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붐 세대 숫자 많고 주택 소유율 80%
어디로 가느냐에 따라 매물·가격 출렁일 듯
가주 인구의 18%에 이르는 65세 이상 노년층이 은퇴하면서 이들이 어떤 지역과 주택을 선호하느냐에 따라 부동산 시장도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가주 노년 인구가 증가하면서 부동산 시장에 미칠 영향이 관심을 끌고 있다.
2018년 기준 가주 전체 인구 가운데 65세 이상은 18%에 이른다. 2018년에만 65세 이상 인구는 3% 증가했다.
이들은 주택 소유 비율이 높아 가주 내 베이비붐 세대의 주택 소유율은 80%에 이른다.
이들 대부분은 은퇴와 함께 현재의 집을 팔고 현재와 비슷하거나 작은 집을 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이들이 어디에서 새로 정착하느냐에 따라 부동산 시장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지난 20년 동안 65세 이상 은퇴자들은 수적으로 많지 않아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었다. 하지만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와 함께 사정은 달라졌다.
1945~1964년생인 이들은 지난 30년간 교외의 단독 주택에서 거부하며 주식 위주로 부를 쌓았다.
이제 이들이 은퇴하면서 내놓을 그림자 매물(shadow inventory) 즉, 잠재 매물과 이들이 새로 구매할 집은 가주 안팎의 부동산 시장에 어떤 세대도 미치지 못했던 영향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이들의 숫자가 그 어느 세대보다 많고 이들 중 70%는 살고 있는 집을 팔고 작은 집으로 이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베이비붐 세대는 이미 1980년대 초 일제히 아파트 렌트를 시작하면서 렌트비를 올리고 대대적인 아파트 공사를 유발한 적이 있다.
이때 아파트가 너무 많이 지어졌다. 전문가들은 이를 모두 소화하는 데 10년 이상이 소요됐을 것으로 본다.
이들은 또 1990년대 말 주식 투자를 시작하면서 주가 버블을 일으키기도 했다.
부동산 시장에서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어떤 방식으로든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는 것은 역사적으로도 근거가 있다.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와 비교되는 이들은 첫 집 구매 나이대인 25~34세다.
이들의 주택 소유율은 35%로 2006년의 43%보다 낮아졌다.
이들 연령대는 매년 1~2% 증가하기 때문에 주택 소유율은 낮아도 2021년까지 낮게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베이비붐 세대의 전형적인 거주지는 교외지역이었다. 이들이 은퇴하면서 교외지역의 주택을 팔면 더 큰 집으로 옮기는 중년이 이동하고 그 빈자리를 25~34세의 첫 집 구입 연령대가 들어올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베이비붐 세대와 젊은층의 주택 구매 교차는 2022~2023년 정도에 거대한 합류 현상을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
베이비붐 세대가 교외지역을 떠나면서 매물 부족이 어느 정도 해소되고 집값 상승을 막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물론 얼마나 많은 이들이 교외지역을 떠날지는 예단하기 어렵기 때문에 부동산 시장은 이들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 하지만 예측할 만한 근거는 있다.
2014년 센서스국 조사에 따르면 가주 대도시 거주자의 약 12%는 65세 이상이었다. 미국 은퇴자들은 전통적으로 도심에 가까운 작고 편리한 주택을 선호했다.
2014년 조사는 이를 뒷받침해 준다. 만약 이들이 교외지역에서 도시 외곽으로 진입하면 콘도와 은퇴 커뮤니티는 매물 부족과 가격 상승 현상을 일으킬 수 있다.
가주 은퇴자들의 또 다른 특징은 집을 판 뒤 내륙의 살기 적당한 지역으로 이사한다는 점이다.
이들이 이동하면 내륙에 있는 타주의 집값이 오른다. 이를 가주화(Californication)라고 부른다.
2007년에서 2016년 사이 가주민의 약 2.5%에 해당하는 100만 명이 타주로 이주한 사실도 이를 뒷받침한다.
전통적인 선호 지역은 생활비가 싸고 은퇴자에게 편한 지역으로 알려진 플로리다와 텍사스, 애리조나다. 은퇴 자금이 부족한 이들에겐 멕시코도 선호 지역이다.
링크드인 분석에서도 지난 4년 동안 55~64세의 가주 전문직이 가장 많이 이주한 도시는 피닉스, 시애틀, 라스베이거스, 뉴욕, 포틀랜드였다.
탈가주에는 최근 세제 개혁으로 주택 소유주의 세금이 오른 것도 한몫했다.
가주의 싱크탱크인 캘매터스의 댄 월터스 조사관에 따르면 은퇴자들이 애리조나나 네바다 같은 세금이 낮은 인근 주로 이주하고 있다.
최근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가주민들이 텍사스주로 몰린다고 보도했다. 2007~2016년 사이 가주에서 타주로 이주한 이들의 4분의 1이 텍사스로 갔다는 것이다.
이코노미스트와 인터뷰한 댈러스 인근 플라노의 공공안전국 공무원은 한 주에만 가주에서 온 20명의 운전면허증 발급을 도와줬다며 “모두 가주에서 온 사람들이다. 거기선 사람들을 쫓아내느냐”고 묻기까지 했다.
가주 공무원 은퇴 연금을 받는 56만1000명 가운데 15%가 타주에 거주한다는 샌크라멘토비 보도도 가주민의 탈가주 현실을 잘 보여준다.
아이다호의 주도 보이시는 최근 건축 붐이 일었다. 건축 붐의 대부분은 집값이 비싼 서부 주에서 사람들이 신규로 유입했기 때문이다.
보이시가 있는 에이다 카운티는 2014년 이후 단독 주택 매물이 늘어난 분기가 한 분기도 없다.
그사이 중간 주택 가격은 20만9990달러에서 32만4950달러로 54.7% 상승했다. 인구 구성도 크게 바뀌었다. 2012년에서 2017년 사이 52~70세의 베이비붐 세대 인구는 30.5% 증가했다.
유입 인구의 상당수는 타주 출신이었다. 센서스 자료에 따르면 2016년 아이다호로 유입된 인구는 약 8만 명이었고 이 중 1만7000명은 가주 출신이었다.
리얼터닷컴의 분석에 따르면 보이시 주택을 검색한 이들의 4.5%는 가주민이었다. 특히 샌프란시스코 지역이 많았다.
가주를 떠난 노년층이 다른 도시에서 주택 부족과 집값 상승을 야기한다는 주장은 아직 논란이 많다.
보이시의 경우 유입 인구의 출신이 훨씬 다양하다는 주장도 있다. 뉴욕과 시애틀 등에서 온 이들도 많기 때문이다. 오히려 단일 성격으로만 보면 40~50대 재택 근무자도 가장 많다는 통계도 있다.
하지만 베이비붐 세대가 본격적으로 은퇴하면 부동산 시장에서도 변화의 방향이 분명하게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가주는 집값이 비싸고 인구가 많아 이동성이 더욱 큰 만큼 영향력도 클 것이 보인다.