는 통근에 대한 부담으로 교외 지역을 꺼렸지만, 이제는 재택근무가 늘었고 더는 통근 문제도 교외 주택을 기피하는 원인으로 작동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역에 따른 집값 상승률도 차이를 보여 레드핀에 따르면 전원 지역의 집값이 지난해 대비 11.3% 오른 한편 교외 지역은 9.2%, 도시지역은 6.7% 가격이 올랐다.


▶더 많은 재산세

‘택스 파운데이션’은 2017년 기준으로 주 정부와 로컬 정부의 세수입 중 재산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30% 이상에 달했다고 밝힌 바 있다. 무엇보다 재산세는 단일 명목 세금으로는 정부들의 수입에서 가장 큰 부분을 담당한다.

재산세는 어떤 곳에서는 수백 달러 수준에 그치기도 하지만 택스 파운데이션 통계에 따르면 뉴욕 인근을 중심으로 가장 재산세가 높은 곳은 모두 교외 지역에 해당했다.

택스 파운데이션의 제라드왈재크 부회장은 “교외 지역의 주택은 도심보다 값이 싼 것이 일반적이지만 재산세는 오히려 더 높을 수 있다”며 “뉴욕이나 필라델피아 외곽 도시들의 재정이 안정적인 것을 보면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유틸리티와 수도 요금 등

도시보다 넓은 교외 지역의 주택에서 산다면 넓어진 공간만큼 냉난방에 드는 유틸리티 비용도 늘어난다. 뉴욕 시와 북부 웨스트체스터 지역의 유틸리티 제공업체인 ‘콘에드’에 따르면 7월 뉴욕 시내 고객의 평균 요금은 94.25달러였지만 웨스트체스터는 112.99달러로 20달러 가까이 차이가 났다. 콘에드는 1~7월 7개월간 웨스트체스터 지역 고객의 월평균 전기 사용료만 따져도 135달러 이상이었다며 교외 지역의 유틸리티 사용이 많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전기뿐 아니라 수도와 쓰레기 수거비도 마찬가지다. 이사 정보업체 ‘무브닷오그(Move.org)’가 추산한 미국인 가정 월평균 수도요금은 70달러 안팎이다. ‘홈어드바이저’가 보는 쓰레기 수거비는 30~50달러다.

교외 지역 전문 부동산 업체인 ‘서버번 정글’의 앨리슨 번스타인 대표는 교외 주택의 저렴한 집값에 빠지지 말고 반드시 유틸리티 비용과 수도 요금, 쓰레기 수거비 등에 대한 정보도 미리 알아내라고 강조했다.

▶유지와 보수비용

미네소타의 재정상담 업체인 ‘트윈 시티스 웰스 스트래티지스’의 데이나 메나드 CEO는 “지역과 입지를 떠나 자택 소유주는 현 시세의 1~4%에 해당하는 금액을 매년 집 유지와 보수에 써야 한다”고 말했다. 달리 말해 현재 집값이 60만 달러라면 매년 최소한 6000달러에서 많게는 2만4000달러까지 투자해야 지금의 가치 이상은 유지된다는 설명이다.

이때 사는 지역도 비용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는데 특히 인건비는 꾸준히 오르는 추세다. 부동산 정보업체 ‘질로우’는 한 고객의 예를 들며 마이애미에서 연평균 2570달러였던 청소와 가전 수리비 등이 오리건주 포틀랜드에서는 3800달러로 늘었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교외 등의 지역에서 콘도 등을 구매한다면 주택소유주협회(HOA) 관리비도 추가로 들 수 있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

▶차량 이용도 증가

일부 대도시라면 대중교통만 영리하게 이용해도 살아갈 수 있지만, 교외 지역은 자동차 없이는 단 하루도 편안하게 살기 힘들다. 특히 아이들이 있다면 차 한 대로는 힘들고 두 대 이상이 필요할 수도 있다.

자동차 정보업체 ‘콕스 오토모티브’의 미셸 크렙스 수석 애널리스트는 “7월 신차 평균가는 지난해 3만7629달러에서 3만8378달러가 됐다”며 “연말까지 재고 부족 사태가 계속되며 딜러십 입장에서도 가격 측면의 메리트로 고객을 끌어들일 수 있는 여유가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고차 시세도 올라 8월평균 가격은 2만212달러로 2주 연속 2만 달러를 넘으며 상승했다. 중고찻값 2만 달러 돌파는 사상 처음으로 교외 지역 거주자들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더 많은 가구와 데코레이션

교외의 더 큰 집은 더 많은 가구와 데코레이션으로 꾸며야 할 공간이 늘어남을 뜻한다. 특히 생애 처음으로 주택을 구매한 경우라면 당장에라도 가구를 사서 꾸미고 싶다는 유혹을 느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선택은 실수다. 메나드 CEO는 “많은 사람이 빨리 가구를 사려고 크레딧 카드를 뽑아 든다”며 “즉흥적인 구매를 위한 예산이나 이를 갚을 능력이 안 되지만 그렇게 한다”고 말했다.

가구나 데코레이션의 가격도 크레딧 카드로 산다면 보이는 것보다 25~50% 비싼 것으로 인식해야 한다. 현재 평균 16%인 카드 이자율을 고려했을 때 그렇다는 것으로 교외 주택의 넓은 공간을 채우기 위해 큰 출혈이 생기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